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교구 부활 메시지 발표

4월 16일 부활대축일을 맞아 각 교구 교구장들이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 부활에 맞는 세월호참사 3년을 특별히 기억하고, 지난 사순절 내내 겪었던 탄핵 정국, 대선 등을 언급하며, 죽음을 이기고 희망이 되는 부활이 되기 위해서 예수가 온 삶으로 보여 준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 세상에서 그렇게 살아가자고 당부했다.

광주대교구 김희중 대주교는 이번 부활을 맞아, 개인과 공동체의 평화를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세월호참사 유가족을 기억하며, “희생자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의 슬픔과 연대 없이, 참사의 진상규명 없이, 우리 사회에 온전한 평화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남북관계의 오랜 갈등과 대립, 위태로운 국제관계, “정의가 아니라 힘의 논리, 군사적 대결의 논리에 따른 균형으로 평화를 유지하려는 시도는 인류의 공동선을 위해 기여할 바도, 기여할 수도 없다”며, “오늘날 평화의 정신은 특별히 사드배치와 관련된 주변 강대국과의 국제관계에서 더욱 긴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평화는 새로운 나라를 위한 바탕이며, 십자가와 부활은 평화를 위한 길이라면서, “우리가 예수님의 평화의 길을 함께 걸을 때, 우리 각자는 하느님과 깊은 일치를 이루고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찰 것이며, 그 길이 또한 세상의 평화를 위한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악으로 가득찬 시대에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는 일은 세상의 조롱과 비난, 협박을 받는 자리에 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관심과 폭력성의 노도에 맞서, 양심과 사랑을 증언할 때 발생하는 마찰이 빚어내는 빛과 소리가 세상의 눈과 귀를 하느님께 돌려 놓습니다.”

대전교구 유흥식 주교는 “회개와 사죄로 변화된 우리 사회에서 슬픔이 희망으로 변화되었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 희망이 있다”며, “3년 전 최소한의 준법과 양심으로도 살릴 수 있었던 귀중한 생명이 스러져 갔지만, 그 죽음 앞에 온 국민은 슬픔과 분노에 머물지 않고, 사회의 불의를 방관한 우리의 죄를 사죄했다. 그리고 더 정의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한 촛불을 밝혔다”고 했다.

유 주교는 그들의 죽음으로 드러난 세상의 악이 우리의 사죄와 사회의 근본적 변화로 이어질 때, 스러져 간 죽음이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15년 8월 팽목항에 세워진 세월호 십자가. 십자가 앞의 둥근 알은, 진실이 깨고 나올 '부활'을 상징한다. ⓒ정현진 기자

“통일을 대박이라 여기는 분들께 아주 조심스럽게 누구를 위한 대박인지 물어봅니다. 통일로 그런 일이 벌어질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북한 동포들은 우리 남한 기업의 매우 값싼 노동자 신세가 될 뿐 얼싸안을 한 나라 백성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통일은 오히려 촛불과 태극기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곳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산교구 배기현 주교는 지난 사순 겪었던 대통령 탄핵 사건과 그로 인한 국민 분열을 우려했다. 배 주교는 이른바 ‘촛불’과 ‘태극기’가 서로 남북 대치보다 더 무섭게 서로를 노려보는 현실을 보며, “문제의 근원으로 돌아가자, 정의와 진실을 향한 방법의 진정성을 되돌아보자”고 호소했다.

또 배 주교는 한국의 찢어진 현실보다 더 험악했던 이스라엘에서 예수는 당신을 박해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아버지의 용서를 청하며 죽음을 받아들였다며, “그렇다면 우리 신앙인은 무엇을 할 것인가. 십자가 외에는 보이지 않는 막다른 골목에서 신앙인답게 그 답을 부활하신 예수에게 묻자”고 청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도 세월호참사를 특별히 기억했다. 염 추기경은 “세월호참사 3주기가 되는 올해 부활대축일에 모든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끝없는 위로와 기도를 전하며,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며, “이 나라에 더 이상 무죄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생명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다가올 대선을 두고, “진정한 지도자는 혼자 변화를 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국민으로 하여금 변화를 이루게 만드는 사람”이라며,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공동선과 정의를 실천하며, 통합과 화해를 위해 노력하는 봉사자를 선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원교구 이용훈 주교는 “부활은 하느님이 직접 인간이 되어 세상을 구원하고 손상된 창조질서를 회복하고자 한 사건이며, 하느님이 인간에게 보여 준 최고의 사랑이고 최상의 선택”이라며, “그러나 여전히 부활에서 오는 빛의 신비를 깨닫지 못하고 죽음의 어둠에 잠긴 인간은 삶을 근심하고 걱정하는 비참한 처지에 놓여 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생에 대한 집착이 되어 더 많은 것을 누리기 위해 이웃의 당연한 몫을 빼앗는다”고 현실을 우려했다.

안동교구 권혁주 주교는 특별히 이번 부활대축일에 세월호참사 희생자들을 특별히 기억하고 함께 기도해야 하는 의미를 말하며, 예수의 부활은 무덤을 막은 무거운 돌도, 그 어떤 것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것은 밖의 힘이 아닌 예수 자신의 힘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라며, “예수 부활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던 유다인 종교지도자들의 이러한 어리석음이 죽음의 세력들에 의해 오늘도 반복되고 있지 않은지 눈여겨보자”고 말했다.

원주교구 조규만 주교는 “부활 대축일은 ‘희망’을 확인하는 날이며, 이 희망과 기쁨은 그 무엇도 우리에게서 빼앗아 갈 수 없다”며, “우리 주변의 많은 어려움과 어둠, 정치적 음모와 경제적 이기심, 사회적 분열도 우리의 희망과 기쁨을 빼앗지 못할 것이다. 기뻐하라”고 말했다.

인천교구 정신철 주교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아직도 그 진실이 묻혀 있음이 더욱 슬프다며, “그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기를 기대하며 기도한다. 진실의 은폐는 죽음이고 진실의 드러남은 부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주교구 이병호 주교는 “죽음을 이긴 예수의 부활은 특정 종교의 전유물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며, “영원을 향한 꿈을 가진 인간은 그 희망이 살아 있지 않으면 정신에 병이 들게 된다. 세상의 권력, 재산, 명예, 그 모든 것은 아침 이슬과 같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탄핵 정국에서 드러난 분열에 대해 “어떤 개인적 신념이 건전한 상식과 이성을 벗어나고 그것이 종교의 색깔마저 띨 때 얼마나 심각하게 길을 잃을 수 있는지 분명히 보았다”며, “종교도 이상과 사랑이라는 두 날개가 건강할 때, 개인과 공동체를 건강하게 할 수 있다. 이성은 지도요, 사랑은 힘, 이성은 핸들이며 사랑은 동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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