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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본 성지 순례기 8 - 우라카미 주교좌 성당[나의 걸음 - 김다혜] 신앙의 가치에 대한 표현
김다혜  |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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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28  14:4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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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라카미 주교좌 성당 전경. ⓒ김다혜

성지 순례의 마지막 길은 우라카미 주교좌 성당으로 향했다.
지나온 길마다 내게 아름다운 기억을 담아 준 많은 성당들을 이 이야기에 담지 못해 아쉬움이 가득하지만, 중간중간 오랫동안 머물고 싶었던 성당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다.
마지막으로 나누고 싶은 성당은 우라카미 성당이다.


   
▲ 목이 잘린 성상들 ⓒ김다혜

일본 가톨릭의 역사는 아픔과 상처의 역사다.
그런 면에서 우리 가톨릭과 다르면서도 같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랜 기간의 박해와 박해를 이겨 내고 기뻐하였던 기억들,
그리고 피해자와 가해자로 갈리지만 2차 세계대전의 흐름 속에서 마음속으로, 겉으로 상처를 받아야 했던 시간들.

우라카미 성당은 그런 역사를 담고 있어 우리의 명동 성당과도 다르지만, 비슷했다.
나가사키는 원폭의 흔적을 안고 있는 곳이다.
1945년 8월 원폭 투하로 1만 2000여 명의 신자 중 8500명의 신자를 하늘로 떠나 보낸 곳.
(물론 전쟁의 시작은 그들이 했지만, 전쟁으로 인한 상처와 흔적은 그들도 간직하고 있다.)
 

   
▲ 장례 미사 중인 성당 안. ⓒ김다혜

성당에 일찍 도착해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장례미사가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나도 함께 조용히 뒷자리에 앉았다. 손녀가 돌아가신 할머니를 향해 편지를 읽는다.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단어와 느낌만으로도 고맙고, 사랑하고, 보고 싶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소녀는 흐느껴 울며 편지를 읽었고, 앉아 있던 가족들과 지인들도 함께 울었다.
그리고 이방인인 나도 뒷자리에서 울음을 터트려 버렸다.
하늘로 가신 할머니 생각과 누군가를 또 먼저 보내고 저 자리에 있을 생각이 드니 눈물부터 나왔다.
 

   
▲ 우라카미 성당의 옆면 스테인드글라스. ⓒ김다혜

삶과 죽음은 하느님께서 주관하시는 것이고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죽음은 늘 슬프다.
단어도, 그 느낌도.
 

   
▲ 장례식 마무리. ⓒ김다혜

일본의 장례 미사는 한국과 조금 달랐다. 관을 열어 놓고 고인에게 꽃을 내려 준다.
고인을 한참 바라보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그녀를 떠나 보낸다.
마지막 그 순간까지 그녀는 사랑받았고, 사랑하는 가족들 곁에서 주님의 빛나는 얼굴을 보러 가는 길이다.
먼저 간 이들이 보고 싶어지는 순간이었고, 그들을 위해 조용히 기도를 바치는 순간이었다.


   
▲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쏟아지는 아름다운 빛의 의자. ⓒ김다혜

아프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투정을 부리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거나 힘들 때는 조용한 성당에 앉았다.
꼭 기도하지 않더라도 앉아 있는 동안 평안했고, 고요했다.
살아가는 건 늘 팍팍했고, 내 마음처럼 움직여 주지도 않고
그 어떤 위로의 말들도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 우라카미 성당의 부활초. ⓒ김다혜

그때 고요한 성당은 위로 그 자체였다.
성당 안에 제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살 것 같았다.
이곳만큼은 지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보물 같은 곳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힘에 부친 그들에게 따스함을 알려 주고 싶었다.
그래서 걸음을 옮겼고, 앞으로도 그 걸음을 계속 걸어가고 싶다.
 

   
ⓒ김다혜

그동안 제게 소중한 성지 순례길을 함께 걸어 주신 독자 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 어느 곳이더라도 마음이 머무는 성당에서 고요히 머무시는 것을 꼭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마음이 좋을 때, 기쁘고 행복할 때가 아니라, 마음이 쓸쓸하고 아플 때,
그리고 그 누구와도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을 때,
그럴 때는 꼭 조용한 성당을 찾아 가시길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다듬어 지지도 않았고 투박하지만, 부족한 글을 연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편집장님과 담당자님들 그리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김다혜(로사)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진행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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