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나승구 신부

‘빈민사목이 변해야 한다.’

지난 4월 28일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설립 3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30일로 예정된 기념행사를 앞두고 위원장 나승구 신부와 만나 오늘날의 ‘빈민사목’에 대한 고민을 들었다.

나 신부는 최근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에 가장 중요한 사안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변화”라고 답했다.

“우리가 처음 빈민사목을 시작할 때는 철거민, 주거가 안정되지 않은 분들, 쫓겨나는 사람들, 살 곳이 없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만들고 사목현장으로 삼았지요. 지금은 그런 문제들의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같이 모여서 살 수 없게 됐고, 과거의 공동체적 모습이 많이 사라졌죠. 마을과 이웃이 파괴되고, 고시원, 쪽방, 비닐하우스, 옥탑방, 지하방으로 흩어져 흘러들었습니다.”

빈민사목위원회는 1986-87년에 서울 상계동 철거 사태가 큰 사회적 관심사가 되는 가운데 설립되었다.

‘지역이 변했고 사람도 변했다’고 그는 말했다. 오늘날의 빈민사목자들은 고시원 같은 곳을 전전하는 가난한 청년, 그리고 혼자 사는 가난한 노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한편으로, 나 신부는 “이제는 상대적 빈곤도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옛날에는 ‘빈민’이라고 하면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했지만, 이제는 ‘잉여’로 불리며 사람 취급받지 못하는 이들 전체가 빈민의 범주에 들게 됐다는 것이다.

▲ 나승구 신부(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강한 기자

30주년을 맞으며 ‘빈민사목’이라는 용어, 개념 자체에 대한 고민도 위원회 안에서 있었다.

“‘빈민’이라는 말이 주는 사회적 소외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빈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빈민으로 불리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나 신부는 ‘가난’은 “귀한 단어”라며, 그 말에는 “그렇게 살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가난을 쓸모없는 단어로 버릴 수는 없다”며, 빈민사목위 설립정신인 ‘가난한 사람에 대한 우선적 선택’은 가난한 사람을 구제, 자선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빈민’은 함께 가난해지고자 하고, 빈민사목을 원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얻은 명칭이지 누군가를 사회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가난을 말할 때 한없이 잘못하는 것이 그 사람을 ‘불쌍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라며 이는 “예수님이 가장 가난한 이가 되어 세상을 구원하셨다는 것을 잊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빈민사목위와 관련된 여러 조직에서 어떤 새로운 움직임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나 신부는 그런 것은 없다면서 “우리는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고 함께 사는 것”이라고 답했다.

위원회는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사는 원칙’, ‘가난한 사람들이 주인이 되는 원칙’, ‘공동체 운동’ 등 빈민사목의 5가지 원칙에 따라, “성과를 내는 사업은 오히려 자제하고, 주민들의 활동에 함께한다.”

나 신부는 전과 달라진 상황에 원래의 마음 그대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게 과제라고 덧붙였다.

현재 빈민사목위원회에는 7명의 전담 사제가 있으며, 금호1가동 등 5곳에 ‘선교본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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