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스타 교육수사회 이용철 수사

마리스타 교육수사회는 회원이 20명인 비교적 작은 수도회다. 그러나 수도권의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서울 합정동에 있는 ‘마리스타 교육관’으로 친숙하다.

마리스타 교육수사회는 샹파냐 신부가 프랑스 라발라에서 수사회를 만든 1817년으로부터 200주년을 기념하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수사회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는 이용철 수사와 서울 마포구 한국 본부에서 만나 수사회 200주년의 의미와 수사로 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이 수사는 “수사회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사제품을 받지 않은 수사의 삶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오는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자신에게 수사로서 사는 삶의 매력은 수사를 부르는 영어에 표현돼 있다고 했다.

“수사는 영어로 Brother(형제)입니다. 내가 Father(아버지, 즉 신부)라면 가르치고, 인도하고, 알려 주고, 때에 따라 훈계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형제는 그것보다는 ‘함께 있는 것’이라고 봐요. 젊은이, 학생들 가운데서 함께 일하고, 놀고, 나누는 것입니다. 저희는 식사를 해도 함께 먹고 설거지하고 의자를 나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내가 줄 것이 많은 게 아닌, 함께하는 존재 방식이 매력이라고 봐요.”

이 수사는 “가톨릭교회 안에는 신부, 수녀만 있는 게 아니고 수사도 있다”며 “사제서품 전의 한 과정이 아니라, 끝까지 평수사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신자들이 기억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수사예요?” 하는 질문을 수사들이 자주 받을 만큼, 평수사의 삶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표현하면 이 수사는 마리스타 교육수사회 동아시아 관구에 속해 있는 한국-일본 섹터의 ‘코디네이터’다. 이 수사는 일상적으로는 수도명을 붙여 “도미니코 수사”라고 불릴 뿐 “지부장” 같은 말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고 했다. 2007년 전 세계 마리스타 교육수사회가 행정 개편을 하면서, 옛 중국 관구, 필리핀 관구, 한국 지구를 하나의 관구로 합쳤다.

이 수사는 콜롬비아에서 9월부터 한 달 이상 이어질 마리스타 교육 수사회 세계총회에 참여한다. 그는 이번 총회가 큰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8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총회가 로마 밖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양을 찾아 밖으로 나가라’고 가르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과도 관련 있다고 이 수사는 설명했다.

총회에서는 회헌 개정과 함께 수사회의 삶과 활동에 적용할 ‘새 모델’도 논의한다. 이 수사는 새 모델은 수사들뿐 아니라 이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도 주인으로서 함께 결정하고 책임도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그동안 관구장, 교장, 행정실장 등 역할을 하는 수사들이 마리스타 학교나 지역사회의 중심이 됐다면, 앞으로는 교사, 학생, 학부모, 졸업자 등도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수사는 수사회의 파트너들을 어떻게 참여시키고 어디까지 권한을 줄 것인지 논의되어야 하고, 어떤 지역에서는 혼란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나가기 위한 노력”이라며, 새 모델이 채택되면 수도자와 평신도가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한 용어가 회헌에도 많이 반영될 것으로 봤다.

▲ 이용철 수사가 마리스타 교육수사회 창립자 샹파냐 신부가 죽어가는 청년을 안고 있는 그림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강한 기자

마리스타 교육수사회는 사제회, 수녀회 등과 함께하는 ‘가족 수도회’로, 성모 마리아와 함께하는 삶을 중시한다. 한국에는 수사회만 있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 멕시코 관구의 수사들이 파견된 이래, 안동, 원주, 수원교구, 서울대교구 등지에서 청소년과 교리교사들을 위한 교육을 해 왔다. 지금은 서울에서 마리스타 교육관과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며, 보호작업장과 중증장애인 시설 등 사회복지시설도 맡고 있다.

평수사들로만 이뤄진 교리교사 단체를 만들고 싶어 했던 샹파냐 신부의 꿈이 이뤄진 것이 마리스타 교육수사회다. 설립 이래 지금까지 모든 회원이 평수사였다. 이용철 수사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가 끝나던 무렵 전 세계 회원 수가 1만 명 가까웠고, 최근에는 약 3200명이라고 말했다.

마리스타 교육수사회 로마 총본부 차원에서 지난 3년 동안 200주년 기념을 준비했다. 2014-15년은 몽타냐의 해, 2015-16년은 푸르비에르의 해, 2016-17년은 라발라의 해라고 이름을 지었다.

몽타냐는 샹파냐 신부가 병자성사를 준 청년의 이름으로, 신부는 이 청년이 하느님과 성모 마리아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 채 죽음을 맞고 있는 것에 충격을 받고, 청년들을 가르칠 수도회 설립을 서두르게 됐다. 푸르비에르는 샹파냐 신부가 사제품을 받은 뒤 동료 사제들과 찾아가 성모 앞에서 서약했던 성당, 라발라는 수도회가 만들어진 지역의 이름이다.

이 수사는 지난 3년간 마리스타 수사들은 “이 시대의 몽타냐”, “하느님을 모르고 교육받지 못한 청년들은 누구이고, 어디에 있고, 수사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신의 수도생활의 요람이라고 할 “나의 라발라는 어디인가” 묻고 성찰하며 지냈다며, “성모님께 의탁하며, 청년들과 만나고 함께 살아가는 수도회의 새로운 시작으로 나아가는 것”이 200주년의 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8월 한국의 마리스타 수사들 모임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마리아를 드러내며 살아가고 있는지” 나누는 세미나를 할 예정이다. 전문가의 강의를 듣기보다는, 마리아와 함께 살아가는 수사로서 자기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우선한 것이다. 또 지난 40여 년간 한국에서 펼쳐 온 활동상을 담은 타임캡슐을 묻고, 2021년에 맞이할 한국 진출 50주년 준비를 시작하게 된다.

수사회의 가장 큰 고민을 묻는 질문에 이 수사는 “수도 성소의 활성화, 수사들의 노후 대책, 수도회 사명을 지속하기 위한 재정 자립”이라고 세 가지를 꼽았다. 현재 수사회의 수원교구 안산 양성소에서 지원자 2명이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1980-90년대처럼 수도회 성소가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는 때는 지났다”며 “그러나 자신의 삶을 신앙인으로서 더욱 뜻깊게 살고자 고민하는 젊은이들은 여전히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용철 수사가 서울 합정동 마리스타 교육수사회 한국 본부 앞에서 성모자상을 바라보고 있다.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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