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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영성
미제레올 사순절 단식의 보[삶이 담긴 전례력을 따라 - 박유미] 2017/18 "네가 있어 내가 있다"
박유미  |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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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7  13:3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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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Laudato Si(찬미를 받으소서)
이미지 : "2017/18 네가 있어 내가 있다”(Ich bin, weil du bist), 키디 쿠비리, 나이지리아. ‘가장 가난한 곳을 돕는다’는 취지로 설립된 독일 주교회의 제3세계 원조재단, 미제레올에서 만든 2017/18 사순절 제대 걸개그림(Fastentuch). (음악 및 이미지 제공 = 박유미)

천 년의 전통, 그 뜻을 오늘에 살려서

부활을 향해 몸과 영혼을 정화하고 보속하는 시기, 사순절 동안 독일어권 교회에서는 아직 많은 교회가 여러 형태로 부활의 영광, 구원사를 표현하고 있는 “단식의 보”(Hungertuch)라고 하는 큰 그림을 제대부에 걸어 놓는다. 천 년이 넘은 전통이다. 격변기였던 중세 중기, 혼란한 사회 상황에서 인간이 되어 오신 하느님의 사랑을 다시금 되돌아보고 따르기 위해 엄격한 금욕을 강조하는 수도원 개혁운동이 일던 1000년 경에 몇몇 수도원에서 시작되었다 한다. 원래는 ‘눈(보는 것)의 단식’으로 제대부와 회중석 사이를 큰 걸개로 가려서 사순절 육체적 단식만이 아니라 미사 때에 제대와 성변화를 모두 보지 못하고 귀로만 듣도록 하는 “영적 단식”의 표현이었다고 한다.

   
▲ 15세기에 사용된 '단식의 보'. 성서를 읽지 못하는 신자들, 가난한 이들을 위해 '보는 성서'로서 구원사를 보여 주는 그림들이나 신앙생활에 귀감이 되는 성인의 생애를 그림으로 채웠다. (이미지 제공 = 박유미)
단순히 보라색, 또는 마직 천으로 가렸다가 점차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를 주요 모티브로 해서 창조로부터 그리스도 재림까지 성서를 읽지 못하는 신자들(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이들의 성서’, ‘보는 성서’로서 성서의 구원사를 보여 주는 그림들이나 신앙생활에 귀감이 되는 지역 성인의 생애를 그린 그림으로 채웠다. 이 전통이 점점 퍼져 가며 14-15세기에 들어서면서는 모든 성당으로까지 일반화되었다. 종교개혁 이후에는 가톨릭 지역에서 이 전통이 보전되어 왔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제대부와 회중석이 분리되지 않고 라틴어가 아닌 모국어로 미사를 드리며 제대를 가리는 걸개로서 ‘단식의 보’ 기능은 사라졌지만, 1976년 미제레올에서 현대적 의미에서 옛 전통을 새로이 살려 ‘단식의 보’를 제작하면서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출신의 예술가들이 참가해서 격년으로 제작하며 유럽인들에게 낯선 문화에 있는 사람들의 삶과 신앙에 대한 통찰을 갖게 하는 것이다. 현대적인 그림에 중세의 전통을 담아 온전히 그리스도의 고통을 성찰하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새로운 점은 굶주림과 가난함에, 또한 가난한 남쪽 지역 사람들의 문화적 영적 풍요에 연결한다는 것이다.

   
▲ 케른텐 성당의 단식의 보. 플뢰의 클라우스 성인의 관상 그림을 바탕으로 '자비'를 묵상하는 그림. (이미지 제공 = 박유미)
예술은 아름답게 보이는 그 이상이다. 그것은 바로 공동의 삶을 형성하는 요소이며 인간의 깊은 본질로부터 나와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예화들로 보편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대화의 장소다. 남반부와 북반부를 모두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와 서구 문화, 영성 간에 다리를 놓을 수 있었다.

미제레올에서는 이렇게 가난한 나라의 예술가들과 함께 하는 공동작업으로 ‘단식의 보’ 전통을 살리며 ‘진정한 발전’을 위한 활동을 연결하였다. 예술, 문화를 통해 ‘진정한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식 추구에 자극을 주고 방향을 정하는 데에 도움이 되게 한 것이다.

수십 년 세월이 흐르며 미제레올의 ‘단식의 보’는 이제 많은 그리스도교회에서 사순절의 확고한 구성 요소가 되었다. 그렇게 인상적이고 다양한 그림언어로 가난한 이들, 약한 이들 그리고 한계 지워진 이들(Ausgegrenzte)과의 연대를 증거하며, 늘 특히 사순절 기간 동안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우리 자신에 대해 또한 우리 삶의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 '자비와 정의', 1998년 미제레올 단식의 보. (이미지 제공 = 박유미)

2017/18 단식의 보는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주제로 독일 거주 나이지리아 작가인 키디 쿠비리의 작품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찬미받으소서"를 생각하며 나이지리아에서 서로 다른 근원에서 나란히 흐르다가 수도 바로 위에서 하나로 만나는 두 개의 강, 베누에와 나이저를 연상했다고 한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전혀 다른 성격의 두 강이 나이지리아를 풍요롭게 이루어 주듯이 인종, 언어, 종교, 문화, 성.... 근원도 다르고 성격도 전혀 다른 존재들이 분명히 분리되어 있지만 함께, 가까이 다가가며 힘을 주고 연대하는 것을 표현했다. 황폐한 자연, 자연재해, 쫓겨나는 난민들, 테러로 고통받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나라의 수많은 고통받는 자연과 고통받는 사람들....

잠시 머물러 이런 모습들을 먼저 그려 보며 이 단식의 보를 보고 느껴 보자. 그리고 떠오르는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 보자. 어떻게 다가가 연대할 수 있는지? 이 사순절에 자연과 이웃에 어떻게 무엇으로 나의 사랑과 책임을 실천할 수 있을지?

 
 
박유미 프리랜서(수산나)
서강대 사회학과, 독일 본, Friedrich-Wilhelm-Uni. 종교사회학 전공, 가톨릭사회론 제1 부전공, '빙엔의 힐데가르트 성녀에 대한 시대별 반향으로 본 교회와 사회와의 관계 연구'. 학문과 일상생활, 교회 안의 신앙생활과 일상의 간격에 다리를 잇는 교육과 프로그램에 깊은 관심이 있으며 전례력과 성인들의 가르침에 담긴 사회적 배경 인식과 성찰을 통해서 사회교리의 보편성과 사회영성 일상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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