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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쇄신의 과제 2. 주교직(교구장) 선출과 임기제도교회의 민주화-근본적 정체성 회복의 길 6

중국교회의 주교 선출

지난 9월 8일 중국 남부 귀저우(貴州)교구 부주교로 서품된 샤오 쯔량(바오로) 주교는 교황청 승인을 받은 주교로 교구장 유고시 자동 승계권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샤오 쯔량 주교는 지난해 10월 교구사제단, 신자 대표단 그리고 다른 대표자들에 의해 선출되었고, 애국회 부주석이 승인했다고 한다.평화신문 2007년 9월 16일자. 한마디로 교구의 사제, 평신도 그리고 주민과 중국정부에 의해 선출된 주교를 교황청이 추인했다는 내용이다. 사실 중국교회는 교황청 승인 없이 주교를 선출한 경우가 많아 중국정부와 교황청의 대립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추후 교황청에서 비밀리에 주교품을 추인한 경우가 많다. 이번 귀저우 교구 주교서품을 교황청이 공적으로 승인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중국정부와 교황청과의 화해의 문이 열리고 있다는 표시다. 또한 일방적인 교황청의 주교임명권도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는 유보될 수 있고 또한 지역과 상황의 특수성 안에서 자율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교회의 자유를 바로 옹호하고 그리스도인들의 선익을 더욱 적합하게 더욱 효과적으로 증진하기 위하여, 거룩한 공의회는 앞으로 주교 직무를 위한 선출, 임명, 추천, 지명 등의 어떠한 권리나 특권도 국가 권위에 더 이상 양보하지 않기를 바란다.”주교들의 사목 임무에 관한 교령「주님이신 그리스도」20항. 여기서 “바란다”라는 교령의 선언은 선출직의 가능성을 표시했다고 본다. “오직 교황청만이 주교를 선임한다”라고 하지 않고 세속권의 개입을 허락하지 말라는 완곡한 표현 저변에는 주교직이 교황청에 무조건 예속된 것이 아니라고 필자는 이해한다. 주교직은 지방교회, 민족과 국가의 교회에 봉사하는 성직이기에 그 민족, 국가와 연관은 필연적이며, 주교선출 과정에서도 그 지방, 민족, 국가의 의견 또는 선출행위를 무조건 막을 수 없다는 의미도 있다고 본다.

비밀리에 선임되는 한국교회의 주교

한국교회의 경우 주교 선임문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지 일반 평신도뿐만 아니라 교구 사제들도 전연 모른다. 교황청의 발표문을 보고 알 뿐이다. 항간의 소식은 후보자 몇 명을 추천하여 형식적인 여론조사를 비밀리에 한 다음 최종적인 낙점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해당 교구 주교와 교황대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뿐만 알려져 있다. 고해 성사의 비밀처럼 비밀리에 이뤄지는 주교 선임문제는 투명성과 공개성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사회와는 역행하는 것이다. 더구나 교구 신자들과 사제들의 보편적인 의견과는 무관하게 선임된 주교는 사목자들의 위상을 점검하는 데 큰 문제점을 안게 된다.

한국교회는 교구장 주교로 임명되면 75세까지 그 자리가 보장되기 때문에 40대에 주교로 선임되면 30년 동안 그 자리에 있게 된다. 오늘의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어서 5년만 지나면 대부분의 정보와 지식이 바뀌거나 개선된다고 한다. 그래서 각 사회의 지도자들은 5년만 지나면 리더십의 한계점에 도달하고 교체된다고 한다. 장기 독재자가 민주사회에서 거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십 년간 교구장 자리를 유지하는 주교는 자신은 물론 교구 신자, 사제들도 이 문제를 재고하고 개혁적 의지를 표현해야 한다.

이러한 교구장 임기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자는 움직임조차도 없는 안타까운 교회 현실에서 필자는 17년 전 주교회의 공식잡지인 <사목>에서 부분적으로 제안된 내용을 발견했다. “1960년대 교의신학 교수 한 분이 주교직을 언급하면서 교구장은 꼭 임기제로 선출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교수는 미래를 내다 본 것이다. 1984년 천주교 200주년 사목회의 때도 교구장 임기제가 언급됐지만 이 문제는 진지하게 논의되지 못하고 다시 묻혔다. 세계의 정치문화가 변하고 있는 지금 교구도 수도원의 모범을 따라 교구장 임기제를 통한 교회 특유의 민주적 공동체를 이룩해야 한다.”함세웅, “교회쇄신을 위한 근원적 성찰”, 「사목」, (1990년 1월호), 132쪽.

공동체의 의견에 따라 선임되었던 초기교회 전통

장기 권력-종교든 사회든 국가든-의 병폐는 너무나도 크다는 것을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더구나 민초들과 무관한 권력은 역사발전과 쇄신의 장애가 될 뿐 아니라 평등, 정의, 인권과는 거리가 먼 사회이다. 교구장 선출문제, 임기문제는 교회법과 교황의 뜻이기에 현행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이것은 불변의 교의도 아니고 진리도 아니다. 사도들의 후계자이기에 종신적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비약이다. 오히려 초대교회 주교는 공동체의 의견을 따라 선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톨릭의 일치를 위해 교황의 의도에 맞는 주교를 선임한다는 논리는 이해될 수 있지만, 전세계 천주교 신자 중에 99.9%인 평신도와 사제들의 의견수렴 과정이나 선임방법 없이, 다만 교황청의 의지 속에 임명되는 교구장 주교 문제는 반드시 재고되고 바뀌어야 한다.

교구장 임기 10년 정도면 충분

중국교회의 주교 선출과 추인문제가 민주주의 사회의식 속에 생활하는 하느님 백성에게 더욱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것은, 이것이 시대의 요청이고 성숙한 교회 위상을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교구장 임명 나이는 65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농담의 소리가 저변에 흐르고 있는 이유는 75세까지 10년 이상 교구장직에 있지 말라는 교회 민초들의 염원이 실린 말이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만기 전에 교구장직을 사임한 주교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지금도 보내고 있다. 교구장 임기, 선임문제에 대한 의제들이 과연 현직에 있는 주교들의 고뇌 속에서 자리하고 있는지, 그리하여 문제 제기라도 가능한지는 선뜻 긍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제들이 교회의 쇄신과 민주화를 위한 화두가 되어 한국교회 역사의 흐름 안에서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안승길 2008.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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