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일 주교, 세월호, 대선, 민주주의를 말하다

강우일 주교가 강론과 강의록, 기고글 등을 묶은 책, “강우일 주교와 함께 희망의 길을 걷다” 출판을 계기로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회와 사회의 관계 그리고 세월호 등 사회 현안에 의견을 밝혔다. 

바오로딸에서 강 주교의 강론 등을 엮어 낸 것은 “강우일 주교와 함께 걷는 세상” 이후 두 번째로, 이번 책에는 지난 3-4년 간 제주교구장인 강 주교가 제주 4.3사건, 한반도 평화, 탈핵과 생태 문제, 세월호 등에 대한 강 주교의 생각이 담겼다.

“교회의 관심은 특정 이슈, 정치적 문제뿐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문제다. 인간 전체가 교회의 관심사고 예수의 관심사였다. 특히 예수가 사회에서 밀어내고 관심을 주지 않는 이들에게 다가갔던 것처럼 교회와 신자들의 관심 또한 그것이어야 한다.”

강 주교는 혼돈 속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을 다시 외치는 한국사회에 교회가 어떤 말을 건네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인간 삶의 모든 문제가 교회의 문제이며, 우리 앞의 모든 사안에 대해 예수의 시선과 마음으로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며, “미리 대원칙을 정하는 것은 우리의 주제를 넘어선 것이며, 모든 순간 앞에서 스스로에게 묻고 답해야 한다”고 답했다.

▲ 강우일 주교. 그는 "끊임없는 비난과 저항에도 언젠가 하느님나라를 완성해 주실 것이라는 꿈을 먹고 살자"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또 이른바 ‘사회교리’를 배우는 것을 넘어 살아 내기 위해서 교회와 신자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가까운 주변뿐 아니라 사회 전체와 집단에 우리의 사랑을 확산해야 한다. 또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눈과 귀를 열고 공부하고, 전문가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회 전체를 불의한 구조로 몰고 간 것은 바로 ‘전문가들’이며,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용인한 것은 바로 국민”이라며, “국민들이 더 공부하고 눈을 부릅뜨고, 세상 구석구석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 주교는 제주 강정 해군기지 완공 이후 강정 주민들의 싸움이 끝났다거나 진 것이 아니냐며 안타까워 하는 반응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이번 책을 위해 제주 강정 해군기지 반대 싸움 10년의 소회를 따로 기록했다. 이 책에서 강 주교는 “강정의 싸움은 끝난 것인가”라는 물음에, “최첨단 군사기지가 그곳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할 일이 더 뚜렷해졌다”고 답한다. 그리고 해군기지 반대 운동은 단순히 군사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평화의 가치를 알리고, 평화를 위해 일하는 지구촌 사람들과 연대하며, 평화의 방법과 수단을 찾으며 화합하고, 평화의 구체적 징표를 이루는 것”이라고 썼다.

“(현대사회의) 국방과 안보는 다국적 군수사업체, 군인들의 애국심, 정치 지도자들의 안보 의식에 따라, 천문학적 금액이 사람을 죽이는 데 투입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진정한 안보인지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정치 지도자들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여론을 만들어야 한다.”

▲ 강정 평화대행진에 참여한 강우일 주교. 쌍용차 해고자들과 함께. (지금여기 자료사진)

강 주교는 특히, “무엇이 ‘안보’이며, 어떻게 평화가 가능한가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참된 평화는 무기로 이룰 수 없다”는 교회의 가르침을 상기하면서, “지금 전쟁이 벌어진다면 핵전쟁이다. 그 끝에는 책임질 사람도, 방법도 없는 공멸”이라면서, “더 이상 ‘안보’의 문제를 정치 지도자들에게 맡겨서는 안 되며, 각자 안보가 무엇인지, 평화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인양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녹슬고 상처투성이가 된 세월호 선체를 보며, 세월호 가족들의 마음이 저 모습일 것이라고 느꼈다는 그는,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단된 세월호 특조위가 재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촛불집회(의 모든 과정과 결과)는 민주주의 역사의 새로운 도약이며, 역사의 큰 흐름이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이 아니라 각자 입장과 처지가 다른 ‘백성’ 각자가 인정과 존중받는 사회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른바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서로 대립하고 대치했지만 그것을 뛰어넘어야 한다며,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민주주의며, 아주 적은 수의 백성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맥락해서 강 주교는 앞으로 50여 일 남은 대선에서 “정치적 거래와 타협, 협상이 아닌, 후보 각자의 인생 궤적을 들여다보고, 정치공학에 앞장서는 이가 아니라 작은 이들도 염두에 두고 보듬을 수 있는 사람인지 살피고 선택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 2014년 7월 25일, 광화문 세월호 가족 단식농성장을 방문한 강우일 주교. 그는 교황 방한을 앞두고, "눈물 흘리는 이들을 내쫒고 전례를 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여기 자료사진)

올해부터 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강우일 주교가 위원장을 맡은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관장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약자 중의 약자인 농민 사목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종자 보존과 GMO 문제”를 꼽았다.

그는, 무엇보다 먹을거리와 그것을 생산하는 농민이 고유한 사명과 보람을 되찾아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토종 종자의 보존과 먹을거리를 왜곡하고 조작된 상품으로 만드는 GMO, 다국적 기업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농업이 사는 길은 국민들에게 바르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힘들더라도 노력하는 것과 그 과정에서 소비자와 거리를 좁히고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라며,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