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 '벗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제 벗었구나

- 닐숨 박춘식


‘죽었다’는 단어를 멀리 던지자
몸집에서 스르르 빠져나오는 영혼.
날아오르는 죽음에게
‘벗었다’ 말하며 두 손 모으자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 (2017년 7월 3일 월요일)

'죽었다’라고 말하면 ‘어둑한 저승’ ‘황천길’ ‘땅속 무덤’ ‘오랜 이별’ ‘명부’ ‘슬픔’ ‘무거운 마음’ 등을 생각합니다. 사실은 몸통을 벗는 일이 죽음인데 우리는 항상 어둡게 생각하며 죽음을 거부해 왔습니다. 얼마 전 서울의 ‘최승룡 사제가 선종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아, 그 친구, 이제 몸을 벗었구나!’ 하고 멀리서 기도했습니다. 믿음으로 사는 우리는 죽음을 어둡기보다 조금 밝게 생각하고, 기도로써 선종한 분과 자기의 죽음의 신비를 묵상하는 기회로 여기면 좋을 듯합니다. 위령의 달에 발표하려고 만들어 놓은 넉줄시를 한여름 뜨거운 볕에 내놓으면서, 이참에 죽음에 대한 표현이나 죽음을 바라보는 눈을 신앙적으로 더 높이 더 밝게 성숙시키시기를 원합니다. 죽음은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밝고 새로운 문이며, 차분한 기도로써 망자를 위한 정성을 가질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여깁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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