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담긴 전례력을 따라 - 박유미]
카니발과 사순절의 시작 재의 수요일
: 태양과 달의 주기를 교차하며 기념하는 창조와 구원의 시간, 풍요로움을 준비하는 봄의 일깨움 안에 갈망의 기쁨으로 부활을 향하는 보속의 시간
태양력과 태음력, 달력을 복잡하게 계산하는 것을 알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원사를 담고 있는 전례력의 축일을 보노라면, 현재는 잃어버린 자연과의 관계, 천체와의 관계가 그 흐름에 깊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원사 안에서 통합생태학적 시각으로 하느님 창조의 뜻을 생각하면서 그 의미를 새로이 더 크게 생각하고 돌아보게 된다.
예수 부활에 대해 네 복음사가가 공통적으로 전하는 바와 같이 여인들과 제자들이 파스카 축일과 관련해서 안식일 다음날 빈 무덤을 발견했기 때문에 초대교회부터 유대인의 파스카 축제일과 연결해서 초봄(Nisan달)의 첫 보름(3월 중순)에 맞춰서 예수 부활을 기념했는데, 325년 니케아공의회에서 유대인의 축제와 구분하도록 초봄 첫 보름 다음 일요일로 결정했다. 마침 니케아 공의회 때 3월 보름이 21일이었는데, 1582년 그레고리오 교황이 그레고리오 달력을 확정하면서 중세 초기에 이미 통용되던 대로 봄의 시작을 춘분, 3월 21일로 확정하고 3월 22일부터 4월 25일 사이로 35개의 부활절 날짜가 정해졌다. 태양이신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때에 절대로 일식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름달 이후로 정했다고 하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구약의 전통처럼, 그리고 예수님의 공생활 준비처럼 40일 동안의 정화와 보속 기간을 정하는데, 일요일은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므로 제외되어 부활절 46일 전, 수요일이 사순절의 시작이 되었다.
재의 수요일은 말 그대로 참회와 보속의 표시인 재를 받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사순절의 시작, 재의 수요일과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이 카니발이다. ‘다섯 번째 계절’이라고도 하는 카니발 시기에 대해서는 다음에 마르티노 성인의 축제와 함께 좀 더 자세히 생각해 보겠지만, 일반적으로, 특히 중부 라인 이북 지역에서는 카니발 축제가 재의 수요일 전 목요일 ‘여인들의 카니발’로 시작해서 재의 수요일에 끝난다. 그래서 교회 전례력의 비공식적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원래 카니발은 농사를 준비하고, 배가 뜨기 시작하는 초봄에 그리스도교 이전부터 있었던 '풍요를 기원하는 축제', ‘생산력을 기원하는 축제’를 엄격한 금욕과 절제된 사순절 40일 이전에 자유롭고 흥겹게, 40일 동안 할 수 없는 모든 것들, 얽매이지 않고 먹고 마시고 즐기며 충전하는 시간으로 연결한 것이다. 남쪽 지역에서는 3월 초봄이 아니라 이미 1월 삼왕내조와 연결해서 이런 축제 기간들이 있었는데, 중세 후기로 갈수록 사순절과 대조되며 연결되는 기간으로 정해졌다.
시간이 흐르며 19세기 이후에는 카니발이 프랑스나 프로이센과 같은 당시의 절대권력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풍자의 성격을 가지고 지역별 애국심을 나타내는 성격을 띄게 되었다.
이제 이렇게 자유를 맘껏 향유하며 다양한 시각을 지닌 사람들의 의견과 사회, 정치 비판을 나누는 시간을 지나 새로운 삶의 부활을 갈망하는 시간에 들어간다. 무엇을 참회하고 어떻게 보속하며 부활의 기쁨을 기다릴 것인가? 어느 곳에서는 탄소 절약을 하기도 하고, 어느 곳에서는 고통받는 지역에 희생을 보내기도 하고,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작은 움직임으로 연대하며 진정한 부활의 기쁨을 준비하기도 한다.
어쩌면 오늘 우리에게는 단식이란 "우리의 작은 약함을 이기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강하고자 하는 욕구의 힘을 부수는 데에 있다.... 위대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 하느님처럼 되고자 하는 마음...."이라는 로버트 라이히트의 말이 더 연결되는 것 같다. 세상을 변화하고픈 열망 속에서도 꿈틀거리는 이것을 잘 성찰하고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지난 시간 사순절을 열었던 기도로 다시금 이 시간을 시작한다.
주님, 사순절의 시작에 저희 이마에 표시된 재의 십자가는
한편으로는 저희의 헛된 삶을, 또 한편으로는 십자가 표징으로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 당신께 머무는 삶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가리킵니다.
나의 작은 습관 하나도, 나의 작은 욕심, 작은 자존심 하나도 죽기가 너무나 어렵지만,
그 죽음이 부활을 향한 과정이라는 깨우침만으로도 위로와 힘을 얻습니다.
사십 일, 부활을 향한 이 보속의 시간에 저희가 당신께 더더욱 가깝게 다가가는 길을 찾게 하소서.
그리하여 부활절이 진정 부활의 기쁨을 누리는 축제가 되게 하소서. 아멘.
서강대 사회학과, 독일 본, Friedrich-Wilhelm-Uni. 종교사회학 전공, 가톨릭사회론 제1 부전공, '빙엔의 힐데가르트 성녀에 대한 시대별 반향으로 본 교회와 사회와의 관계 연구'. 학문과 일상생활, 교회 안의 신앙생활과 일상의 간격에 다리를 잇는 교육과 프로그램에 깊은 관심이 있으며 전례력과 성인들의 가르침에 담긴 사회적 배경 인식과 성찰을 통해서 사회교리의 보편성과 사회영성 일상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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