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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추방입양인의 집은 어디인가?네 번째 버려진 필립의 죽음...우리는 무엇을 했나?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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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9  13: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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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일 입양인 김상필 씨(43, 미국명 필립 클레이)가 경기도 고양시 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살 때인 1984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에 입양됐던 그는 양부모가 시민권 신청을 하지 않은데다 범법행위가 밝혀져 2011년 7월 한국으로 추방됐다.

그는 아무 대안이나 대책도 없이 추방이라는 ‘폭력적’ 상황을 겪어 심리 상태가 엉망인데다 언어와 문화, 생활방식 모든 것이 낯선 고국 아닌 고국 땅에서 고된 생활을 이어갔다. 보건복지부 중앙입양원에서 그를 지원했지만 복지시설이나 요양원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다. 언어도 통하지 않는 곳에 홀로 시설이나 기관에 있는 것은 사실상 ‘감금’이었기 때문이다.

부모를 찾으려는 노력도 했지만, 한국에 돌아온 지 6년 만에 그는 고단한 삶을 스스로 마쳤다.

역시 미국에 입양됐다가 2016년 한국으로 강제 추방된 아담 크랩서 씨는 김상필 씨의 장례식에서 영정을 보며 “나의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입양인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김상필 씨)를 입양시켰던 기관에서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사건을 두고 해외입양인연대는 성명을 내고, “필립(김상필)의 자살은 모든 해외입양인과 같은 처지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고통을 덜기 위해서 혼자 죽는 것 외의 방법이 없었다”며, 이 사건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해외입양인연대 A.K 샐링 사무총장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이 사건을 계기로 해외입양인들에 대한 입장과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해외입양인들의 시민권 획득, 친가족을 찾기 위한 입양기록 공개, 입양에 대한 바른 이해를 위한 노력, 추방입양인들을 위한 거주지와 심리상담, 자살예방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들어와 살고 또 죽어갔지만, 여전히 그 존재조차 생소한 추방입양인. 존재를 규정하는 말이 이미 상처인 이들은 어떻게, 왜 생겨났을까?

   
▲ 지난 5월 21일 세상을 떠난 김상필 씨. 그의 마지막 길을 같은 입양인들이 지키고 애도했다. (이미지 출처 = MBC휴먼다큐 사랑 동영상 갈무리)

오래된 미래, 추방입양인

1953년 한국전쟁 이후부터 해외입양을 보내기 시작한 한국은 명실상부 가장 오래, 가장 많이 해외입양을 보낸 나라다.

보복부 자료에 따르면, 1958년부터 2016년 말까지 누적된 전체 해외입양인은 약 16만 명, 국내외 입양인은 모두 약 24만 명이다. 이 가운데 미국입양인은 약 11만 1100명을 헤아린다.

특히 한국은 해외입양 의존도가 높다. 혈연을 중시하는 가족주의와 이에 따른 입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그 바탕이다. 결국 국가와 사회는 이 장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회가 돌봐야 할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해외입양으로 해결했다.

해외입양인은 결국 가족, 국가에 의해 두 번 버려진 셈인데, 다른 민족, 인종의 차이에서 오는 정체성 혼란, 버림받았다는 기억, 파양에 대한 두려움 등을 지속적으로 겪는다. 입양 뒤 사후관리 기간은 1년 정도인데, 그 이후에는 입양인 관리 주체가 이민국이나 아동보호국 등 여러 곳에 걸쳐 있어 사실상 입양인의 상황은 양부모의 의지와 처지에 달린다.

해외입양인의 상황을 살필 수 있는 한 자료로 2002년 스웨덴 정부가 낸 한국입양아동 보고서는 입양인과 현지인 사이의 자살률, 정신과 치료경력, 약물 중독, 범죄 경력, 취업률 등을 비교했다. 내용을 보면 입양인이 현지인보다 자살률이 3.7배 높고, 약물 중독은 3.2배, 범죄 경력(투옥)은 1.5배 높다. 또 결혼하는 비율도 현지인 60퍼센트의 절반인 30퍼센트, 취업률은 현지인 80퍼센트 대비 60퍼센트다. 취업을 하더라도 입양인의 50퍼센트는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준을 받는다.

국적을 얻지 못해 추방되는 경우는 주로 미국으로 입양된 경우다. 현재 미국입양인 가운데 시민권 획득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입양인은 1만 9000여 명, 전체 입양인의 약 18퍼센트로 추산된다. 유독 미국에서 시민권을 얻지 못한 경우가 많은 이유는 1980년대까지 입양 절차가 비교적 쉬웠고, 양부모가 시민권 취득 신청을 하지 않으면 성인이 될 때까지 무국적자로 살 수밖에 없었다.

2001년 미국에서 입양과 동시에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1983년 이전 출생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 시민사회는 소급적용을 위한 법안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 국내외 입양 현황. (자료 제공 = 보건복지부)

“추방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와 맥락. 추방은 심리적으로 사형과 같다”

물론 미국 입양인 가운데 시민권을 얻지 못한 이들 모두가 추방되는 것은 아니다. 김상필 씨를 지원했던 중앙입양원 고혜연 입양인상담팀장은 ‘추방’이라는 큰 사건의 전후에는 상당히 복잡한 맥락이 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설명했다.

그는 “성인이 되면 시민권 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범죄사실이 있으면 안 되고, 비용도 들기 때문에 생활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면 추방까지 가게 된다”며, “추방당하는 상황을 거슬러 가면 결국 양부모의 역할과 자격에 이른다.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학대당하거나 이미 파양된 경우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크던 작던 범죄를 저지르게 되고 정신적 문제를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심신이 피폐한 상황에서 추방 과정은 마치 사형과 같다. 그 과정에서 더 큰 외상후스트레스장애 판정을 받기도 한다”며, “입양인의 추방에는 너무 많은 문제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해결이나 돌봄, 지원도 너무나 어렵다”고 호소한다.

현재 중앙입양원이 지원하는 추방입양인은 6명이다. 고 팀장은 현재 숫자는 적지만 문제의 무게는 상당하다며, “우리 사회가 지원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사회복지 시스템이 아주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구조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현재는 6명이지만 국내에 들어와 있는 입양인이 더 알려지거나 추가로 추방되는 이들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추방된 입양인들의 숫자나 입국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 그리고 추방 그 이전에 입양인에 대한 사후 관리 시스템이 통일되지 못한 점이다.

고 팀장은 “추방은 입양 절차와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문제와 맞물린다”고 했다. 입양 과정의 책임은 국내와 외국 입양기관, 양국 정부, 양부모가 모두 관여되어 있지만, 제도나 시스템 상 누구에게도 끝까지 깊이 있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다.

고 팀장은 “처음 입양을 민간에서 주도했기 때문에 정부 당국에서 책임 있는 관리를 하지 못했다”며, “입양은 이민이 아니라 아동의 권리와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양국 모두 너무 많은 부서가 맞물려 협업이 어렵다. 그나마 한국은 사후관리를 외교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옮겨와 사회복지 차원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에는 민간 주도로 이뤄졌던 사회복지의 구조들을 공적 영역에서 어떻게 책임질 것이며, 약자 최우선의 원칙에 따라 입양에 있어 아동의 복지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두 나라에서는 입양인 사후 관리와 입양 절차 등 시스템을 검토하고 아동의 권리와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먼 길이기도 하다. 또 여전히 법이나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도 있어 특수 상황에 대한 대처 방안도 필요하다.

이에 대해 고혜연 팀장은 우선 추방입양인의 생활을 지원하는 전문 기관을 마련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수에 비해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커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그는 “이들은 다양한 상황과 상태에 있다.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예를 들면, 정신건강관련법에 따른 시설 요건 즉 전문 인력과 건물, 언어 지원, 안전 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차선으로 지원 인력 확보, 프로그램 지원 등의 방법을 찾고 있지만 그것을 응할 수 있는 기관이 있을지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입양, 입양인 추방은 자국민을 책임지지 못한 국가의 책임”이라는 데 동의하면서, “특히 추방된 입양인은 완전한 사각지대, 무관심의 영역에 놓여 있다. 아무리 소수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죽거나 고통 받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며 관심과 제도 개선을 호소했다.

   
▲ 해외입양인연대가 마련한 고국 방문 행사에 참여한 입양인들. 이들은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고 한다. (사진 제공 = 해외입양인연대)

최대 입양국 한국, 그러나 입양을 너무 모른다
입양에 대한 인식의 양극화 그리고 편견

고혜연 팀장은 15년간 입양인들을 보고 관련 연구를 하면서 “(긍정적으로) 많이 변화되기는 했다”면서도, “입양은 엄연한 현실이고, 입양인 가족이나 관련인까지 본다면 입양은 우리 모두와 무관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입양인 당사자 외 누구도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부모나 입양인이 서로 다른 편견을 겪는데, 일례로 입양한 부모들은 너무 훌륭하고 대단하다는 칭찬을 받으면서 오히려 양육 태도가 경직되기도 하고, 공개적으로 입양된 아동은 주변으로부터 소외되기도 한다며, “우선 일반인들의 왜곡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입양에 대한 올바른 인식 교육의 대상은 전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고 팀장은 마지막으로 김상필 씨의 죽음은 개인의 특수하고 불행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입양인 특히 추방입양인들에 대해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추방입양인, 해외입양인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이들이 너무 없고, 심지어 사회복지 차원에서도 해당 분야가 아니면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추방입양인들의 불행과 죽음은 사회적 구조 때문이고 누군가의 가족, 이웃이 겪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들이 손을 내밀 때, 잡아 달라”고 말했다.

또 그는 “추방되기 전에 그 나라 시민으로 잘 살 수 있고 한국에 왔을 때, 잘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자극적인 기사나 잘못된 사건만 드러내는 것을 지양하고 입양을 둘러싼 정확한 사실, 비판에 대한 대안을 함께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사회복지 전문가의 입장이나 입양 관련 정책 연구자료 등을 살펴보면, 사회가 돌봐야 할 아동 권익 차원에서도 가장 먼저 해외입양을 국내입양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한다. 더불어 입양에 대한 인식 개선, 한부모 가정이나 미혼부모에 대한 지원, 입양가정에 대한 양육비 지원과 사후관리시스템 마련 등이 필요하다.

보복부 통계에 따르면 해외입양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2006년까지 누적된 국내입양은 전체 입양의 32.2퍼센트, 국외입양은 67.8퍼센트였지만 2015년에는 역전돼 국외입양이 35.4퍼센트, 국내입양이 64.6퍼센트였다.

현재 정부는 국내입양 우선추진제, 국내 입양가정에 대한 경제적 지원, 입양특례법 개정(2011년)을 통한 입양 준비와 사후 관리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이 사회가 전적으로 책임지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정책과 실행이 필요하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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