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이의 과학다반사]

흐름(flow)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많은 이들은 잘 안다고 생각하고 흐름의 많은 현상들을 이야기하지만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어려울 때가 있다. 익숙하기 때문에 더 자세히 알기 위해 별로 알아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학은 그런 익숙한 대상을 좀 더 자세히 분류하고 싶어한다. 익숙한 흐름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떤 이유에서 어떤 현상을 보이는지 살펴보고 흐름을 관찰하는 시선이 우리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

흐름은 문학적 표현에 가깝다. 과학에서는 이를 전달현상(transport phenomena)이라 한다. 그리고 자연에는 세 가지 대상이 흐름을 만든다.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흐름들은 물질이다. 열전달은 뜨거운 불에 화상을 입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불의 열이 손에 전달되어 열에 화상을 입은 것이다. 물질 이동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투명한 물에 떨어진 잉크나 물에 녹는 소금은 물질 이동의 좋은 예다. 열이나 물질이 이동하는 흐름은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열은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흐르고 물질은 높은 농도에서 낮은 농도로 흐른다. 온도 차이가 없다면 열전달은 없을 것이고 농도 차이가 없다면 물질전달도 없을 것이다.

흐름은 차이가 있는 대상 사이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앞서 자연에는 세 가지 대상이 흐름을 만든다고 했는데 세 번째는 아직 소개를 하지 않았다. 세 번째 대상은 속도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운동량전달이다. 그리고 운동량전달을 다루는 학문을 조금은 익숙한 표현으로 유체역학이라 부른다. 자연의 현상뿐만 아주 간단한 망치부터 반도체 공장까지 모두 이 세 가지 흐름으로 설명할 수 있다.

▲ 과학에서는 흐름을 전달현상이라 한다. 자연에는 열, 물질, 운동량이 흐름을 만든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보온하기 위해 통닭을 알루미늄 포일로 감싼다. 알루미늄은 금속으로, 열을 쉽게 전달하는 물질이다. 열을 잘 전달하는 물질로 둘러싸면 쉽게 열이 빠져나가지 않을까 의문을 가질 때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이 열전달이다. 열을 잘 전달하는 물질과 열을 잘 전달하지 못하는 물질이 있다. 과학적 표현으로는 같은 온도 차이에도 열을 전달하는 물질에 따라서 열을 전달하는 비율이라 말한다.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달릴 때와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속도 차이가 있듯 열이 전달되는 속도가 달라진다. 다시 통닭에서 전달된 열이 알루미늄으로 갔을 때를 생각해 보자. 통닭의 열이 알루미늄 사이의 공기를 통과해 알루미늄까지 전달된다. 그 이후에는 열은 알루미늄에서 바깥 공기로 나가는 열과 알루미늄에서 주변의 알루미늄으로 이동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알루미늄에서 공기로 나가는 열전달 속도는 느리지만 그 사이에 주변에 있는 알루미늄 전체를 빠르게 열전달이 이루어지고 알루미늄 전체가 열이 빠르게 순환되어 열을 잘 보온한다.

물질전달을 통해 살펴본다면 완전히 밀봉된 듯 보이는 콜라 캔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콜라의 성분들도 언젠가는 콜라 밖으로 증발된다. 예를 들어 설탕 성분의 농도는 캔 안쪽과 알루미늄 캔사이에 차이가 있고 그 사이에서 아주 느린 속도로 물질 이동이 이루어지고 캔에 높아진 설탕 농도는 콜라 캔 밖 공기보다 높기 때문에 캔과 바깥 공기 사이에서도 이루어진다. 가끔 고깃집에서 환풍기가 화장실과 가까운 쪽으로 배출구가 나 있는데 이때 아무리 송풍을 해도 화장실의 냄새가 환풍기를 통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물에 떨어진 잉크처럼 바로 물질전달을 관찰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콜라 캔과 같이 너무 느려서 관찰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물질전달을 이해한다면 관찰하기 어렵지만 농도 차이를 가지는 물질은 속도에 관계없이 흐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운동량전달은 우리 주변의 모든 유체의 흐름을 통해 생각할 수 있다. 비행기가 뜨는 이유를 비행기 날개 모양으로 설명하는 많은 오류들을 본다. 비행기가 뜨는 이유를 날개 위 아래의 공기의 흐름에서 발생하는 유체의 속도 차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나사(NASA)에서도 지적한 잘못된 과학 상식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날개는 모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날개가 어떤 각도로 공기와 만나 얼마나 운동량전달을 아래에서 위로 만드는지 설명한다.

세 가지 전달현상을 모두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은 날씨다. 바람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라 생각하지만 그 이전에 고기압과 저기압이 만들어지는 이유부터 생각해야 한다. 기압이 생기는 근본적 이유는 대부분 열전달 때문이고 공기의 농도 차이에 따라서 물질전달이 생긴다. 또한 지구의 자전에 의해 발생하는 운동량전달로 편서풍, 무역풍과 같은 방향성이 있는 바람이 만들어진다.

▲ 열, 물질, 운동량의 전달 현상을 모두 종합해서 볼 수 있는 것은 날씨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날씨를 예측하는 가장 기본 자료가 온도, 습도 그리고 지형인 이유는 전달현상의 복합적 결과가 날씨이기 때문이다. 열을 가진 뜨거운 공기가 차가운 공기와 만날 때 열전달을 예상할 수 있고 습한 공기가 차가운 공기와 만나면 습한 공기가 수증기를 공급하는 물질전달을 생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아주 느린 열전달이나 물질전달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높은 산을 만나면 공기의 흐름(유체)을 통해 운동량전달에 변화가 생겨 더 빠르게 만나기도 한다. 이처럼 기상예보는 열전달, 물질전달 그리고 운동량전달의 모든 전달현상을 고려해야 하는 일상적인 예다.

예수님께서 군중에게도 말씀하셨다. "너희는 구름이 서쪽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면 곧 ‘비가 오겠다.’ 하고 말한다. 과연 그대로 된다. 또 남풍이 불면 ‘더워지겠다.’ 하고 말한다. 과연 그대로 된다."(루카 12,54-55)

달무리가 생기는 현상을 통해 비가 올 것이라 예측할 수 있고 예수님 시대에도 구름이 어디서 오는지에 따라 예측했었다. 경험을 통해 예측할 수 있지만 반대로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온도가 높고 공기 온도를 높게 하는 곳이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흐름에 대한 분석은 열, 물질 그리고 운동량을 통해 분리해서 분석하면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개별 원리들을 동시에 모아 적용하면 현상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더 어려워지는 경우도 많다. 기상 예측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전달현상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원래 과학은 이해할 수 있는 제한된 영역에서 단순화된 원리를 통해 현상을 해석하고 이후 복잡한 세상을 설명하려는 인간의 사고 과정이기 때문이다.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루카 12,56)

과학이 항상 미완성인 이유는 관찰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이유도 있지만 세상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이 좀더 과학적 태도를 가지셨으면 ‘이 시대는 풀이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하구나’ 라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몽글이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컴퓨터를 통해 통찰하고 싶은
과학을 사랑하는

곰 닮은 과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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