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회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일치포럼

▲ 위르겐 몰트만 교수. 이날 포럼에는 몰트만 교수를 빼고는 모두 천주교와 개신교의 성직자들이 참여하여 토론했다. 이날  강 디에고 신부는 교회일치를 위해 각 교단 사이의 수평적 일치뿐 아니라 수직적 일치도 강조하였는데, 각 교단의 성직자와 신학자들만 모여서 일치를 논하는 풍토에서 각 교단의 신자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희망의 신학>으로 유명한 독일신학자 위르겐 몰트만 교수는 단호하게 말한다. "세계의 1/3이 그리스도인이다. 지구화시대의 모순에 직면하는 운명공동체로서 연대하여 문제를 극복하려는 창조적 노력이 필요하다."

5월 14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와 한국기독교회협의회, 정교회 한국대교구는 공동주최로 ‘지구화 시대의 일치운동’이란 주제로 제9회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일치포럼을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개최했다.

이 날 포럼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몰트만 교수는 독일 에큐메니칼 운동과 관련된 삶의 체험을 들려주면서, 독일 나치 압력 속에서는 가톨릭신자인지 개신교신자인지보다는 유신론자인가 무신론자인가가 더 중요했으며, ‘그리스도교적 정신을 어떤 방식으로 공유할 것인가’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에큐메니칼 정신의 비밀은 “하느님께 가까이 가면 갈수록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며, 칼 라너의 말처럼 ‘어떠한 신학적 근거로도 가톨릭과 개신교의 교회적인 분리의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서로 같은 의지, 비슷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보았으며, 모두가 개신교인, 가톨릭신자, 정교도인이 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공동체로서 서로 화해하며 협력할 때 하느님나라가 있으며, 식탁에 모여 음식을 나누는 ‘성만찬’은 일치의 출발점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날 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한 강 디에고 신부(콘솔라따 수도회 한국지부)는 한국교회는 현재 ‘조각조각’나 있으며 전문가나 지도자들에게만 한정된 일치운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광섭 목사(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역시 조각조각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일치운동은 교회 안의 잔치나 새로운 종교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 안에 새로운 생명을 가져다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구권 해체로 인한 이데올로기 몰락, 시장으로 세계질서 통합, 인터넷정보망 발달 등 세계화/지구화의 현상과 문제에 대해 몰트만교수와 토론자들은 전체적으로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 측면을 우려했다. 몰트만 교수는 특히 ‘잉여인간’, 환경파괴, 빈부의 양극화현상 등 지구화시대의 모순에 직면해 있는데, 이 때문에 세계는 멸망할 수도 있지만 내적 모순을 극복하는 노력을 통해 더욱 인간적이고 정의로운 세상일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준양신부(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자연과 인간의 상생구조가 깨지고 적대적 관계가 된 것은 자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집단화된 인간의 탐욕과 교만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가 겪고 있는 자연재해는 사실 인간이 낳은 비자연적 재해이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깨진 피해는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돌아가 인간과 인간을 갈라놓고 있는데, 이 지구화시대에 교회일치운동은 '회심'이라고 강조했다. 심광섭 목사 역시 소유를 ‘맡음’으로, 소비를 ‘나눔’으로 관점을 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포럼에는 천주교, 개신교 및 정교회 성직자와 학자, 수도자와 일반신자 등 약 150여 명이 원로교수인 몰트만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해 참석했으나, 몰트만 교수나 토론자들은 주제와는 조금 빗나간 교회일치운동의 원론적 내용들을 주로 다루어서 기대에 다소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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