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시작페이지로 즐겨찾기 기사모아보기 기사제보
 
2017.4.26 수 17:58
로그인 | 회원가입
교회
[전문] 수원교구 세월호 3주기 추모 미사 이용훈 주교 강론
편집국  |  editor@catholic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4.12  14:35:2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아래 이용훈 주교 강론은 원문이 아니라 현장 녹취를 푼 것입니다. - 편집자

친애하는 형제 여러분, 오늘 우리는 지난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참사 3주기를 맞아 무고하게 희생된 304위 영혼을 정중하게 추모하고 그 가족들을 위로하며 새로운 하느님나라가 이 땅에 임하도록 기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극히 자비하신 하느님께서 우리의 간절한 기도와 소망을 들어주시리라 믿으며 이 거룩한 추모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유교적 전통에서 공자 성현께서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3년상을 치르는 것이 자녀의 도리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꽃송이 같은 단원고 2학년 생때같은 자식과 가족을 하루아침에 잃고 3년이 다 되도록 사고의 원인과 이유조차 모르는 채 마냥 기다려야 하는 이 한 많고 기막힌 현실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 숨 쉬고 있는 상식과 예의를 갖춘 사람이라면 예외없이 희생된 영혼에게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을 것입니다. 그들을 바로 구출할 수 있었는데도 소위 적절한 황금시간대를 놓치고 차가운 바닷물에 희생당하게 한 것도 면목이 없는 일인데, 만 3년이 되는 이 시점에서도 합당한 예의를 갖춘 합동영결식조차 치러 주지 못하고 있으니 이런 산 사람들의 무례함과 무능력을 생각하면 그 서글픔과 죄송함이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것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난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체계가 이렇게 허술하고 엉망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수많은 생명을 앗아 간 이해할 수 없는 대형참사가 일어났는데도 정부와 국회, 사회 지도자 계층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며 무익하고 소득 없는 논쟁만을 일삼으며 3년의 세월을 허비했고, 세월호 침몰에 대한 진실규명이라는 말조차 금기어로 분류해 놓았습니다.

이러한 부조리한 정치 현실에 수많은 선의의 국민은 분노하며 진실은 결코 침몰할 수 없다고 촛불을 높이 들었습니다. 이런 비정상적 행태와 사태의 정점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무조건적인 충성과 아부를 일삼는 고위공직자 무리와 기업들이 있었다는 것이 온 천하에 드러났습니다.

결국 작년 12월 9일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선출된 권력기관인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가결되었고, 올해 3월 11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만장일치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하였으며, 3월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장 실질심사를 거쳐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습니다. 우리 국민은 이 일을 참담하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2014년 8월에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 우리나라 사목방문 중 세월호 가족들을 위로하시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특히 순방을 마치고 떠나시는 길에 여전히 가슴에 세월호 가족이 건넨 노란 리본 배지를 달고 계신 모습입니다. 기자는 교황님에게 종교가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에 대해 물었지만, 그분은 단호한 목소리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고통 앞에서 중립은 있을 수 없다고 힘주어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시대의 고통당하고 소외당하는 이들과 함께하시는 참 목자, 참 의인, 참 예언자의 감동적인 모습을 보았습니다.

천주교에는 성교회의 사회적 가르침과 교황님의 말씀에 따라서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특정한 정치 세력의 이념과 사상과 우편향 정치와 좌편향 정치 등 그 어느 편에도 결코 서 있지 않습니다. 진실과 거짓, 옳고 그름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쳐 주신 기준과 척도에 따라 박해와 순교를 각오하며 실천할 뿐입니다. 잘못된 인권유린, 생명경시, 환경파괴, 전쟁위협에 대해서 단호하고 일관된 주장과 입장을 교황청의 문헌, 주교단의 가르침에 따라 전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 76항은 교회는 “인간의 기본권과 영혼들의 구원이 요구할 때에는 정치 질서에 관한 일에 대하여도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정당하다”라고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나약하고 힘없는 이, 가난한 이, 고통받는 이들 편에 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교회의 사명이자 도리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신앙인이며 동시에 사회를 하느님의 나라로 변화시키고 물들일 책임이 있는 주체들이기 때문입니다. 생명이 존중받지 못하고 유린되거나 숨기려는 태도를 그냥 모른 체 넘기는 일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기에 늘 비난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 4월 7일 수원교구가 세월호 3주기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배선영 기자

우리나라는 1945년 해방 이후 70년 이상 비극적 남북분단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남북의 사상과 이념문제를 내세워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일부 극단적 보수 세력이 상식과 도를 넘는 언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보수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우선적으로 지키며, 사회의 질서와 법 제도를 존중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인간적인, 기본적인 인권과 정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향해 종북좌파라고, 국가를 위험에 부치는 불순세력이라고 근거없는 허위사실과 가짜뉴스를 만들어 선전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일부 가톨릭 보수 진영 신자들도 주교회의 총회 중에 나타나고, 여러 교구청에 나타나고, 험악한 문구의 플래카드와 태극기를 흔들며 폭력적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저는 광화문 촛불집회도, 시청 앞 태극기 집회도 그 외 어떤 시위와 집회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은 다양한 의견과 주장을 내세울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집회는 평화적이어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나 도를 지나친 구호와 언동은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소위 태극기 집회에서는 탄핵된 대통령을 무조건 지키고 구해야 한다며, 탄핵무효를, 국회 해산을, 헌법재판소 해체를, 검찰과 경찰 해체를 부르짖었고, 심지어 국가 비상 계엄령을 어서 선포해 종북 빨갱이들을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사의 인권유린의 극치를 보여 주었던 그 서슬퍼런 유신군사 독재시대로 돌아가자는 뜻입니다. 그들은 온갖 폭력을 휘두르며, 태극기를 손에 들지 않고 보행하는 무고한 행인들, 청년들, 여고생들을 걷어차고 뺨을 때리며 온갖 언어폭력과 모욕을 퍼부었습니다. 세월호 가족들을 위로하고, 세월호 희생자 미사를 집전하는 주교들과 사제들, 교우들, 그리고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고, 그 가족과 함께하는 사제들, 교우들을 불순세력으로, 좌파세력으로, 북한의 지령을 받는 앞잡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광화문에서 단식투쟁하는 세월호 가족들 앞에서 햄버거와 피자를 먹는 폭식시위를 벌이며, 시체 장사를 그만하라며, 단순한 해상 선박사고에 불과하다는 등 온갖 모욕적인 말을 쏟아냈습니다. 자식을 잃고 절규하는 세월호 가족과 고통을 나누고 진실규명에 참여하는 일이 어떤 이유로 종북이고 규탄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까. 왜 정부 당국은 3년간이나 세월호 침몰 진실을 감추려 하고 외면한 것입니까. 어둠의 세력은 언젠가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이런 몰상식적이고 반사회적인 의식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 지도자들, 이에 동조하는 이들이 사회를 교란하고 폭력을 행사한 일에 대해 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헌법질서를 어지럽히며 국가 전복을 시도하는 이들이 바로 좌파이며 불순세력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태도야말로 북한 정권을 이롭게 하고 온 국민이 피땀으로 건설한 대한민국의 질서와 평화를 통째로 파괴하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하느님의 도우심과 선의의 백성의 기도와 소망, 자발적으로 모인 촛불의 정신과 행동에 힘입어 국정농단의 몸통이었던, 선출된 최고 권력인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선고를 받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긴 침묵 속에 잠겨 있던 세월호가 인양되어 떠올랐습니다. 옛 경전에 하늘은 백성의 마음과 움직임을 통해서 진실을 보고 듣는다고 했습니다. 백성이 온몸으로 슬퍼하고 부르짖으니 하늘이 감동하였고 움직였습니다.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는 광화문에서 외친 1600만여 명의 민심의 소리는 결국 하늘을 감동시켰고, 드디어 어둠과 거짓의 장막을 찢고 빛과 진실을 인양하는 정의의 외침이 되었습니다. 천국에 있는 세월호 희생자들도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힘을 합해 힘껏 세월호를 들어 올렸다고 생각합니다.

처참하게 찢기고 파손된 채 옆으로 누워 있는 세월호의 그 모습은 지금 우리나라의 아프고 상처 난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습니다. 그렇게 염원하던 세월호 선체가 인양되었으니 이제는 수술대에 누워 있는 이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서럽고 억울하게 바닷물 속에 잠겨 3년간 떨어져 있던 아홉 분의 미수습자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한 점 의혹없이 낱낱이 밝혀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을 자신의 안위와 편의, 재물과 맞바꾼 사람들을 징벌하여 병들고 부패한 부분을 제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때입니다. 새 정부는 세월호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 그 가족을 위로하는 합동영결식을 예를 갖추어 엄숙하게 거행해야 합니다. 또한 분열되고 상처받은 우리 국민이 한마음 되어 서로 용서하고 화해함으로써 평화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5월 9일 조기 장미대선으로 새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대통령 후보들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며 귀 기울이십시오. 더 이상 우리 국민은 국민의 생명과 인권, 외침을 무시하고 외면하는 이기적인 세력, 소통과 대화를 단절하는 지도자를 결코 선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우리 국민은 불통의 정권이 보여 준 부패의 실상, 세월호참사와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우리나라의 민낯과 적폐를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뼈저리게 체험했습니다. 진정으로 우리 국민의 안전과 생명, 민생을 걱정하며 미래에 희망을 주는 후보를 이번 대선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국민을 하늘처럼 알고 섬기는 겸손하고 현명한 후보를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작년 10월부터 이 순간까지 우리 국민은 극심한 마음고생과 혼란의 격동기를 겪었습니다. 저는 지난날 우리 국민이 견디기 힘든 시련과 몸살을 겪은 만큼 우리나라가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민주사회로 나아가게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이제는 정치인들이 남북분단 문제, 과대망상적 이념과 사상을 앞세워 정치적 수단과 도구로 삼아 국민을 억압하고 분열시키는 구시대의 적폐와 행태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고 온 국민이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일치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를 고대합니다. 세월호참사로 희생된 무고한 맑은 영혼들이 하늘의 별이 되어 우리나라의 무궁한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기도하며 후원하고 지켜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주님께서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영원한 생명과 안식을 허락하시고 가족들에게는 위로와 용기의 은총을 내려 주시기를 빕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관련기사]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지금여기소개광고안내제휴문의찾아오시는길후원안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서울시 종로구 계동2길 26. 여흥민씨종중빌딩 201호 | 대표전화 : 02-333-6515 | 팩스 : 02-333-6513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준영
등록번호:서울아00818 | 등록연월일:2009.3.24 | 발행인 : 김원호 |  편집인 : 박준영 | mail to editor@catholicnews.co.kr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 생산한 저작물은 누구나 복사할 수 있으며, '정보공유라이센스 2.0:영리금지'에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