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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여론과 실제 통일은 별개일수도"민화위 심포지엄, 남북 교류협력 강조

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민화위)가 6월 1일 ‘한반도 평화체제’를 주제로 연 심포지엄에서 두 발제자는 남북 교류협력을 계속해야 통일의 기초가 쌓인다고 의견을 모았다.

   
▲ 김학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강한 기자
김학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동서 독일은 “1960년대부터 시작해 30년간 교류협력을 중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1970년대에 이르면 동서독 교류협력이 600만 명에 이르렀는데, 이 정도면 사실상 통일”이라며 “굳이 국가를 하나로 만들어야 하는가” 하고 물었다.

그는 “교류협력을 충분히 하고 누적되면 자연스럽게 통일된다”는 것이 독일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금강산, 개성공단 통해 이뤄진 48만 명의 교류가 피크”라며 “과연 우리가 100만, 200만이 왔다갔다할 교류협력을 할 수 있는지, 그에 대한 여론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1980년대 후반, 90년대 초 독일이 통일되던 무렵, “통일이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는 1퍼센트도 안 됐다”며 “통일 여론과 실제 통일이 이뤄지는 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임을출 교수(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지금은 기존 남북 합의가 모두 무효화된 위험한 상황이지만, 교류협력은 평화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 임을출 교수(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강한 기자
임 교수는 “지금 북한은 형태만 사회주의 국가지 내부는 이미 자본주의 국가”라면서 “교류협력하면 북한에도 그에 대한 수요가 생긴다. 지속되지 않고 일반화되지 않았기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류협력이 활발해지면 북한도 “지금처럼 막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교류협력은 북한의 군사행동을 억제하는 데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교회의 민화위는 6월 25일 한국 천주교가 지내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앞두고 거의 매년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교구를 순회하며 심포지엄을 열고 있으며, 지난해 수원교구에 이어 올해는 의정부교구 일산 성당에서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토론자로 백장현 한신대 초빙교수, 맹제영 신부(의정부교구), 의정부교구 소속 신자로 청년 연구자인 서한나 씨가 나섰다.

이어진 토론에서 백장현 교수는 “지금까지의 평화체제 논의는 평화협정 등 법적 측면에 치우치고 있다”며 “법적 평화는 정치적 협상의 결과이며 그 자체는 실질적 평화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NLL은 양측의 실질적 의지가 평화정착에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가톨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다”며, 2014년 미국과 쿠바가 적대관계를 끝내는 데 미국의 가톨릭 신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중재에 호응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맹제영 신부는 “2016년 10월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수도장상연합회, 정의구현사제단 등이 연대하여 국제카리타스를 통해 1차 모금액 4억 원 상당의 물품(바닥장판과 밀가루)을 북한에 긴급 지원하고, 2차 모금활동을 지속하여 지원한 사례는 한국 가톨릭교회 연대의 모범 사례”라고 소개했다. 맹 신부는 민족화해 사목을 발전시키는 데 한국 천주교의 모든 지체들이 연대하고 북한 교회와 교류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한나 씨는 가톨릭 고유의 장점을 살려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청소년, 청년대회 등 교류활동, 체험수기 공모전, 북한 음식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는 청년들 사이에도 분단을 바라보는 여러 시각이 있지만, “시선 차이마저도 자유롭게 공유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배울 수 있는 교류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새로운 평화체제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은 일반 참가자들의 서면 질문을 받는 식으로 계속됐다.

북한의 김정은 독재체제를 인정해야 하는지, ‘기도’ 외에 교회가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임을출 교수는 “남북관계가 너무 국내 정치화돼 있기 때문에 문제”라며 “정치인, 관료들이 북한 문제를 자신의 선명성, 정치적 위상을 위해 나쁘게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상 “북한은 괴물, 악마가 아니며 소통, 신뢰하면 대화할 수 있는 존재”라며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 중에도 임 교수는 “북한은 독재국가이며, 민족을 공멸시킬 수 있는 핵, 미사일을 만드는 나라라는 불편한 진실을 수용해야 한다”면서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평화체제를 향한 긴 여정에서 출발도 못한다”고 강조했다.

천주교가 각 본당에 설치하도록 권하고 있는 ‘민족화해분과’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서한나 씨는 평화 문제에 관심을 가진 청년들을 그들의 역할이 필요한 곳과 연결해 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매년 4월마다 한반도 위기가 있는데, 이때는 부활절이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교회의 긍정적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6월 1일 천주교 의정부교구 일산성당에서 열린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심포지엄에 참석한 신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강한 기자

민화위원장 이기헌 주교는 인사말에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남북 문제도 잘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 주교는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이 보낸 묵주를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그 묵주가 장식물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와 다짐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한반도는 평화협정을 맺고 평화체제를 이뤄야 할 때”라며 “얼마 전 주교님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몇몇 주교님들이 한반도 평화체제가 이뤄지도록 열심히 기도하고 교회의 역할을 다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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