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걸음 - 김다혜]

▲ 오우라 성당 전경 ⓒ김다혜

북적한 길을 따라 언덕으로 오르다 보면,
관광객을 환영하는 듯, 눈을 사로잡는 멋진 것, 맛있는 것들이 손짓한다.
많은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를 잊을 만큼 화려하고 재미있어 보인다.

사실 나도 중간에 멈추지 않으리라 결심했지만, 결국 잠깐 마음을 빼앗긴 것이 있었다.

▲ 얼그레이 카스테라 ⓒ김다혜

엄마가 생각났다.
어렸을 때, 카스테라를 사 오셔서는 제일 맛있는 부분이라며 가운데 뽀송한 부분을 잘라 주시던 모습.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엄마가 카스테라를 정말 좋아하셨다는 걸 알게 되었고,
카스테라만 보면 엄마가 생각난다.

내려오는 길에 오면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에 하나를 사서 가방에 넣었다.

완만한 언덕을 걸으면 그 언덕 가장 높은 곳에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성당 오우라 성당이 서 있다.

▲ 오우라 성당 성모님 ⓒ김다혜

길 아래쪽과는 다른 세상인 것 같은 분위기에 가장 높은 곳에 예쁘고 아름다운 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고개 들어 바라보면 하얀 성모님이 바라보시고 계시는 것이 느껴진다.

▲ 사진촬영 허가증 ⓒ김다혜

성당 안쪽은 촬영이 금지되었지만, 미리 허가를 받고 성당 내부를 촬영할 수 있었다.

일년 내 신자들과 순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오우라 성당은 따뜻한 느낌의 성당이었다.

목조로 지은 탓이기도 하겠지만 아늑해 보였고 창으로 들어오는 빛들로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되었다.

▲ 오우라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김다혜
▲ 오우라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김다혜

이번 순례길을 통해 참 많은 성당을 다녔고, 많은 빛의 아름다움을 보았지만,
오우라 성당 안에서 보았던 이 빛들은 순례길에 만날 수 있는 하느님이 주시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나의 길을 밝혀 주는, 앞으로는 늘 행복하고 기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마음.

▲ 성모님 뒷모습, 도시를 바라보며 사랑 어린 걱정을 하시는 모습 같아 든든하고 따뜻했다. ⓒ김다혜

오우라 성당 근처에서 하루를 지내고 싶었다. 그래서 근처에 방을 수소문해서 잡았다.

밤 늦은 시간, 조용한 길을 걸어 다시 오우라 성당을 가 보고 싶었다.

낮과는 다른 조용하고 고요한 길이었다.
아무도 내게 머물고 가라고 하지 않고, 마음도 빼앗기지 않은 그런 길이었다.
마음을 모으면 무엇이든 고요해지고 차분해진다는 것을 너무나도 깊이 느끼게 하는 길이었다.

▲ 오우라 성당 야경 ⓒ김다혜

선물은 기대하지 않았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밤늦은 길을 걸어 문이 닫혀 있는 오우라 성당 앞에 섰을 때,
나는 성당 너머로 아름다운 별들을 보게 되었다.

선물이었다.
내게 주시는 아름다운 선물.
주시는 선물을 마음에 담고자 조용히 묵주를 꺼내 본다.
그리고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둘씩 떠올리면서 기도를 시작한다.
 

 
 

김다혜(로사)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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