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20달 만에 노사교섭....정수용 신부, 사측 전향적 노력 필요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 손배소 등으로 농성 중인 동양시멘트 하청노동자와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삼표시멘트 측이 1년 8개월 만에 교섭을 연다.

삼표시멘트는 7월 18일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3대 종단과 시민사회계가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 해결을 위한 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이들과 면담한 자리에서 7월 25일 교섭을 약속했다.

동양시멘트는 2015년 9월 삼표그룹이 인수했고, 올해 3월 회사명을 삼표시멘트로 바꿨다. 인수 전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받으면서 하청업체 노동자 80여 명은 고용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고, 노조는 현재까지 위장도급,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 손배소에 맞서 싸우고 있다.

원청인 동양시멘트가 100여 명의 노조원을 해고하고 손배 약 50억 원, 가압류 5억 9000만 원을 청구하는 동안 노조의 진정으로 2015년 2월 고용노동부는 원청의 위장도급을 인정했고, 서울중앙지법은 2016년 12월 하청업체 노동자 50여 명이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지방노동위, 중앙노동위, 법원이 한결같이 동양시멘트 측의 위장도급,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지만 사측은 그동안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버텼다. 체불임금소송에서도 노동자들이 승소했지만, 사측은 공탁과 강제집행정지 신청으로 맞서고 있던 상태다.

이와 동시에 동양시멘트 사측은 노조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취하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고 손배소도 취하하겠다며, 노조를 무력화하는 부당노동행위도 벌였다.

▲ 삼표 본사 앞 노조 농성천막. ⓒ정현진 기자

교섭을 앞두고 민주노총 강원영동지역노조 동양시멘트지부 안영철 위원장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이전에 교섭이 되지 않았던 것은 삼표시멘트 측이 교섭 대표 구성에 노조원이나 상급단체가 개입하는 것을 반대했던 이유가 컸지만, 이번에 전향적으로 인적구성 외에 내용만 가지고 만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삼표 측은 올해 9월 전까지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노조가 요구할 사항은 명확하다. 잘못에 대한 인정, 정규직 복직, 체불임금 지불과 손배소 취하”라며, “하지만 사측은 2년 전부터 정규직 전환이 아닌 자회사를 통한 복직을 주장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 보장이다. 그래야만 또 다른 해고를 겪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기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하겠지만, 어렵게 교섭이 성사된 만큼 서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겠다는 사측과 노조가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동양시멘트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 정수용 신부는 “현장에서 바로 교섭이 성사될지 몰랐다”면서도, “교섭이 재개된 것은 환영한다. 그러나 그동안 상호 신뢰가 깨진 것은 사측의 책임이 조금 더 크다. 신뢰 회복을 위해 사측이 보다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신부는 동양시멘트 문제는 정부가 근로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방치, 사측의 무책임으로 노동자들이 실질적 고통을 모두 겪었다. 이제라도 사측은 노조의 대표성과 교섭권을 인정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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