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부터 매주 수요일 평화 미사.... 천주교 적극 연대

“한국천주교 수도자들도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무기가 아닌 대화’를 ‘전쟁이 아닌 평화’를 촉구하는 평화행동에 함께하고자 합니다.”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남녀 수도자들이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를 위한 행동에 연대할 것을 선언하고 매주 수요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평화 미사와 기도회’를 연다고 밝혔다. 앞서 14일 정의구현사제단도 원불교 철야 연좌농성 지지 성명을 냈다.

경북 성주 소성리 평화계곡 성당에서 첫 미사가 봉헌된 3월 15일, 남녀 수도회는 성명을 내고, “불법으로 강행되는 사드 배치는 원천 무효”라며, “사드 배치와 관련한 모든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사드배치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군사, 경제, 외교상 더 심각한 안보 위기이며, 군사적 궁지, 막대한 경제적 피해, 자주적 외교역량 약화를 불러온다”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며 강행 배치하는 무기체계 하나가 가져올 파장을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가. 탄핵된 박근혜 정부는 국가안보 의지도 내팽개쳤고, 그 결과는 한반도의 끔찍한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시민들이 지키고자 하는 평화는 성주만의 것이 아닌 대한민국, 한반도 평화와 직결된 문제”라며, “한반도 사드배치 철회를 위한 원불교의 철야 농성을 지지하며, 평화행동에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 3월 15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1시 평화계곡 피정의 집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가 봉헌된다. ⓒ정현진 기자

“신냉전시대 진입을 알리는 최첨단 무기의 도입이 한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하며, 동아시아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습니다.”(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17.3.9.)

정의구현사제단은 사드배치에 대한 주교회의 입장을 인용하며, 정부당국에는 사드배치 불법 강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평화세력을 향해,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세력의 의지를 광화문에서 소성리로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소성리 평화계곡(예수성심시녀회 피정의 집) 성당에서 봉헌된 미사에는 남녀 수도자와 마을 주민, 성주 성당 신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미사를 집전한 황동환 신부(왜관 베네딕도회)는 “재난이 닥쳤을 때, 나라를 지킨 것은 지도자들이 아닌 착한 국민들이었다”며, “정책결정자들의 작태로 대한민국이 또 다른 국난에 빠져들었지만, 그들에게 기댈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나서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켜 내자”고 말했다.

미사를 마친 뒤, 참가자들은 십자가를 앞세우고 묵주기도를 하며 집회가 열리는 소성리 마을회관 앞까지 행진했고, 사드배치 부지 입구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는 원불교 성직자, 신자들과 만나 함께 기도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와 기도회는 매주 수요일 오후 1시 소성리 평화계곡 피정의 집 성당에서 봉헌되며, 미사 뒤에는 묵주기도 행진을 한 뒤, 마을회관 앞 수요집회에 참여한다. 또 마을회관 앞에 천주교 상황실을 만들어 운영할 예정이다.

▲ 사드부지인 롯데골프장 입구에서 철야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는 원불교인들과 만나 함께 기도했다. ⓒ정현진 기자

“별고을(성주)에 사드 안 돼! 사드는 미국으로, 평화는 이 땅으로”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는 사드배치 예정지 롯데골프장에서 약 2킬로미터 떨어진 마을이다. 이 마을은 원불교 2대 종법사이자, 평화의 성자로 추앙받는 정산 송규 종사 생가가 있는 원불교 4대 성지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원불교는 사드 철회와 성주 성지를 지키기 위한 대책위를 세우고, 3월 11일부터 롯데골프장 입구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연좌농성을 벌이는 롯데골프장 입구에서 사드배치 부지에 이르는 길은 정산 종사가 태어난 소성리에서 김천을 거쳐 전라도로 넘어간 구도길이기도 하다. 원불교 성직자와 신자들은 ‘군사지역’이라며 경찰을 동원해 막고 있는 길을 열어 달라고 요구하는 동시에, 지난 6일 오산 미군기지에 운반된 사드 발사대 2기와 일부 기기를 성주에 들여오지 못 하도록 밤낮으로 감시하고 있다.

원불교 강해윤 교무는 “이 길은 소성리 주민들이 늘 다니던 길이며, 삶의 터전이고 이동을 보장받아야 할 길”이라며, “성주군이 관리하는 도로를 지정되지도 않은 군사시설이라는 것도 불법이다. 이곳에서 끌려가고 짓밟히더라도 종교인으로서 끝까지 기도하고 사드를 막아 낼 것”이라고 말했다.

▲ "별고을에 사드 안 돼" 소성리 마을회관 앞 수요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 ⓒ정현진 기자

오후 2시부터 열린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는 300여 명의 마을 주민과 연대 시민들이 모여 “아름다운 별고을에 사드는 안 된다. 한반도 어디에도 사드는 들어올 수 없다”고 외쳤다. 소성리에서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매주 수요일 집회를 이어왔다. 3월 15일 현재 성주군청 앞에서는 246일 째 매일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으며, 김천역 앞 촛불 집회도 207일을 맞았다.

“성주만의 문제라면 이사 가면 그만. 하지만 이것은 한반도 전체의 문제”

집회에는 대구와 성주지역 신자들도 참여했다. 성주 성당 김길상 씨(다니엘)는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힘들지 않지만 정부의 거짓말에 화가 난다”며, “제대로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지도 않고 국민을 바보 취급한다. 이 나라 세금으로 미국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 말이 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를 향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잘못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고, 집회를 통해 옳은 목소리를 모으는 것이라는 그는, “사드는 김천,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가 정의, 평화를 위해 적극 나서 주기를 바란다. 이 문제에 나서지 않는 것이야말로 정치며, 유신”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김원정 씨(베로니카)도 매일 성당 교우들과 촛불집회에서 차 봉사를 하고, 투쟁위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지역민들 생활의 피해 차원에서 걱정했지만 공부를 하면서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안보가 아니라 무기사업이고 장사라는 것이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주에 배치한다는 이유가 주민수가 4만 5000명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적은 수는 국민이 아니고 사람이 아닌가”라며, “알리고 설득하는 과정 없이, 설명회조차 자료도 없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도망치듯 가 버렸다. 정부의 불통이 가장 큰 문제고 화가 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대선 후보들은 사드배치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분명한 투표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평화미사를 시작하고, 남녀 수도회가 연대를 선언한 것에 대해서도, “사실 그동안 교회가 적극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해 속상했지만, 공식 연대를 표명하니 힘이 난다. 늘 정의와 평화를 이야기하는 교회가 이제 행동으로 나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마을회관 앞 사드반대 조형물. ⓒ정현진 기자

전 대구대교구 정평위 사무국장 이용우 씨는 “그동안 교구 차원에서 적극 결합을 하지 못했지만, 성주와 김천 지역의 신자들은 여전히 열심히 집회와 사드반대 관련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현재는 대책위에서도 빠져 있는 등 교구의 미온적 대처가 아쉽지만 미사를 시작한 만큼 적극 연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성주 사드배치 반대운동은 지난 대추리나 강정과는 조금 다르게, 소성리 한 마을의 차원을 넘어 성주와 김천 전 지역 차원에서 결합하고 있다며 긍정 평가했다.

한편, 15일 오전에는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종교계와 학계, 시민사회와 대선후보 700여 명이 참여하는 ‘사드 배치 강행 중단을 촉구하는 비상 시국회의’가 열렸다. 천주교에서는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남녀 수도자, 정의구현사제단, 정의평화 가톨릭행동,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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