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만 29주기 추모 미사

사진 속의 조성만은 여전히 젊지만 그의 동지들은 이미 중년을 훌쩍 넘겼다. 그의 기일에 모인 이들이 죽는 날까지 조성만을 자신의 삶에서 부활시키기로 다짐했다.

이들은 5월 15일 서강대 예수회센터에서 조성만(요셉) 열사 29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가톨릭평화공동체와 가톨릭공동선연대, 정의평화민주가톨릭행동, 전국가톨릭대학생동우회, 서울대학교 민주동우회가 공동주최한 미사에 조성만의 아버지 조찬배 씨와 선후배 등이 참석했다.

조성만은 1988년 5월 15일 명동성당 교육관 옥상에서 ‘한반도 통일, 미군 철수, 군사정권 반대,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외치며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대 화학과 학생이던 그는 명동성당 청년연합회 소속 가톨릭민속연구회에서 활동했다. 1987년 6월 항쟁 시기에 반독재 투쟁에 참여했고, 그해 12월 대선에서 부정선거 논란이 크게 있었던 구로구청에서 투표함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저항했다.

신부가 꿈이었던 그는 유서 끝부분에 “지금 이 순간에도 떠오른 아버님, 어머님 얼굴 차마 떠날 수 없는 길을 떠나고자 하는 순간에 척박한 팔레스티나에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한 인간이 고행 전에 느낀 마음을 알 것도 같습니다”라고 남겼다.

▲ 조성만. ⓒ배선영 기자

▲ 5월 15일 저녁 조성만 29주기를 추모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배선영 기자

미사를 집전한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는 미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보면 추모미사는 미사 본연의 정신에 가장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사는 단순히 조성만을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부활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곧 미사를 통해 조성만 열사가 여전히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우리와 동시대 사람임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척박한 조국의 현실에서 자신의 온몸을 바친 조성만 열사의 삶을 죽는 날까지 우리의 삶에서 부활시키고 다부진 마음으로 싸워야 한다. 그러면 우리가 죽은 뒤에 누군가 우리를 추모해 줄 것”이라고 했다.

특히 미사에는 조성만이 투신하던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한 청년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 우연히 조성만을 알게 되고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는 24살 김서정 씨. ⓒ배선영 기자
4월 말경 김서정 씨(24)는 우연히 군산 터미널에서 조성만의 부모를 알아보고 인사했다. 김 씨는 인터넷에서 조성만을 알게 된 뒤, 관련된 책을 찾아보고 그를 존경하게 됐다. 그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조성만 열사는) 조건 없는 사랑을 몸소 실천한 헌신적인 분”이라며 사회복지사가 꿈인 자신에게 “좋은 밑바탕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군산에서 올라왔다. 조찬배 씨는 김 씨가 먼저 알아준 것에 기뻐하고, 특별한 인연에 감격해 했다.

한편, 가톨릭평화공동체는 5월 20일에 조성만이 묻힌 광주 망월동 묘역을 순례한다. 이들은 내년에 30주기를 맞아 그를 기억하는 이들과 함께 추모행사를 기획하려고 준비 중이다. 또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무성했던, 명동성당에 조성만 표지석을 세우는 일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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