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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학 - 의미를 아는 지혜[몽글이의 과학다반사]

암호학(cryptography)은 정보를 숨기고 숨긴 정보를 해석하는 모든 분야다. 암호학은 정보의 속성과 인간의 욕망을 잘 표현해 주는 학문이다. 먼저 정보란 인간에게 가치를 가지고 있다. 정보를 통해 인간의 생각, 행동에 영향을 주고 무엇을 믿어야 할지 무엇을 믿지 말아야 할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의 믿음 혹은 신념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의 종합적 결론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암호학은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정보는 전달이 주된 목적이지만 정보의 가치에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알기 원하는 정보가 있고 반대로 자신이 원하는 대상에게만 전달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소위 정보화 사회라는 지금 우리 삶에 얼마나 암호학이 적용되어 있고 암호학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의미를 생각해 본다.

암호는 정보를 감추고 이를 해석하는 모든 활동이다. 만약 감추기만 원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없애 버리는 것이다. 정보를 암호화(encryption)하는 이유는 원할 때 다시 복원하여 정보로 되돌리기 위한 즉, 복호화(decryption) 과정을 위해 필요하다. 암호로 감추어진 정보를 다시 정보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암호화된 자료와 함께 암호화를 어떤 방법으로 했고 어떻게 하면 풀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암호화된 자료들은 바로 내용을 알아낼 수 없다. 그러나 암호화에 쓰인 방법을 통해서 풀어내면 복호화된 내용은 의미 있는 정보가 되는 것이다. 정보를 감추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는 학문이 바로 암호학이다. 암호로 만드는 방법을 위해 언어학이나 수학 그리고 최근에는 물리학의 원리까지도 적용한다.

단순히 정보를 감추는 것 이외에도 암호는 다양한 장점을 가지게 된다. 먼저 데이터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받아 볼 자격이 있는 이들만 볼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데이터의 전달 과정에서 위조 혹은 변조가 되었는지 알 수 있는 도구가 된다. 만약 암호화 과정에서 최초 전달자가 자신만의 특정 고유값을 가지고 암호화를 한다면 중간에 누군가 복호화하고 암호화하여도 최초 전달자의 고유값을 알지 못한다면 데이터가 변질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보내고 받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보내는 사람은 받는 사람이 잘 전달 받았는지 알 수 있다.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은 이미 약속된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대방에게 더 이상 보낼 필요가 없다면 암호화 방법을 변경하면 된다. 이런 장점으로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보다 복잡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 디지털 세상에서만 암호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인터넷 주소를 보면 어떤 주소는 http:// 이기도 하고 어떤 주소는 https:// 로 시작한다. "s"는 "secure"란 뜻으로 위에서 설명한 암호화가 적용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쇼핑몰에 들어가서 쇼핑을 하는 동안 자신이 원하는 상품 키워드 주문을 하기 위해 입력하는 주소, 전화번호와 같은 개인정보들이 있다. 만약 쇼핑몰이 s 가 붙어 있지 않다면 암호화가 되어 있지 않고 내가 입력하는 정보는 암호화되지 않은 상태로 상대방 쇼핑몰까지 정보가 전달된다는 이야기다. 그게 무슨 문제일까 생각할 수 있지만 만약에 자신의 컴퓨터와 쇼핑몰 사이에서 전달되는 데이터를 모두 훔쳐볼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암호화되지 않아 바로 알아낼 수 있는 정보들이 누군가에 의해 알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https:// 로 시작하면 나와 쇼핑몰만 알고 있는 방법으로 내가 입력한 정보가 암호화되고 알 수 없는 내용으로 쇼핑몰까지 전달되고 쇼핑몰은 복호화를 통해 내가 입력한 정보를 받아 보게 된다. 전달되는 과정에서 정보를 훔쳐도 암호화된 내용뿐인 것이다.

그렇다면 암호화는 정보를 정말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허가 받지 않은 이는 볼 수 없는 완벽한 암호화가 존재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암호학은 기본적으로 감추는 것만큼 풀리는 것 또한 목적이기 때문에 최소한 허가받은 이가 풀 수 있다는 것만으로 완벽한 암호학은 존재할 수 없다고 반증하고 있다.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듯이 완벽한 보안을 뚫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 보안을 다 통과할 수 있는 이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를 훔치고 싶다면 암호화된 정보를 복호화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허가 받은 이들을 통해서 얻어 내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전자키로 된 도어락을 열기 위해 여러 번 시도하는 것보다 집주인의 전자키를 복제하거나 훔치는 것이 가장 빠르다. 결국 암호화는 뚫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좀 취약한 부분을 줄이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향이다.

디지털 세상에서만 암호학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오래된 암호학은 언어학적 비유다.

예수께서는 이런 여러 가지 비유로,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복음 말씀을 설교하셨다.(마르 4,33)

   
▲ 예수와 말씀 모자이크. (이미지 출처 = Pixabay)

예수님의 말씀뿐만 아니라 성경의 많은 부분은 비유가 많이 쓰이고 있다. 직접 이야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 표현을 통해서 억압을 받기 때문일 수도 있다. 비유의 구조를 ‘알아들을 수’ 있는 이들은 예수님의 표현에서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주 느슨하게 암호화된 구조이지만 암호화의 방법을 예수님의 평소 생활이나 행동 등을 통해서 예수님이 지칭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추측하고 그 추측으로 다른 비유에 적용하여 암호화 방법과 구조를 알아내는 것이다. 비유는 그만큼 오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도 많지만 반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 만큼 의미가 다가올 것이다.

대부분 인간의 삶은 이런 아주 느슨한 암호학의 방법이 적용된 세상이다. 단지 인터넷 세상은 그 암호학의 방법을 좀 더 치밀하고 정교하게 만든 것이다. 암호학은 자신이 원하는 이에게 원하는 정보를 전달하고 싶은 인간의 사회적 활동의 가장 기본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과학이다. 만약 예수님의 평소 행동과 생각을 잘 이해하고 있는 제자였다면 뜬금없이 던지는 비유에도 무슨 뜻인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 기록이나 성경의 내용을 통해서 감추어진 내용을 찾아가는 영화에서는 항상 박학다식한 주인공이 나온다. 세상의 지식을 잘 이해하는 것은 암호화된 다양한 대상에 어떤 암호화 규칙이 적용되었는지 알아내는 지혜를 찾는 과정이고 그 규칙을 적용해 자신에게 의미를 가지는 정보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세상은 다양한 암호로 이루어진 곳이며 예수님의 말씀처럼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이해할 수 있다. 암호학은 세상의 숨겨진 다양한 정보를 풀 수 있는 좋은 도구임을 생각해 보게 된다.

 
 
몽글이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컴퓨터를 통해 통찰하고 싶은
과학을 사랑하는

곰 닮은 과학도.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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