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안과 밖
- 닐숨 박춘식
? 밖과 안은 왜 맞볼 수 없습니까
- 다행히도 유리병은 서로 봅니다
? 천주교회도 안팎이 있는지요
- 딱하게도 담벼락이 높습니다
? 그러면 교회 안에는 누가 있는데요
- 글쎄, 글쎄요
? 하느님에게도 안팎이 있습니까
- 응당 없습니다
? 왜 없나요
! 사랑이 넘치면 경계가 사라집니다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4월 3일 월요일)
‘박’씨 성을 가진 사람이 손가락질 받으면 그때는 ‘박’을 ‘밖’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건 닐숨의 주장이며, 우리나라의 첫 번째 ‘밖’은 저 닐숨입니다. 제가 성을 ‘밖’으로 쓰니까 이 땅에는 이런 성이 없다고 서류를 되돌려 줍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하느님에게 갑니다. 하느님께서는 저를 안팎으로 보거나 뒤집어서 보는 일도 없습니다. 제 꼬라지가 완전 폐품이고 어떻게 손 보아야 할지 모를 정도인데, 하느님께서는 “요런 걸 다듬어서 한번 닦아 볼까?” 하시면서 작은 일을 맡기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런 재미로 사십니다. 못 쓸 물건을 조몰락거리면서 쓸 만한 것으로 만드시는 재미로,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떠나지 않고 이곳저곳 고물상을 찾아다니십니다. “희망이 없어”, “그냥 죽고 싶어” 이런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도 지금 하느님 손안에 있으면서도 하느님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그때 하느님에게 “저를 버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5초라도 느끼도록, 주님, 이끌어 주소서!”하고 간절히 애원하면서 땅바닥이나 나무를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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