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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개탄스러운 반응, 그 전화위복?[장행훈 칼럼]
장행훈  |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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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4  10: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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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저녁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사저로 돌아왔다. 4년 전 18대 대통령으로 청와대 주인이 된 지 1476일 만이다. 그는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화제를 모으고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탄핵으로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난 대통령이란 불명예스런 기록을 역사에 남기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은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판결을 받은 뒤 이틀하고도 일곱 시간이나 청와대를 떠나지 않고 머물다가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12일 저녁 7시 넘어 부랴부랴 청와대를 떠나는 소란을 피웠다. 그러나 소란은 여기서 그칠 것 같지 않다. 그가 삼성동 사저에 돌아온 직후 발표한 헌재 판결에 대한 입장표명 발언 파장 때문이다.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예상과는 달리 밝았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이때까지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파면 결정에 대해 아무 논평을 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해 많은 억측과 비판이 난무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집 안으로 들어간 지 얼마 뒤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씨로부터 건네받은 그의 헌재 판결 소감을 기자들에게 발표했다. 헌재 결정 후 삼일 만에 나온 박근혜 씨의 첫 반응이었다. 평민이 된 박근혜의 헌재 논평은 짧았다: “저에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습니다.” 딱 네 마디였다.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말은 없었다.

언론과 여론의 반응은 실망과 분노와 불안이 뒤섞인 비판이었다. 네 마디 논평은 한마디로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과 앞으로의 저항이 응결된 투쟁의 선언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넘어 미래를 향한 국민 통합을 갈망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무지하고 무능한 권력광의 복수극에 참여해서 나라를 다시 둘로 갈라 놓자는 선동에 찬성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저에 들어간 뒤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씨의 헌재 판결 소감을 기자들에게 발표했다. (이미지 출처 = MBC뉴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TV로 헌재 재판 광경을 보면서 탄핵기각이 선포되기를 기대하고 있던 박근혜는 11시 21분 이정미 소장 권한 대리가 8 대 0 전원일치로 “대통령 박근혜의 파면을 선포한다”는 주문을 읽자 믿을 수 없다는 듯 누군가에 전화를 걸어 사실을 확인해 봤다는 보도다. 지금도 자기는 결백하다고 믿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복수전에 참여해 줄 것을 지지자들에게 호소한 박근혜였다. 이것이 박근혜가 스스로 밝힌 자신의 현실인식이다.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실현되기 어려운 '이집트 탈출' 기적이다. 그런데도 그런 기적을 믿고 국민을 지도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니 스스로 대통령의 자격은 갖추지 못했음을 온 국민 앞에 몸으로 선언하고 있는 것 같다.

<SBS> 방송이 조사기관 칸타 퍼블릭에 의뢰해 11-12일 이틀간 전국 성인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14일 발표)에 의하면 헌재의 박근혜 파면 결정에 대해서 “잘한 결정이다”가 85.1퍼센트로 압도적이었고 “잘못한 결정이다”는 응답은 10.7퍼센트에 그쳤다. 모든 연령대에서 잘했다는 응답이 많았으며 특히 40대 이하에서는 긍정 평가가 90퍼센트를 훨씬 넘었다. 20대는 무려 94.45로 사실상 100퍼센트에 근접했다. 특검에 대한 평가도 “공정했다”가 72.5퍼센트로 “불공정했다”는 18.5퍼센트보다 훨씬 많았다.

따라서 헌재 결정에 대한 박근혜의 실망이나 분노의 감정은 개인적으로 동정할 수는 있지만 대통령을 지낸 정치인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선동적” 발언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13일 아침 중앙일보는 “박근혜의 불복 ... 나라 두 동강 내려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헌재의 탄핵을 당해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도 청와대에서 사흘을 버티다 12일 밤 사저로 돌아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에 헌재 판결에 대한 승복도, 국정 농단 의혹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도 없고 헌재 결정에 사실상 불복을 시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접수해 검찰.야권과 대결정치를 하겠다는 결기만 가득했다."고 호되게 비판했다. 사설은 이어 "대통령은 국법 수호의 무한책임을 지는 국가 이성의 최고봉이다. 본인이 억울한 측면이 있더라도 헌재의 결정이 내려지는 순간 지체 없이 승복을 선언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 의무다. 지지층에 자제를 호소하고, 이번 사태로 상처 입은 국민들을 위로해 치유와 화합에 앞장서는 게 전직 국가원수로서 최소한의 도리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10일 판결문에서 박근혜의 행동이 어떻게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검찰의 수사 결과만 참조한 것이 아니라 재판관 8명이 전원 변론에서 피의자들을 직접 심문했다. 대통령만 직접 면접수사에 불응해서 못했을 뿐이다. 프랑스의 시락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파리 시장으로 있을 때 집권당이 자기 당원들 몇 명을 시 직원으로 기재해서 보수를 받은 사실로 대통령 퇴임 뒤 법원의 소환에 직접 응해 조사를 받았다. 시 직원으로 위장해서 월급을 받은 당원에 대해서도 금전 문제니 위장해서 받은 보수만큼 변제하면 되지 않느냐는 변호인 측의 제안이 있었으나 법 위반을 돈으로 계산하면 형벌을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입법정신에 위반된다며 실형을 집행했다. 대통령이나 공직자도 법 앞에는 모두 평등하다는 민주국가 법치주의 원칙에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 좋은 예다.

   
▲ 3월 12일 오후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는 모습. (이미지 출처 = MBC뉴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지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불응해서 헌재의 처벌을 받았지만 나머지 수사 대상은 거의 예외없이 법 앞에 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이러한 민주주의 법치주의 원칙이 국민 전체의 의식에 침투되고 있어서 그런지 헌재 결정에 불복하고 개인의 불만을 지지자를 동원해서 “복수”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SBS> 여론조사는 국민 통합을 교란할 위험을 시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즉각 수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응답이 68.4퍼센트로 높게 나타났다. 대선 후 실시해야 한다는 응답은 19.3퍼센트, 수사하다가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중단한 뒤 대선 후 재개해야 한다는 응답이 6.3퍼센트였다.

여론조사에서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박근혜 수사 방법에 대해서 구속수사를 해야 한다는 응답이 61.2퍼센트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었다. 20대는 88.5퍼센트로 가장 높았고 30대는 75퍼센트, 40대는 69.7퍼센트였다. 60대 이상에서만 불구속 수사가 59.3퍼센트로 구속수사 32.2퍼센트보다 많았다.

헌재 재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대리인단 변호사들이 막말로 법정의 질서를 교란해서 오히려 재판관과 여론의 비판을 촉발한 것처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통령 답지 못한 헌재 결정 불복이 그를 더욱 국민에서 멀어지게 하는 자극제가 된 감이 없지 않아 보인다. 국가의 안전과 평온한 대선 진행을 위해서는 전화위복이 되는 게 아닌게 하는 느낌도 없지 않다.

이러한 피청구인(박근혜)의 위헌 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다....

박근혜나 친박의 비민주적인 저항에도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역설적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한층 더 강화시켜 주는 영향을 준 감이 없지 않다. 대선을 무사히 치르면 “박근혜 대통령 파면”은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제2의 4.19로 기록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독재자의 딸이 저지른 독재의 유산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보강하는 보약 효과를 냈다는 아이러니다.

 
 

장행훈(바오로) 
언론인
파리 제1대학 정치학 박사,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초대 신문발전위원장, 현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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