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가톨릭 가르침 집대성, 교리 연구의 기초

고금리 대부업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은 무엇일까? 성경에 나온 것처럼 지금도 이자를 받는 것은 죄일까?

▲ 한국어판이 원본으로 삼은 “덴칭거” 독일어판 원서 44판 표지. (사진 제공 =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천주교 주교회의가 2000년 가톨릭교회의 공식 가르침을 한 데 모은 “덴칭거” 한국어판을 “신경, 신앙과 도덕에 관한 규정, 선언 편람”(약칭 “신경 편람”)이라는 이름으로 3월 20일 냈다.

3월 23일 주교회의에서 책임 번역을 맡은 수원가톨릭대 교수진이 “덴칭거”에 대해 소개했다. 번역진을 구성하고, 탈고까지 전 과정을 맡은 심상태 몬시뇰(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장), 곽진상 신부, 황치헌 신부, 박현창 신부, 박찬호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 수원교구 이성효 보좌주교가 참석했다. 수원가톨릭대 교수진은 지난 2003년에 덴칭거 번역을 발의한 뒤 작업을 주도했다.

박찬호 신부(수원가톨릭대)는 책을 보니 중세 이전부터 현대까지 꾸준히 문제가 된 것이 고리대금이었고, 신학자들도 이를 성매매보다 나쁜 것으로 여겼었다고 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이자는 너무나 당연하다. 이에 대한 교회의 사회교리는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박 신부는 고리대금을 예로 볼 수 있듯 각각의 사안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에 시대적 상황이 어떻게 반영되는지 역사적 맥락에 따라 볼 수 있는 것이 “덴칭거”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신경편람”은 초판을 낸 독일의 신학자 하인리히 덴칭거(Heinrich Denzinger, 1819-1883) 신부의 이름을 따서 통칭 “덴칭거”로 불린다. 초판은 1854년에 나왔다. 그 뒤 2014년에 제44판이 나오기까지 초기 교회부터 이어 온 가톨릭교회의 신앙 고백문, 교황과 공의회, 교황청의 중요한 문헌을 해제와 함께 엮은 자료집이다.

▲ “덴칭거” 한국어판 표지. (사진 제공 =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덴칭거가 5판까지 증보판을 낸 뒤 7명이 더 편집 작업을 했는데, 그 중에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크게 기여한 신학자 카를 라너도 있다. (시간이 갈수록 새로 나오는 문헌들도 포함되니 “덴칭거”의 분량도 점점 늘어난다. 올해 5월에 나오는 45판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기 문헌까지 들어 있다.)

한국어판의 원본은 제44판(독일어)이며, 2세기부터 2009년까지 발표된 650여 문헌이 담겼다. 양이 방대한 만큼 번역 작업이 10년 넘게 걸렸다. 번역은 광주, 대구, 서울가톨릭대 교수들, 주교회의도 참여했다.

황찬호 신부는 1차 번역을 한 뒤 라틴어 원문과 대조하며 재검토를 하느라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미 번역된 문헌들도 새 성경에 맞춰서 다시 작업했다.

곽진상 신부는 용어를 통일하기 위해 오래 논쟁했고, 단순히 쉬운 말이 아니라 원문의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학자들이 연구하고 논문을 쓸 때 통일된 용어를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작업의 가치를 설명했다.

주교회의는 “덴칭거”를 가톨릭 신학 연구자의 필수 참고서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덴칭거”가 신학자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교황과 공의회의 공식 선언이며 따라서 그리스도교 가르침의 확고한 근거 자료가 된다고 강조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과 “가톨릭교회 교리서”에도 여러 번 인용됐다.

교회 문헌을 연대순으로 정리하고 간략한 배경 설명과 관련 문헌도 함께 보여 주는 “덴칭거”는 신앙과 도덕에 관한 교회의 공적 가르침을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사회교리에 관한 교황의 가르침이 ‘새로운 사태’, ‘사십주년’, ‘팔십주년’, ‘노동하는 인간’, ‘백주년’으로 이어진다.

▲ 3월 23일 주교회에서 "덴칭거" 한국어판에 대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배선영 기자

‘마르틴 루터의 주장에 대한 판결’, ‘트리엔트 공의회 의회 교령’,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와 루터교 세계연맹의 ‘의화 교리에 관한 합동 선언문’은 루터교에 대한 가톨릭의 입장이 어떻게 변하고, 어떻게 화합에 이르는지 보여 준다.

게다가 ‘주제별 내용 색인’을 이용해 다양한 교리 주제에 관한 가톨릭 교리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색인은 계시, 창조, 죄와 구원, 교회와 교계제도, 전례, 종말 등으로 분류했으며, 각 주제를 세분화하고 핵심 명제와 근거가 되는 문헌의 항 번호를 더했다. 색인만 184쪽이다.

“덴칭거”는 크게 ‘제1부 신앙고백’과 ‘제2부 교회 교도권의 문헌’으로 나뉜다.

제1부는 신앙고백문인 ‘신경’의 원형으로 전해 내려오는 31개 단편을 소개했다. 2세기 신앙 고백, 사도 신경, 성 아우구스티노 저서에 인용된 양식, 6-8세기 여러 전례서에 실린 양식들이다.

제2부에는 제4대 교황 클레멘스 1세(서기 96년경) 서한부터 제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마지막 회칙 ‘진리 안의 사랑’(2009)까지 문헌 618편이 실렸다. 21차례 세계 공의회 문헌, 주요 성월과 축일 제정에 관한 공식 문헌, 교회가 공인한 신앙 고백문과 선서 양식도 포함된다. 그밖에 개신교 초기 인물과 근대 사상에 대한 판결, 지역 교회의 사안에 관한 교황청 답변, 라틴아메리카 주교단의 총회 결의문도 들어 있다.

총 1728쪽, 12만 원이며 주교회의에서 살 수 있다.

“덴칭거”를 오늘날 신학에서 어떻게 활용할지는 5월 10-11일에 수원가톨릭대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서 더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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