25일 자정이 넘어 봉하마을에 갔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이제는 이 세상에서 사라진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의 고향이자 영욕의 삶을 마감한 장소이다. 자정 넘어 처음 찾아가는 길이었지만 어딘지 물어보지 않아도 멀리서부터 길이 밀리고 있었다. 혹시나 번잡스러울까봐 자정 넘은 시간을 택했지만 예상은 초반부터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었다. ‘봉하궁’이라 보수언론이 부르는 노대통령의 집이 있는 마을은 본산논공단지라는 중소공장들이 밀집한 지역을 거쳐 가야 했다.
마을로 들어서자 마을회관에 “우리는 당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란 큰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건물 안에는 노대통령과 권양숙여사의 사진과 함께 그의 상징이었던 지난 대선 때의 돼지저금통에 관한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당시의 노무현 후보가 생각났다. 그리웠다. 한 때 그는 모두는 아니었을 지라도 많은 이의 희망이며 시대의 상징이었다. 그와 우리는 그렇게 한 시절을 살았다.
빈소가 눈에 들어왔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20명씩 줄을 서서 문상을 할 정도로 사람들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하루만도 10여만 명이 넘는 사람이 다녀갔다고 했다. 제배를 올리고 분향을 해야 하지만 흰 국화꽃 한 송이의 헌화와 목례로서 그에게 인사해야 하는 소박함에 죄송했지만 그는 영정 사진 속에서 말없이 보고만 있었다. 그저 “다 이해 한다”고 말하듯이... 빈소 옆에 노대통령과 평생 동지였던 권양숙여사의 캐릭터를 뵙기가 정말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혼자서 보수언론과 드악한 정치세력과 맞서 외롭게 싸우던 그를 지켜주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 크다.
어둠속에 앉아 길을 떠나는 노대통령의 영정사진을 멍하니 본다. 어딘지 알 수 없는 길, 어디서 시작해서 어떻게 끝이 나는 지 종잡을 수 없는 길을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빈 몸 날려 빈손으로 길을 떠나는 사람. 우린 그를 바보 노무현이라 불렀다. 아, 슬픈 날의 시작이다.
저기 사람이 가네
가시꽃이 흐드러지게 핀
봉화산 아래에서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다
부엉이가 사라진 새벽
깎아지른 바위 끝에서
한 사람이 몸을 날렸다
공중에 뜬 그의 외로움과 절망의 끝이
아예 체기가 되어 끝내 내려가지 않는다
초를 태워 몸을 녹이고
담배를 태워 한을 사른들
그의 탄식
그의 애달픔
그의 흐느낌을
나의 탄식
나의 애달픔
나의 흐느낌은 감당해내지 못한다
청컨대,
그의 슬픔과 나의 슬픔이
넘치고 넘쳐 어즈버
새소리이기를
노래 소리이기를
부엉이가 밤 이슥해 눈을 뜬다
저기 사람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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