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 칼럼]

이제 언론개혁이다.

촛불혁명으로 주권자인 국민이 민주주의를 되찾고 나라를 나라답게 다시 세울 수 있게 된 지 이제 한 달 하고도 2주일째로 접어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강조했던 일자리 만들기와 검찰개혁은 재빨리 착수했다. 김상조 교수를 공정위원장에 임명함으로써 재벌의 갑질을 견제할 사령탑도 세워졌다. 인수위원회가 없는 정부 출범치고는 빨리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다. 박근혜 정권 4년과는 비교가 안 되는 움직임이다.

이제 뭘 해야 하나? 순서가 정해진 것은 없다. 그런데 언론개혁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촛불혁명이 입증해 준 것처럼 전국의 모든 언론이 하나가 돼 움직이니까 상상 못한 기적이 나타났다. 친박 소리를 듣던 조중동과 이들에게 딸린 종편까지 하나가 돼 촛불시위를 한목소리로 지원하니 이게 나라냐고 조소받던 나라가 몇 달 안에 “나라다운 나라”로 바뀌고 전 세계에서 칭찬을 받는 민주국가로 부상했다.

촛불이 일으킨 민주주의 혁명이 성공한 것이다. 기적이었다.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한 언론의 힘이 만들어 낸 기적이었다.

박근혜 정권은 탄핵으로 퇴장당하고 새로운 민주국가가 출현했다. 그런데 새 정권 출범 한 달 밖에 안 됐는데 벌써 하나였던 언론이 다시 갈라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조중동 특히 <조선일보>와 <TV조선>이 과거의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경고의 소리가 크게 들린다. 촛불의 기적을 수포로 돌아가게 할 수 있는 시한폭탄의 도화선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는 경고다. 너무 늦기 전에 언론개혁을 착수해서 부패한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기레기 언론”이 촛불혁명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지 않도록 언론개혁을 서두르라는 경계의 소리 같다.

매년 세계 언론자유 지수를 발표하는 파리의 비영리 언론감시단체 <국경 없는 기자회>에 의하면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는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6년 31위를 정점으로 이명박 정권 출범의 해인 2008년 44위, 박근혜 취임의 해인 2013년에는 50위, 2014년 57위, 2015년 60위, 2016년에는 70위까지 연속 추락했다. 언론자유 지수를 보면 <MBC> 간판 피디였던 최승호가 “우리 언론자유가 노무현 때만 같아라.”고 외친 이유를 이해할 것 같다.

▲ 이제는 언론을 개혁할 때다. (이미지 출처 = ko.wikipedia.org)
이명박근혜의 반민주적 언론 상황은 한국을 민주주의 국가라고 떳떳하게 말하기 어려웠다. 언론자유가 없는 국가를 민주국가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언론자유를 누렸고 그래서 촛불의 기적을 성취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에 다시 보수언론의 ‘반동“이 일어나는 불길한 싹이 트고 있다.

보수언론은 언론개혁을 말하면 언론자유를 억압하려 하느냐고 반문하고 비판한다. 언론자유를 탄압하거나 제약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언론이 다시 권력의 시녀로 전라하는 것을 막아야겠다는 것이다. 잘못된 것을 고치지 않는 것이 잘못(過而不改 是謂過矣)이니 잘못을 다시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미의 언론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2차대전 종전 후 나치 점령하에서 부역한 언론인들을 단죄하고 부역의 정도에 따라 사형에서 징역에 처했고 몇 년간은 언론인으로 복귀할 수 없게 징계했다. 언론이 국민의 생각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의 중대성에 비추어 부역 언론인들에게 형사처벌을 가했던 것이다. 프랑스뿐 아니라 전 유럽이 부역 언론인들을 단죄했다. 우리도 이제 독재에 부역한 언론인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언론인으로 활동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언론인은 제조업이나 상업과 달라 고용주건 임금을 받고 일하는 피고용자건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민주시민이다. 언론인은 개인의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 아니라 다른 시민과 사회를 위해 공익을 추구하는 직업이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언론인의 소명이다.

그러므로 하는 일을 두고 고용주와 피고용자 간에 의견 충돌이 발생할 때 항상 고용주가 옳다고 주장하지 못한다. 언론윤리가 고용 관계보다 상위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용주가 자기의 의견을 항상 아랫사람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박근혜 정권 하에서는 그런 일이 자주 있었고 많은 언론인이 부당한 징계를 당하고 수난을 겪었다. 특히 방송에서 그런 사례가 많았다. 그런데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권력의 지시에 따라 언론을 타락시키고 언론인을 괴롭힌 “부역자”(경영자)들이 촛불혁명으로 민주화가 된 새 사회에서도 과거의 기득권을 행사하고 언론인의 사내 민주화를 탄압하고 기자 피디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행동은 민주주의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언론개혁을 통해 이런 비민주적 폭력이 불가능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언론자유를 무시하는 권력 부역자(경영진)들의 행동을 제한해야 한다. 이런 행동은 언론자유를 제한하거나 탄압하는 것이 아니다. 독재의 부역자들은 이제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속죄할 준비를 해야 한다.

언론개혁은 사회를 민주화하는 모든 개혁의 시작이다. 우선 그동안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방해해 온 독재의 부역자들부터 언론계에서 퇴장시키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 방송도 신문과 마찬가지로 언론이다.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유럽 언론이 우리보다 민주화된 것은 꾸준히 계속된 언론개혁을 통해 언론인들이 인간과 시민의 (언론)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온갖 희생을 겪으면서 투쟁해 온 결과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우리가 광복 70년을 통해 제대로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의 하나가 언론개혁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우선 10년도 채 안 되는 이명박근혜 집권 기간에 <KBS>, <MBC>, <YTN> 등 공영방송사에서 부당하게 해직 징계당한 19명의 기자와 피디 아나운서를 복직시키고 정직 좌천 감봉 등 갖가지 징계를 당해 물질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450명을 사면시키라.

문재인 후보는 대선 기간 중인 4월 24일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언론노조 대표들과 가진 <MBC> ‘100분 토론’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 하에서 해직된 언론인 복직과 언론적폐 청산 방법을 적은 언론노조의 ‘미디어 정책 제안서’를 제출받고 노조의 제안을 수용했다. 언론노조가 전달한 정책에는 1)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2) 해직언론인 복직, 3) 종편특혜 환수 등 언론적폐 청산 4) 이명박 정권 이후 훼손된 언론의 편집 독립과 공정성 복구를 위한 정책 5) 지역언론 발전 등이 들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언론노조의 제안 실현을 약속하면서 “언론이 제 역할을 했더라면 이번에 겪었던 최순실 게이트도 없었을 것이다. 권력에 대한 비판 감시 기능을 발휘했더라면 언론도 살리고 정권도 살렸을 것이다.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해서 정권의 홍보 수단으로 만들어 버리면서 정권 스스로가 망해 버렸다.”는 소회를 말했다.

일반적으로 정치인들은 권력을 잡으면 언론을 장악해야 정권을 무난히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습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생각은 주로 보수 정치인이나 정당들이 갖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올랑드 대통령 직전의 사르코지가 그런 생각을 갖고 지나치게 언론장악 증세에 걸려 있었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바로 언론장악증 때문에 오히려 언론인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재선에 실패했었다. 언론장악증에 걸린 보수정치인들에게 그는 오히려 관찰하고 배워야 할 타산지석이다.

촛불혁명의 열기는 아직 식지 않았다. 그러나 보수언론들은 벌써 문재인 정부와는 나아갈 방향을 놓고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기사와 논평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현실을 보고 문제를 판단하는 데 의견이 다른 것은 탓할 바 아니다. 사실을 정확하게 전하고 판단을 공정하게 내리면 토론을 통해 조화될 수 있다. 문제는 언론을 정치적 경제적 목적을 달성할 도구로 남용 악용하는 것이다. 영국의 머독이 지배하는 언론이나 그가 장악한 미국의 폭스 방송이 언론을 정치적 상업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본받아서는 안 될 모델이다. 한국의 보수 언론 중에도 머독을 닮아가는 언론이 있다. 그래서 언론개혁이 시급하다.


 
 

장행훈(바오로) 
언론인
파리 제1대학 정치학 박사,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초대 신문발전위원장, 현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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