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이 나라의 주권자로서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루어낸 민주주의 역사 한 운데에 서 있습니다. 국민 모두가 진실과 정의를 향해 걸어온 긴 여행을 끝냈다는 기쁨과 동시에 미래에 대한 염려를 내려놓을 수 없기에, 여성 수도자로서 하느님 나라의 진정한 실현을 위해 변화된 삶을 꿈꾸게 됩니다.

우리는 사회의 정의와 진실을 바로 세우기 위하여 저마다 촛불을 밝혀들고 모여든 자리에서 체험했던 따뜻하고도 놀라운 연대감을 꼭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흩어져 있던 가족이 모이고, 낯선 이들과의 경계가 열리고, 세대의 벽이 허물어지고, 오직 평화와 공동선을 위해서 모두가 하나 되었던 새로운 관계를 경험하였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기억을 결코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오늘이 참된 평화와 정의가 시작되는 날이 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서로 사랑하고 화해하고 용서하고 연대하며 일치를 이루어 함께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이제 기도와 눈물과 탄식으로 틔워 낸 민주주의의 싹이 꺾이지 않도록 더 이상 우리 안에 분열과 미움과 다툼의 자리를 허락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분열의 아픔을 서로 보듬고, 상처 난 자리를 서로 치유해주며 함께 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정의와 진실의 새싹이 더 큰 평화와 화합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물을 주고 햇볕도 쪼여주고 바람도 막아주며 소중히 키워갔으면 좋겠습니다.

그 작은 시작을 위하여 우리 수도자들이 먼저 회심하겠습니다.

세상의 정의가 또다시 흔들리지 않도록 항상 깨어 지키겠습니다. 무관심과 분리의 벽 저편에 안주하지 않고, 세상 속으로 나아가 가난하고 힘없는 이웃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 모든 국민이 하나 되어 이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깊고 간절한 기도를 바치겠습니다.
자녀의 미래를 품어 안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지나온 고통의 역사를 사랑으로 보듬으며,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의 생명을 치유하고 돌보겠습니다.

2017. 3. 14.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회장 이영자 프리스카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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