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담긴 전례력을 따라 - 박유미]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에 의탁해서 '세계 평화'와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도록 요청하신 파티마에서의 성모 발현 100주년을 지내고 있다. 그리고 안팎으로 평화를 위협받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이 성모님의 메시지를 묵상하고 기도하는 순례기도가 이어지고 있다. '시대의 징표'에 따라 성모님이 전하시는 바의 의미를 찾는 노력들을 찾아보고자 하는 내게는 이 순례기도가 그런 노력의 하나로 전해진다. 이런 맥락에서 파티마 성모님의 메시지와, 신앙의 삶 안에서 성모님의 모습을 찾아 보고자 하는 노력으로 나왔던 '미리암의 노래' 묵상, 이스라엘의 미리암을 돌아보며 오늘 우리의 삶에 담고 따라야 할 성모님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전쟁과 테러, 불지옥.... 세상의 모든 죄와 폭력을 보여 주시며 회개와 기도를 요청하시면서도 결국 “나의 티 없이 깨끗한 성심이 승리할 것이다.” 하신 성모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리라!"(이사 2,4) 하신 말씀처럼 평화와 희망의 기쁨을 살아가도록 하느님을 향하고 그 뜻을 알아 응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총이나 그 어떤 무기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일깨우셨다.

1981년 교황 피습으로 파티마의 세 번째 비밀이라고 했던 폭력과 테러, 교황과 성직자, 그리스도인들의 희생에 대한 내용을 체험하면서 한편 그런 상황에서도 성모님의 도우심을 체험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더 많은 신자들이 이 성모님의 뜻을 묵상하고 따르며 의탁하도록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에 대한 의탁 기도'를 선포하였다. 우리가 담아야 할 구체적 청원이 담겨 있다.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저희가 악의 위협을 물리치도록 도와주소서.
오늘날 사람들의 마음속에 쉽게 뿌리 내리는 악들은 예상할 수 없는 결과로 이미 현대 세계를 짓누르고 있고 미래로 나아가는 길목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근과 전쟁에서 저희를 구해 주소서.
핵전쟁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자멸에서, 온갖 전쟁에서 저희를 구해 주소서.
갓 태어난 인간 생명을 죽이는 죄악에서 저희를 구해 주소서.
증오심에서, 하느님 자녀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에서 저희를 구해 주소서.
국내든 국제든 사회 생활의 온갖 불의에서 저희를 구해 주소서.
하느님의 명령을 무시하려는 유혹에서 저희를 구해 주소서.
인간 마음속에 있는, 하느님의 진리를 억누르려는 시도에서 저희를 구해 주소서.
선악에 대한 인식의 상실에서 저희를 구해 주소서.
성령을 거스르는 죄에서 저희를 구해 주소서, 저희를 구해 주소서.
오 그리스도의 어머니, 모든 사람의 고통과 온 사회의 고통이 담긴 이 호소를 받아 주소서.
개인의 죄, ‘세상의 죄’, 온갖 형태의 죄, 이 모든 죄를 성령의 힘으로 이겨내도록 저희를 도와주소서"

▲ '춤추는 미리암', 지거 쾨더. (이미지 제공 = 박유미)
공동선을 위해 움직이지만 무엇보다도 개개인의 존엄성, 생명 하나하나의 존엄성을 먼저 생각하는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과 같이,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거대한 정치, 사회적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진정으로 변화를 가져오는 힘은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의 변화와 회심으로부터임을 일깨우는 기도다.

우리 공동의 집 지구를 보존하기 위한 진정한 힘은 '생태적 회심'임을 강조하시는 것과 같은 의미다.

성모님의 가르침과 모범이 개인의 구체적 삶에는 어떻게 담겨 있을까를 찾는 노력에서 많이 언급되는 것이 '마리아'와 같은 이름을 가졌던 미리암의 모습이다.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시기에 가장 희고 아름답고 화려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또 그렇게 표현되었던 마리아. 하지만 그렇게 천상 어머니로서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여인들, 어머니들처럼 이 세상 안에서, 어느 시대 이스라엘에서 살아간 한 여인, 어머니였던 분. 그 모습을 찾고 연구하고 묵상하며 오늘 우리의 삶에 비추어 새겨 보려는 노력들이 시작된 것은 불과 몇십 년 되지 않았다.

"예언자이며 아론의 누이인 미리암이 손북을 들자, 여인들이 모두 그 뒤를 따라 손북을 들고 춤을 추었다.
미리암이 그들에게 노래를 메겼다. 미리암이 그들에게 노래를 메겼다.
주님께 노래하여라. 그지없이 높으신 분,
말과 기병을 바다에 처넣으셨네."(탈출 15,20-21)

성서 해석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한 사제화가 지거 쾨더는 이 순간을 강렬하게 그림으로 표현했다. 홍해 바다를 건넌 뒤 종살이에서, 그리고 드디어 죽음의 위협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부르는 찬미 노래와 춤. 어떠한 무기도, 준비도 없이 이끄심만 믿고 떠나온 길, 노인과 어린이들 모두와 떠나온 길에 체험한 하느님의 힘. 모세와 아론과 함께 이스라엘의 예언자이며 지도자였던(미가 6,4) 미리암이 손북을 들고 나서 춤추며 찬미 노래를 메긴다. 혼자서 훌륭하게 기쁨의 춤을 춘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춤을 앞서 시작하고 모두가 함께 기쁨은 누리며 찬미하도록 후렴구를 메긴다. 여인들이 춤추고 노래한다. "그지없이 높으신 분, 말과 기병을 바다에 처넣으셨네."

이집트에서의 종살이와 죽음의 두려움을 지나, 아무 것도 기약된 것은 없지만 하느님의 약속에 희망을 두고 마음에 울려 주시는 그분의 멜로디에 따라 노래하고 춤추는 미리암, 80을 넘은 나이에도 마치 활기찬 소녀처럼 젊게 보이는 미리암의 희망과 기쁨!!

▲ '슈투트가르트 시편', 시편 66 - 우리 물과 불을 거쳐 왔네. (이미지 제공 = 박유미)

미리암에 대한 책과 같은 제목의 '이스라엘의 미리암', 몇 년 전 독일에서 어느 성모의 밤 전례에서 부른 노래도 이런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사야서, 아가, 시편 등 구약과 신약 성서 안에서 마리아-미리암에 연결된 구절들을 단계별로 오늘에 비추어 돌아보며 묵상한 것을 가사로 노래한다. 노래로 더 많은 이들이 쉽게 그 의미를 마음에 담아 새겨 볼 수 있도록 한다.

후렴: 이스라엘의 미리암, 샤론의 장미
수많은 세기 동안 꿈꾸었네(이사야 말씀하듯)
우리의 평화가 새벽 동처럼 타오르기를
평화가 살구꽃처럼 피어나기를.

1. 나자렛의 미리암,/ 담 갈라진 틈에 있는 비둘기/ 우물 저 깊이, 저 깊숙이 귀기울여 듣는 숲,/ 저녁까지 무언가 물어보듯 스치고 지나가는/ 공기의 숨결 감지하는 침묵의 정원

2. 아인 카림에 있는 미리암, 타오르듯 환하게 몰려오는 그대의 노래/ 산과 계곡을 지나 세계를 꿰뚫는 그대의 노래,/ 가난한 이들에게‚ 너희는 홀로가 아니다!’ 말해 주는 노래./ 그대의 침묵을 깨뜨린 이, 그는 모두를 초대해.

3. 베들레헴의 미리암, 밤에 울리는 갈피리./ 목동과 천사들 또한 함께하네./ 동굴에서 뻗어 나오는 광채. 찬 서리와 바람을 막고/ 구유 안에 네 아기 잠들어 있네

4. 바닷가 아론의 누이 서 있던 그 자리에 미리암/ 손북을 치며 춤을 이끄네/ 새로운 노래? 아니 이미 지난 옛 노래?/ 이집트에서 지냈던 이는 그 폭력에 대해 알고 있다네.

5. 저곳 성전에 있는 미리암, - 그 아기 진정 그대의 아들인가?/ 묵은 질문 새로운 톤으로/ 솔로몬보다 더, 낯설지만 친숙한/ 하느님 친히 그대를 바라보지 않았던가?/ 미리암, 혼인잔치에 좋은 포도주 있었을 때/ 실은 그가 청함을 받았을 때 말했네. “부어라!/ 나의 때는 와야 할 때 오지만 내 사랑은 넘치게 주어지는 것이므로.

6. 예루살렘에서 그대, 그의 자취를 찾았네/ 단 세 시간 일식의 암흑을 통해/ 밤의 나락을 지나 아침 동이 터오고./ 그의 사랑은 죽음보다 강했기에

7. 새 시대의 별, - 밤이 지나가면,/ 수평선 너머 그의 표징이 있으면/ 그대 신부처럼 하느님의 장막으로 들어가리라./ 이스라엘의 미리암, 세계를 위한 여인!

오늘 우리 주변의 마리아는 누구일까?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 그렇게 오로지 하느님의 뜻을 향하고 응답하여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이루도록 도와주시는 마리아의 마음으로 오늘 우리가 기도하며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나의 삶은 어떤 가사로 채워진 노래가 될까?

https://youtu.be/rXxeIlibJYM - '이스라엘의 미리암', 2012년 성모의 밤, 쾰른 가톨릭학생 공동체 성가대 노래

 
 
박유미 프리랜서(수산나)
서강대 사회학과, 독일 본, Friedrich-Wilhelm-Uni. 종교사회학 전공, 가톨릭사회론 제1 부전공, '빙엔의 힐데가르트 성녀에 대한 시대별 반향으로 본 교회와 사회와의 관계 연구'. 학문과 일상생활, 교회 안의 신앙생활과 일상의 간격에 다리를 잇는 교육과 프로그램에 깊은 관심이 있으며 전례력과 성인들의 가르침에 담긴 사회적 배경 인식과 성찰을 통해서 사회교리의 보편성과 사회영성 일상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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