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중 대주교, 성염 전 대사, 교황청 방문 뒤 귀국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청에 특사로 파견한 김희중 대주교(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일행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남북한 평화를 위한 지지를 호소하고 돌아왔다.

김 대주교와 동행한 성염 전 주교황청대사는 이번 특사 파견을 통해 한반도 평화, 남북한 화해를 촉구하는 교황의 목소리에 시민들이 귀 기울이게 만든 것이 성과라고 5월 29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성 전 대사는 특사 파견의 핵심은 “교황을 만나 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친서에 담긴 북한 정책을 개방적, 평화적으로 접근하는 대통령의 의중도 전달하면서 교황의 지지를 얻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미국과 북한의 군사적 충돌에 대한 걱정이 컸을 때, “주변 강대국이 모두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것을 저지하려는 시도는 교황의 입에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4월 29일 이집트 방문 뒤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의 미사일 문제가 1년 넘게 이어져 왔고 상황이 너무 뜨거워졌다며, 인류의 미래를 위해 언제나 외교,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성 전 대사는 이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나 선제타격 등의 논리가 아닌 평화와 타협, 협상을 말하는 교황의 말씀이 새 대통령의 귀에도 솔깃했고, 따라서 특사를 보내 교황의 말씀을 더 듣고, 대통령도 새로운 대북 유화정책으로 접근하고자 하니까 지지를 받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사 일행은 지난 5월 20일부터 교황청을 방문하고 27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돌아왔다.

주요 일정으로 우선 23일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만났다. 성 전 대사는 “약속된 시간은 15분이었으나, 45분 정도 한반도 문제에 대해 충분히 대화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정종휴 주교황청대사도 배석했다.

이어 특사 일행은 24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의 일반 알현 직후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했다. 성 전 대사는 (현지시간) 26일 새벽 성 마르타의 집에서 교황과 김 대주교가 미사를 공동집전한 뒤 다시 특사 일행과 만나 10분 가까이 대화했다면서, “아주 특별한 대우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르타의 집은 교황청을 방문하는 교회 인사들이 묵는 숙소인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뒤 전통적으로 교황들의 거처인 교황청 대신에 이곳에서 살고 있다.

▲ 김희중 대주교(가운데), 성염 전 주교황청대사가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천주교주교회의 홈페이지)

새 대통령이 취임 직후 교황청에 특사를 파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성 전 대사는 한국에서 천주교 성직자가 대통령 특사로 교황청에 파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유럽, 라틴아메리카 등에서는 교황에게 먼저 고위성직자를 보내 인사와 친서를 전한 뒤 교황을 만나는 절차가 예사”라고 말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 임기 중반인 2010년 현 정종휴 대사가 대통령 특사로 교황청에 파견됐으며, 제5공화국 초기인 1981년에는 대통령 특사로 유럽 순방에 나선 노태우 정무 제2장관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예방한 바 있다.

성 전 대사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경제제재가 아닌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 국민이 살아날 길”이라며, 이에 대한 교황의 호소를 특히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으로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하며 모든 것을 잃는다”면서 “적어도 가톨릭 신자들에게서는 ‘전쟁불사론’ 등 어리석은 말이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희중 대주교는 5월 2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파롤린 추기경에게 교황이 미국과 쿠바를 중재했던 모델을 우리도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한반도에 평화가 올 수 있도록,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고, 필요하면 교황청이 협력해 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파롤린 추기경은 이에 대해 모든 갈등에는 대화가 유일한 해결책이고, 힘들 때일수록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리 정부의 의사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잘 전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