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백 년 후 그다음
- 닐숨 박춘식
천 년을 곧추 세운 수직의 성직자들이
루터의 고함소리에 잠시 멈칫하더니
프랑스와 스페인의 반성직자주의 칼을 받고도 아직
오만의 끄나풀을 느긋이 붙잡고 있다
백 년 후, 그 후에는 평신도들이
자연스레 탈성직자주의를 만나리라는 예감,
진솔한 신자들이 장르별로 모여 하느님을 모시는데
미사를 위한 사제는 필요에 따라 잠깐 초청될 뿐
교시적 강론을 생략하는 미사로 만족하리라
하느님은
오만함을 한 점 한순간도 기뻐하지 않지만
장르별로 모이는 믿음의 겸손에게는
기쁘게 함께 기뻐하시리라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7년 3월 6일 월요일)
백 년 이백 년 후에는 지구상에 종교가 없어진다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찾는 마음이나 신앙적 모임과 교류는 없어지지 않으리라 단정하고 싶습니다. 한계 안에서 사는 인간에게는 한계 너머 절대자에게 의탁하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지워지지 않는 아담의 오만함은, 멸망으로 가는 길이 되기도 하지만, 독약 처방을 잘하면 영원한 기쁨을 가질 수 있는 신비스러운 본능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을 포기하지 않으신다면, 사람을 구원하시는 방법을 얼마든지 다양하게 이끌어 가리라 믿습니다. 귀족 주교 신부들을 칼로 찔러 죽였던 프랑스의 반성직자주의는 천주교회의 가장 부끄러운 역사입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깨우침을 깊이 가지게 되면서, 반성직자주의 같은 짓은 버리고, 탈성직자주의로 개개인 믿음을 지키면서 호흡이 맞는 신자들끼리 하느님 공경에 여유를 즐기리라 여깁니다. 백 년 후에는.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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