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티에레스 신부] 4월 23일(부활 제2주일) 요한 20,19-31

성주간의 중심은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기념이다. 이번 주일의 말씀은 이 기념비적인 사건을 울려 퍼지게 한다.

평화와 사명

복음서의 저자는 예수님이 행했던 많은 징표들 가운데 몇몇 징표에 대하여 우리에게 말해 주려고 한다. 저자는 “이것들을 기록한 목적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여러분이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20,31)라고 쓴다. 믿는다는 것은 생명을 가지는 것이다. 신앙을 가진다는 것은 생명을 믿는 것이다. 요한에게 있어 모든 것은 체험, 예수님과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요한 1,35-39) 복음사가는 죽음을 극복했고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부활한 존재의 말과 행적을 목격한 증인으로 자신을 제시하고 있다. 이 증언은 제자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그들은 근심스럽고도 당황해 하면서 갈릴래아의 길가에서 예수님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스승을 믿는 것은 제자들에게 어렵고도 즐거운 여정이었다. 스승이 죽었을 때 그들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두려워했지만 오늘 요한의 구절이 우리에게 말해 주듯이, 주님은 그들에게 나타났다. 그분의 현존은 그들에게 평화를 가져왔으나,(요한 20,19-21.26), 또한 동시에 제자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주고 있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 20,21) 그들은 주님의 과제를 계속할 것이었다.

우리 역시 그 증언을 받았으며 동시에 평화와 사명도 부여받았다. 어떤 의미에서 부활한 주님을 직접 보지 못했던 토마스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을 성경 속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역시 그분을 보지 못했다. 예수님은 다른 제자들의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토마스를 꾸중한다. 사랑이 넘치는 비난이다;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요한 20,27) 예수님과의 만남이라는 체험을 신앙의 기초로 주장하는 요한은 오늘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예수님의 체험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고자 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증언이다. 주님의 복음은 한 세대로부터 또 다른 세대로 그리고 지금의 세대로 전해진 증언을 통하여 우리에게 오고 있는 것이다.

▲ 예수의 옆구리에 손가락을 넣는 성 토마스. (이미지 출처 = en.wikipedia.org)

살아 있는 희망

주님의 부활에 대한 증언은 생명을 믿는 사람들로 구성되는 공동체를 세우게 한다. 신앙을 갖는 것은 모든 사람의 필요에 따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이다.(사도 2,45) 그리스도교 신앙은 추상적 진리들을 선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리스도교 신앙은 생명을 갖는 것이며, 이 생명은 상호교통을 전제로 한다. 이 세계의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는 교회만이, 갖고 있는 것을 사람들과 나누는 이들에 의하여 만들어지고,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혹은 교회 공동체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고 느끼지 않는 사람들로 이루어지는 교회만이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사도 2,46) 성찬례를 기념할 수 있는 것이다.

부활한 주님이 우리에게 가져온 평화는 또한 과제를 수반하는데, 그것은 “생생한 희망”(1베드 1,3)에 의해 영감을 받는 사명으로서 상호교통하며 그러한 희망을 나누는 책임을 지는 것이다. 희망이 어떤 사람이나 백성에게서 죽을 때에는 어둠과 슬픔만 남을 뿐이다. 부활은 오직 기쁨 속에서만 선포될 수 있는데, 그 기쁨은 고통과 시련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으며,(1베드 1,6) 예수님의 많은 추종자들이 주고 있는 생명의 징표들을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우리는 고통과 시련이든 생명이든 이 모든 것들을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구스타보 구티에레스 신부
1928년 페루 리마 출생. 의대를 졸업한 뒤에 사제로 살기로 결단했다. 사제가 된 뒤에는 리마 가톨릭대학에서 신학과 사회과학을 가르치면서 리마 빈민지역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목을 했다. 대표적인 해방신학자로 빈민의 관점에서 복음을 증거해 왔다. 주요 저술로는 "해방신학"(1971)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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