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이미지 출처 = Pixabay)

안과 밖

- 닐숨 박춘식

? 밖과 안은 왜 맞볼 수 없습니까
- 다행히도 유리병은 서로 봅니다
? 천주교회도 안팎이 있는지요
- 딱하게도 담벼락이 높습니다
? 그러면 교회 안에는 누가 있는데요
- 글쎄, 글쎄요
? 하느님에게도 안팎이 있습니까
- 응당 없습니다
? 왜 없나요
! 사랑이 넘치면 경계가 사라집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4월 3일 월요일)

‘박’씨 성을 가진 사람이 손가락질 받으면 그때는 ‘박’을 ‘밖’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건 닐숨의 주장이며, 우리나라의 첫 번째 ‘밖’은 저 닐숨입니다. 제가 성을 ‘밖’으로 쓰니까 이 땅에는 이런 성이 없다고 서류를 되돌려 줍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하느님에게 갑니다. 하느님께서는 저를 안팎으로 보거나 뒤집어서 보는 일도 없습니다. 제 꼬라지가 완전 폐품이고 어떻게 손 보아야 할지 모를 정도인데, 하느님께서는 “요런 걸 다듬어서 한번 닦아 볼까?” 하시면서 작은 일을 맡기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런 재미로 사십니다. 못 쓸 물건을 조몰락거리면서 쓸 만한 것으로 만드시는 재미로,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떠나지 않고 이곳저곳 고물상을 찾아다니십니다. “희망이 없어”, “그냥 죽고 싶어” 이런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도 지금 하느님 손안에 있으면서도 하느님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그때 하느님에게 “저를 버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5초라도 느끼도록, 주님, 이끌어 주소서!”하고 간절히 애원하면서 땅바닥이나 나무를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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