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영화 - 정민아]

▲ '파란나비효과', 박문칠, 2017. (포스터 제공 = 인디플러그)
경상북도 성주의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사드 배치 최적지로 성주가 결정된 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로 인한 아이들의 피해가 걱정되었던 여성들을 중심으로 저항이 시작되었다. 이들은 파란색 끈으로 나비 모양의 리본을 만들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바람을 일으켜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 착안하였다.

이 여성들이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소박한 꿈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던 작은 도시 성주는 어느 날 첨예한 갈등의 공간이 되어 버렸다. 투쟁을 이끄는 이 여성들은 사드에 대해 알아 가면서 정치에 눈을 뜨고, 성주에만 아니면 된다는 님비 의식이 아니라 한반도 땅 어디에도 사드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며 평화운동으로 활동을 확대해 가고 있다. 파란 나비는 성주 투쟁의 상징이며 평화의 상징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여기까지 보면 성주 투쟁 현장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가 성주 밖에서 그리 큰 화제를 낳을 이유가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탄핵과 대선을 거치면서 외부에서 성주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후보를 과반 이상으로 밀어준 투표 결과에 성주 바깥의 사람들은 놀라워 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면서, 사드를 반대하는 후보가 아닌 사드를 찬성하는 후보를 압도적으로 밀어주다니. 그리하여 성주는 외부의 지지 동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박문칠 감독이 특별 호소문을 남기기까지 했다.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어 버린 성주에 대해 그는 “사드 부지를 좀 더 인구가 적은 롯데골프장으로 옮기면서, 국방부와 군수는 주민 간 갈등을 부추겼다. 그 과정에서 한반도 어디에도 사드 배치는 안 된다고 외치는 사람들은 소수가 되었다”고 현황을 알리며, “이들이 비록 지역 내에서 소수이나, 철옹성 같은 보수의 텃밭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분들이다.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사람들에게 왜 달리지 못하냐고 돌 던지기 전에, 이들의 첫걸음을 응원하며, 멸시와 냉소를 받아 가며 힘들게 싸우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이 영화는 성주를 둘러싼 오해를 씻어 내기에 충분하다. 성주 투쟁에 앞장선 여성 세 명의 활약상을 중심으로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들이 성주 투쟁에 나선 계기, 온 군민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있다가 분열되는 사건, 일상적 평화운동으로 나아가야 함을 깨닫고 자신의 터전에서 연대의식을 발휘하는 결말부의 이야기 등이다. 이들은 결국 하나의 목소리와 하나의 결론을 모아 낸다. 일상이 정치이며, 정치가 내 생활이라는 것.

▲ '파란나비효과' 영화 속 장면들. (이미지 제공 = 인디플러그)

지난해를 보내고 올해를 함께 겪으며 우리들은 개인 한 명 한 명이 역사의 현장에 서 있으며 역사를 만들어 내는 주체임을 깨닫고 있다. 많은 깨달음이 있었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성주 투쟁에 나선 이들은 별 문제없이 받아들이던 지역주의가 얼마나 스스로를 피폐하게 만들고 있는지 삶으로 깨우치고 있었다. 이들은 5.18의 광주 고립이, 세월호의 유가족 분리가 권력자들의 공고한 권력 지키기의 비열한 전술임을 스스로 인식하고 호소한다. 그동안 소수만 혜택을 누리는 지역주의를 어서 빨리 깨뜨려야 함을, 그리고 세상의 압박받는 이들이 연대해야 함을, 그리하여 지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이웃과 행복감을 나누는 일. 영화는 이들을 통해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받아들이게 한다.

지금은 비난할 때가 아니다. 영화는 이들의 생활 속 변화를 따뜻하게 포착하고 함께 지켜 주어야 함을 강조한다.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때늦은 후회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서 고마워’를 실천할 때다. 이 영화는 올해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정민아(영화평론가, 성결대학교 교수)
영화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며
여러 지구인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영화 애호가입니다.
Peace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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