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교황과 면담

프란치스코 교황과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가 두 나라 사이에 외교관계를 공식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이 공식 결정은 5월 4일 아웅산 국가자문역이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직후 내려졌다.

아웅산 수치는 군부독재에서 벗어난 첫 민선 정부에서 군부의 견제 때문에 "대통령"이 아닌 "국가자문역"으로 정부를 맡고 있으며 외교장관을 겸하고 있는데, 헌법에 군부의 권한이 크게 정해진 탓에 미얀마의 민주화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 교황청이 미얀마와 수교하기로 한 것은 군부독재 시절에 국제사회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되었던 미얀마가 국제사회에 복귀하는 한 상징이기도 하다.

피오네 초 주교(피아이 교구)는 이번 만남은 미얀마 가톨릭교회에 좋은 소식이라고 했다.

그는 <아시아가톨릭뉴스>에 “교회는 국가 건설, 특히 평화정착과 종교간 대화에 더 큰 발언권을 갖게 될 것이고, 그리하여 이는 교회뿐 아니라 다른 종교에도 진정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얀마 가톨릭수도자회의 회장인 마가렛 몽 수녀는 수치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다니 아주 자랑스럽다고 했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을 마무리하는 데 종교 지도자들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가 종교간 대화를 통해 평화를 건설하는 것을 포함해 우리가 수행할 수 있는 많은 기대가 있다.”

▲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왼쪽)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두 나라 사이에 외교관계를 공식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이미지 출처 = UCANEWS)

한편, 양곤대교구의 보 추기경은 최근 한 종교간 평화회의를 주최하고 거의 70년간 미얀마를 괴롭히고 있는 내전을 끝내고 평화를 촉진하자고 촉구한 바 있다.

수치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군부독재 하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때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았지만 막상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민주화 속도가 지지부진하고 특히 국제사회의 관심이 큰 로힝야 족에 대한 군사 토벌이 계속되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난 2월에 일반알현 때 로힝야 족을 위해 기도한 바 있다. 미얀마는 인구 대부분이 불교인인데 서부 방글라데시와의 국경지대에 사는 로힝야 족은 이슬람인으로서 상당수는 국적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들은 우리의 형제자매다. 이들은 오랫동안 수난을 받고 있다. 자신들의 전통과 이슬람 신앙을 지키려 한다는 이유만으로 고문 받고 죽임 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뉸와이 신부는 “로힝야 위기는 미얀마가 처한 유일한 문제가 아니고 (소수민족과의) 내전이나 빈곤, 교육, 보건 문제 등도 있으므로, 우리는 (로힝야 문제뿐 아니라) 종합적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피오네 초 주교는 지난 2월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도는 교황이 사랑에 가득찬 영적 지도자라는 것을 보여 준다고 했다.

“내 의견으로는, 교황이 기도할 때 ‘로힝야’라는 단어를 쓴 것은 국제사회가 그렇게 쓰기 때문이지만, 미얀마 사람들에게는 아주 민감한 단어다. 불법이주민과 대비되는 (합법적) 주민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로힝야”는 “로항의 주민”이라는 뜻으로, “로항”은 이들이 살고 있는 아라칸 주를 예전에 이슬람인들이 부르던 단어다. 2012년에 반 이슬람인 폭동이 일어나 수십 명이 죽은 뒤, 12만 명이 넘는 로힝야 이슬람인들이 난민수용소에 강제로 갇혀 있으며, 또한 수십만 명은 방글라데시로 넘어가 난민촌에 있다.

근래 미얀마에서는 불교 승려들이 이끄는 불교 민족주의 단체들이 커지고 있다.

미얀마에서 가톨릭은 전체 인구 5100만 명 가운데 70만 명이 있으며, 주교 16명, 사제 700여 명, 수도자 2200명이 있다.

기사 원문: http://www.ucanews.com/news/myanmar-catholics-welcome-diplomatic-ties-with-the-vatican/79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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