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광주 정신으로 정의로운 국민통합"

“세상이 좋아지긴 많이 좋아졌나 봐요.”

조성만의 아버지 조찬배 씨는 아내와 함께 TV로 기념식을 보다가 대통령이 아들의 이름을 부르자 눈시울이 뜨거워져 한참 먼 산을 바라봤다. 그는 “살다 보니 대통령이 애들 이름을 불러주는 때도 있구나”라며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통화에서 이름이 불린 다른 3명의 유가족과도 다 친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 이름이 불려) 개인적으로는 좋지만, 이름이 불리지 않은 다른 유가족들 생각도 났다고 했다.

오늘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본 국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에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적셨다.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5월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렸다. 민주화운동 유공자 유가족과 시민 1만여 명이 참석했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모두가 같이 불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1980년 오월 광주는 지금도 살아있는 현실”이며, “문재인 정부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 1987년 6월 항쟁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고 있다”고 연설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규명하고, 헬기사격까지 포함해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밝히고, 5.18 관련 자료의 폐기와 역사왜곡을 막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님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서도 “오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 5.18민주화운동의 정신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5.18과 세월호, 촛불시위 등을 연결시키며 국민의 생명과 사람의 존엄함을 하늘처럼 존중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가치라고 강조했다. 또한 "광주가 먼저 정의로운 국민통합에 앞장서" 달라고 부탁하면서 정의에 바탕을 둔 통합이라는 앞으로의 국정 방향을 내비쳤다.

특히 그는 “광주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며” 목숨을 바친 열사 ‘박관현, 표정두, 조성만, 박래전’의 이름을 불러, 더욱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 5.18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SBS뉴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이영선 신부는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도 여전히 감동으로 울고 있었다. 그는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으려면 사람 마음을 헤아려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 사람들의 마음을 잘 헤아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월호참사 이후 한국사회에서 상실된 공감능력과 인간성을 회복했다”고 덧붙였다.

이 신부는 “광주 사람들의 한을 이해하고 여러 사람의 아픔을 보듬을 줄 아는 대통령이 나와 아직까진 행복하다”고 했다. 또 “백남기 농민을 말하진 않았지만 같이 묻어 있는 거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해마다 5월 15일 조성만의 기일에 추모 미사와 그가 묻힌 광주 망월동 묘역 순례를 기획하는 가톨릭평화공동체 곽성근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로) 조 열사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젊음을 버리면서 외쳤던 것들이 잊히지 않고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설을 보고) “잊지 않고 29년을 기억했는데, 이제 정권이 바뀌면서 조성만 열사의 이야기가 나와 지나간 세월이 생각나 울컥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내년이 30주기인데 그가 투신한 자리(명동성당 교육관)에 표지석을 세우는 걸로 미안함을 대신하도록 도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조성만의 묘.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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