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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영성
비판적 관망[박병규 신부] 5월 14일(부활 제5주일) 요한 14,1-12
박병규  |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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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5  12: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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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제자들의 마음이 산란하지 않기를 바란다. ‘산란하다’라고 번역된 그리스 말은 ‘타랏소(ταράσσω)’인데 심적 부담으로 인한 감정의 혼란 상태를 가리킨다. 제자들이 혼란스러운 건, 예수가 떠나가기 때문이다. 스승에 대한 상실감은 아버지를 뵙게 해 달라는 필립보의 말에서 더욱 강렬하게 드러난다. 제자들이 예수를 따랐던 것은 예수를 통해 아버지 하느님을 찾는 것이었고, 하느님을 찾아 이른바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함이었다. 예수가 떠난다는 건, 제자들이 설계해 온 삶의 지향을 꺾어 놓는 것이었고, 이 때문에 제자들은 허망하기까지 했으리라. 아버지를 뵙게 해 달라는 필립보의 말에서 ‘그러면 안 됩니다!’라고 예수의 수난을 거부했던 베드로의 외침이 떠오르는 건 우연이 아니다.

예수는 자신을 가리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한다. 예수 자신을 보았으면 이미 아버지를 보았다고도 말한다. 저마다의 지향과 의지가 뚜렷한 이들에게 예수는 마뜩잖다. 아직 더 보아야 할 게 있는데, 아직 바라는 게 있는데, 여기서 멈추고, 이것이 전부라고 말하는 예수에게서 느껴지는 상실감은 비단 필립보만의 것이 아니다. 오늘날 수많은 가치지향과 신념, 그리고 이념의 충돌 속에 제 목소리의 절대적 우위를 즐겨하는 현대인들 역시 상실과 그로 인한 또 다른 욕망 사이를 매일같이 떠돌고 있다.

   
▲ 새로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는 우리의 건조한 마음이다. ⓒ왕기리 기자

제자들이 혼란스러운 건, 제 의지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거부반응이다. 지금 현실 속에 버젓이 함께하는 예수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제 의지와 지향에 구속된 상태에 제자들은 놓여 있다. 예수를 제대로 보는 건, 아무래도 건조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리라. 일희일비하지 않는, 그래서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마음을 간직하는 게 예수를 아버지로, 아버지를 예수 안에서 발견할 수 있으리라. 요한 복음 내내 예수는 ‘공개적으로’, ‘분명히’ 당신이 곧 하느님 아버지임을 가르친다. 그 가르침은 이해하기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이해하지 않으려 드는 제자들과 군중들의 완고함 때문에 거부되고, 거부한 것을 두고 사람들은 ‘이해 불가’로 치부해 버린다.

새로운 대통령을 추종하는 이들, 소위 ‘문빠’들에게서 비현실적 파시즘을 목도한다. 제 목소리의 옳음을 위해 다른 목소리를 악으로 돌려세우는 문빠들은 문재인의 지지자가 아니라 문재인을 통해 제 알량한 신념을 자랑질하고픈 이들일 것이다. 아버지의 집에는 우리가 머물 자리가 많다. 제 자리만 찾는 이에게 아무리 많은 자리를 내어놓는다 하더라도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정권, 새로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비판적 관망이다.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는 우리들의 건조한 마음이다.

 
 

박병규 신부(요한 보스코)

대구대교구 성서사도직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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