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티에레스 신부] 3월 26일(사순 제4주일) 요한 9,1-41

우리는 성주간으로 다가가고 있다. 성주간은 죽음과 무엇보다도 생명의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주간이다.

예수님은 해방하고 있다

요한 복음의 9장은 요한 복음서 전체에서 가장 중요하고 잘 구성된 부분들 중 하나다. 태어날 때부터 소경인 사람, 그래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늘 구걸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서 예수님의 제자들은 이 사람의 불행에 누가 책임이 있는가를 묻는다. 욥과 에제키엘의 경우에도 불구하고 가난과 질병이 죄에 대한 징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은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 지배적이었다. 주님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손을 묶고 있는 그러한 개념으로부터 해방되고 현실을 직시하도록 한다. 즉, 그 사람이나 그의 부모들이 책임이 없다는 것이었다.(요한 9,3) 아프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은 그들을 더욱더 깊은 곤경 속으로 밀어 넣는다. 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 그들의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적절한 방법을 취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우리는 고통을 신으로부터 오는 징벌로 생각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한다. 죄는 인간의 현실이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열렬히 용서하고자 하는 하느님을 믿고 있다. 우리의 하느님은 사랑의 하느님이며 그분이 거부하는 것, 즉 오늘날 대부분의 우리 백성들이 살고 있는 비인간적 상황을 합리화하는 징벌의 하느님이 아니다. 우리로 하여금 이 편협하고 이기적인 해석으로부터 벗어나게 함으로써 예수님은 생명과 사랑의 하느님을 보여 준다.

▲ 예수가 소경을 눈 뜨게 하다.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참으로 눈먼 사람들

예수님은 앉아서 구걸하던 소경의 눈을 뜨게 한다.(요한 9,8) 왜곡된 종교적 관점으로부터의 해방에 예수님은 이처럼 못 보는 것을 보게 하는 해방을 덧붙인다. 요한은 이 사건이 일으키는 거친 논쟁을 거리낌없이 보여 주고 있다. 논쟁이 진행되는 동안 날 때부터 소경인 사람은 자신을 인격체로 깨닫고 주님께 대한 신앙에 눈을 뜬다. 백성들의 지도자들은 온갖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하여 일어난 사건들을 부정하려고 애쓴다.(요한 9,13-21) 이외에도, 치유가 안식일 날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도자들은 율법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일어난 일은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므로 예수님은 죄인이다.

예수님으로부터 치유된 그 사람은 전혀 다르게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그는 “저는 눈이 멀었는데 이제는 보게 되었다는 것은 압니다”(요한 9,25)라며 자신의 체험으로부터 시작한다. 반대자들은 더 완악해져서 그 사람을 더 공격적으로 심문한다. 일어난 일에 너무나 매달려 있는 그들을 보면서 전에 소경이었던 사람은 그들에게 비꼬며 물음을 던진다: “당신들도 그분의 제자가 되고 싶습니까?”(요한 9,27)

매일같이 앉아서 자선을 구하며 손을 뻗치던 이 소경이었던 걸인에게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제 그는 일어나 서서 그들과 똑같이 메시아의 출현을 보지 못하는 백성들의 지도자들과 논쟁을 하고 있다.(요한 9,30-33) 점점 더 그는 예수님을 이해하게 된다. 처음에 그는 예수님을 “그 사람”(요한 9,11)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서 그는 보기 시작하고 이어 예수님을 “예언자”(요한 9,17; 또는 에페 5,8-14)라고 말한다. 모두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취급했던 사람이 외친다; “주님, 저는 믿습니다.”(요한 9,38) 하느님은 어린 다윗을 선택했던 것처럼(1사무 16,10-13) 거룩한 행위를 드러내기 위하여 이 사람을 택한다. 소경이었던 사람과 주변의 사람들은 벌주는 하느님의 개념으로부터 해방되고 있다. 눈을 보게 된 그는 인간 존재로서 성장하며 마침내 신앙의 선물을 받게 된다. 예수님의 해방을 그저 그렇고 그런 일로 축소시키는 것은 해방의 의미를 죽이는 것이다. 그 어떤 것도 예수님의 사랑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는 것이다.

 
 
구스타보 구티에레스 신부
1928년 페루 리마 출생. 의대를 졸업한 뒤에 사제로 살기로 결단했다. 사제가 된 뒤에는 리마 가톨릭대학에서 신학과 사회과학을 가르치면서 리마 빈민지역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목을 했다. 대표적인 해방신학자로 빈민의 관점에서 복음을 증거해 왔다. 주요 저술로는 "해방신학"(1971)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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