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케랄라의 성 토마스 성지

조스는 78살이지만 올해도 600미터 높이의 한 언덕을 꼭 오르려는 의지가 굳다. 73살인 처 메리큐티와 함께.

조스와 메리큐티는 인도의 케랄라 주에 있는 이 언덕을 지난 41년간 부활절 때마다 올랐다. 하지만 조스가 4년 전에 엉덩이뼈가 부러진 뒤로는 다시금 이 언덕 꼭대기에 오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다른 순례자들은 정상에 있는 성 토마스 성지로 가는 길에 놓여 있는 십자가의 길에 멈춰 서서 기도를 하지만, 조스는 자기와 처는 이제는 한두 군데까지만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한 해를 지낼 영적 양식으로 충분하다.”

다친 뒤로, 조스는 제대로 앉지도 못한다. “그래도 나는 도움을 받지 않고 제1처까지 걸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게 더 중요하다.”

말라야투르 힐은 페리야르 강이 휘감고 지나가는 곳의 숲이 우거진 언덕으로 그리스도인들의 순례지다. 특히 성주간에는 수십만에 이른다.

이곳 본당 신자인 무타토틸 토마스는 4월 9일 “이번 성지주일에 20만 명이 넘게 언덕에 올랐다”고 했다. “성목요일과 성금요일에는 60만 명에 이르는데, 이 언덕을 걸어 오르면 속죄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이곳은 말라얄람어로는 “쿠리수무디”라고 부르는데 “십자가의 언덕”이라는 뜻이다. 해마다 순례객이 3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은 성 토마스 사도가 52년에 케랄라에 왔을 때 이 언덕에도 왔다고 믿고 있다.

케랄라 주의 그리스도인 대부분은 (라틴 전례가 아닌) 이 전통을 따르는 이들로 정교회, 또는 동방가톨릭에 속한다. 케랄라 주 전체 인구 3300만 명 가운데 18퍼센트다. 성 토마스 그리스도인으로 불리는데. 동방가톨릭으로는 시로말라바르 전례와 시로말란카라 전례가 있다.

성지 담당사제인 하비에르 텔레캇 신부는 <아시아가톨릭뉴스>에 “이곳은 단순한 순례지가 아니라 이곳 교회의 가장 소중한 사도적 유산의 일부로 본다”고 했다.

무탐토틸 토마스는 해가 갈수록 순례자가 더 많아진다고 했다. 한번 왔다가 영적 체험을 다시 받고자 또 오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30년 전에는 지금보다 적었다.”

▲ 수천 명의 그리스도인이 케랄라 주에 있는 말라야투르 힐에 오른다. (이미지 출처 = UCANEWS)

십자가를 인 순례자들

여러 본당의 사람들이 걸어서 아주 먼 길을 온다. 일부는 몇백 킬로미터를 기도하고 십자가를 멘 채 걸어온다.

와야나드 지구의 벤조데에 있는 성 요셉성당의 샤지 엘라야다투 신부는 약 50명의 신자들과 300킬로미터를 걸어왔다.

이들은 걸으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형을 받기 전에 당했던 고통을 이해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그는 이 성지를 18년간이나 오갔다.

성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토니 파울로스는 많은 이들이 십자가를 지고 오르는데, 어떤 이들은 75킬로그램이 넘기도 한다고 했다.

"머리에 돌을 이고 가는 이들도 있다. 여자들은 빗자루를 이고 가는데, 그러면 머리가 더 굵고 길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전설

전승에 따르면, 토마스 사도는 케랄라에서 타밀나두로 가는 유명한 대상 통로를 따라 여행하던 중 적대적인 대접을 받았다. 이 때문에 그는 이 언덕 위로 달아나 여러 날을 머물렀다.

이곳에서 그는 한 우물 옆에서 기도했고 또한 발자국을 남겼다. 훗날 더 많은 유물들이 더해졌다. 순례자들은 이 유물들을 성스럽게 여기며 치유의 힘이 있다고 말한다.

토마스 사도는 이곳 언덕을 떠난 뒤 여행을 계속해서 지금의 타밀나두 주도인 첸나이 부근의 밀라푸르에 이르려 그곳에서 순교했다.

이 성지는 사냥꾼들이 처음 발견했으며 지역 주민들은 정상에 기름 등불을 밝히는 관습을 만들었다. 전설에 따르면 이 등불이 바람에 꺼질 때마다 한 염소 목동이 내려와 슬프게 울부짖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등불이 꺼진 것을 알고 올라가 등불을 다시 켰다고 한다. 지금도 순례자들은 깨를 들고 가서 염소들에게 먹인다.

퍼져 가는 명성

이 성지가 2005년에 국제 순례지로 지정되면서 순례자가 늘었다. 텔레캇 신부는 “이 성지는 세계에서 8곳뿐이고 아시아에서는 유일한 국제 순례지”라면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이 성지를 국제 순례지로 결정한 것은 이곳이 가진 사도적 중요성을 고려했음이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기사 원문: http://www.ucanews.com/news/pilgrimage-to-where-st-thomas-preached-in-india/78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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