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장영식

옥상 텃밭에 새싹들이 돋아났어요.
파릇파릇 새싹들을 보니 기분이 좋았어요.
땅을 박차고 나오는 새싹들 속에는
캄캄한 밤에 새벽을 기다리던 사람들
혹한의 삭풍에도 언 몸을 녹이며 봄을 기다리던 사람들
차디찬 바다 속 깊은 곳에서 햇빛을 기다리던 사람들
공장에서 쫓겨났던 검붉은 노동자들
민주주의 광장을 밝혔던 수많았던 촛불들이 있었어요.
긴 잠에서 깨어나 이제 갓 돋아나는 연약한 새싹들을
비바람에도 휘어지지 않고 다치지 않게
우리 함께 보듬고 키워 보아요.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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