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평화환경 활동가 연수, '평화' 주제로 열려

희망의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 천주교 정의평화 활동가들은 그 속에 나타날 수 있는 정의평화 운동의 "위기"를 조심스레 짚으며 앞으로 진로를 살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 주관으로 제7회 전국 천주교 정의평화환경 활동가 연수가 2박3일 일정으로 열렸다. 7월 5일부터 7일 오후까지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센터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정의평화, 노동, 인권 분야에서 일하는 평신도, 사제, 수도자 등 62명이 참여했다.

주최 측은 이 연수가 “교회 정신 안에서 이루는 일치”, 그리고 여러 지역에서 모인 활동가들 사이의 정보 교환, “어려움을 나누고 서로 격려하는 자리”였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밝혔다.

수원교구 정평위 평신도 활동가 연현순 씨(체칠리아)는 “(문재인) 대통령이 잘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 말고, 대통령에게 더 힘을 실어 주기 위해 각자 자리에서 정확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우리가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며 “확실하게 비판하고 견제 역할을 하고, 응원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 씨는 수원교구에서 정평위원이 아닌 ‘평신도 활동가’로서 참여하는 사람이 자신을 포함해 9명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사회교리학교 공부를 마친 뒤 몇 년간 “간추린 사회교리”, “복음의 기쁨”, “찬미받으소서” 등 문헌을 읽는 한편, 정평위의 현장 연대 활동, 지지 방문에 참여해 왔다.

그는 이번 연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천주교 정의평화환경 활동가들의 목표, 역할, 사회복음화 사명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7일 오전에는 현재 상황에서 천주교 활동가들이 맞은 위기와 기회를 주제로 소모임별 토론과 발표가 있었다.

▲ 7월 7일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센터에서 열린 천주교 정의평화환경 활동가 연수에 참여한 여자 평신도들이 토론하고 있다. ⓒ강한 기자

▲ 7월 7일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센터에서 열린 천주교 정의평화환경 활동가 연수에 참여한 남자 평신도들이 토론하고 있다. ⓒ강한 기자

여성 평신도들에게서는 세월호참사처럼 새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는 상황에서 앞으로 천주교 활동가들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들은 세월호나 사드 문제가 아니더라도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 소수집단’과 함께하는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가짜 뉴스와 왜곡보도를 일삼는 ‘언론과의 싸움’, 평신도 양성도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남성 평신도들은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하는 활동인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활동인지 혼란이 있다며,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가 갖고 있는 근본 가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우리가 고민할 것은 그리스도교적이고 가톨릭적인 방향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토론”이라고 강조했다.

성직자, 남자수도자 모임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시민사회의 활력이 오히려 약해지고 갈라지거나, 활동가들에게서도 타성에 젖고 긴장감이 사라지는 모습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외국 사례를 배우고 사회교리학교에 집중하고 강화하면서 내적인 힘을 더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뒤 “우리 마음속의 우상 숭배”가 “모호한 공공의 적”이라고 지적했다.

수녀 모임에서는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한 수도회별 교육과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차원의 특강, 정보교환이 필요하고, 언론매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수녀들은 “묵묵히 우리의 삶을 통한 증거가 중요하다”며 “수도자이기 때문에 실천에 더 앞장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수의 주된 일정은 강연과 토론, 비무장지대(DMZ) 인근 탐방으로 이뤄졌다. ‘6.15 시대, 미국의 대북 정책 옵션’을 주제로 백장현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정의평화 활동’을 주제로 맹제영 신부(의정부교구)가 강의했다.

2018년 연수는 수원교구에서 열린다.

▲ 7월 7일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센터에서 열린 천주교 정의평화환경 활동가 연수에 참여한 활동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강한 기자

▲ 7월 7일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센터에서 열린 천주교 정의평화환경 활동가 연수에 참가자들이 파견 미사 뒤 한자리에 모였다.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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