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구 정평위, 세월호 주제로 강연과 미사

20일 대전교구 정의평화 미사에서 400여 명의 참석자들은 다시금 세월호를 기억했다.

대전 정평위는 매월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미사와 강연’(정세미)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대전 전민동성당에서 열린 정세미는 “세월호, 분노를 기억하라”는 주제로 미사와 함께 ‘4.16 단원고약전’ 발간위원 오현주 씨와 4.16가족협의회 장훈 진상규명분과장,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나서 세월호 진상규명과 새로운 특별법 등에 대해 참가자들과 대화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우리는 왜 분노하는가. 우리가 분노하고 기억하는 것은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깊을수록 분노하고, 잊을 수 없습니다. 분노를 기억하라는 것은 다시는 사랑하는 것을 잃지 않기 위해서, 사랑하는 것을 해친 이들에 대해 저항하기 위함이며, 이는 하느님의 분노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미사 주례와 강론을 맡은 김용태 신부는 미사 주제에 대해 “소중한 것을 해친 이들에 대한 분노, 다시는 소중한 이들을 잃지 않기 위한 기억이며, 이 자리는 그러한 분노에 동참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4.16’이라는 날짜로 모두에게 기억되는 세월호 참사는 그들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 나의 일이며, 시대의 아픔과 사명이 깃든 숫자, 그래서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이날 복음에서 읽은 더러운 영을 쫒아낸 예수의 모습에 비춰, “우리는 지금 거리와 광장에서 한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거대한 구마의식을 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더러운 영은 예수의 말처럼 기도와 믿음, 즉 나의 힘이 아닌 하느님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의 힘이 아닌 하느님의 힘으로 더러움을 몰아낸다는 것은, 힘에 맞서 힘이 아닌 정의라는 순수한 가치, 폭력에 폭력이 아닌 평화라는 가치, 정치적 음모에 술수가 아닌 양심이라는 가치, 이해관계에는 생명의 가치로 맞서는 것이며, 모든 것을 초월하는 인간적 도리로 맞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 대전 전민동 성당에서 봉헌된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미사'에는 신자와 수도자, 사제 약 400명이 참석했다. ⓒ정현진 기자

“우리는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그들이 누구였고 어떻게 살았는지, 그들의 삶을 기억하는 것”

‘4.16 단원고약전’ 발간위원 오현주 씨는 세월호참사로 희생된 304명은 304개의 우주였으며, 각자의 이름과 꿈, 부모와 형제, 친구, 그들이 속한 공동체와 미래를 가진 이들이었다면서, “이러한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그들을 기억하겠다고 했고, 그 기억을 위해 그들의 삶을 약전으로 기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발간된 12권의 약전은 단원고 학생과 교사 245명의 생전 이야기와 추억, 그리고 책을 집필한 139명의 작가들과 세월호참사를 기억하는 이들의 기고문을 담았다.

“우리는 알고 싶다. 세월호의 진실을”

4.16가족협의회 장훈 진상규명위원장은 “지금까지 밝혀진 진상은 없다”며, 밝혀진 것이 있다면 구조 방기의 모든 책임은 정부에게 있고 해경은 공동책임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침몰 원인이 무리한 증개축, 과적, 조타미숙 등이라고 말하지만, 원인은 그것이 아니며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또 인양 목적도 정부 입장인 미수습자 수습만이 아니라 인양을 통한 침몰 원인 진상규명과 유품 수습”이라며, 정부가 사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며, “미수습자 수습이 목적이라고 해도, 유실방지책도 세우지 않았고, 훼손이 자명한데도 선체 절단을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사실관계를 확인할수록 정부가 구조와 진상규명의 의지가 없다는 것만 확인됐다”며, “언론 역시 침몰 원인의 가설을 음모론으로 몰고, 7시간 국정마비를 사생활 공격으로 변질시켰으며, 인양을 빌미로 특별법 무력화, 보상금으로 유가족 고립, 선원과 선사에 책임 전가, 유병언 사망으로 시선 돌리기 등을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이 함께 해야 할 일은 “인양 뒤 절단 계획을 막기 위해 싸우기, 국민조사위원회 참여, 새로운 특별법 제정, 박근혜 대통령과 참사 관련자 처벌”이라면서, “기억하고 행동하기 전에 분노해 달라. 분노해야 기억할 수 있고, 기억해야 행동하고 또 연대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 가족협의회 정성욱 인양분과장이 인양 상황을 묻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이어 박주민 의원은 새로운 특별법 제정에 대해 설명했다.

박주민 의원 등이 제안한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은 세월호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법안이다. 이 법은 현재 신속처리 법안으로 상정돼, 국회 계류일 330일이 지나면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박 의원은 이 법은 기존 특별법에 비해 독립적이고 강력한 법이라며, “시행령이 아닌 위원회 규칙으로 구체적 내용을 결정하고, 특조위에 강력한 권한을 주는 한편, 기존 법안의 한계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또 예산협상도 해수부를 통해 기재부와 하는 것이 아니라 기재부와 직접 협상한다. 위원 임명 방식도 야당 추천인원을 늘렸으며, 활동 기간도 기본 2년에 1년 연장에 세월호 인양 완료일부터 8개월의 활동기간을 보장한다. 특검 요청은 단 1회 제한에서 언제든지 국회에 의결을 요청할 수 있으며, 상임위와 본회의 포함 2개월 내에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미사에 참여한 유가족들은 청중의 질문에 직접 답하기도 했다. 인양 상황과 관련한 질문에는 “상하이 샐비지는 해외 인양 경험과 노하우가 없기 때문에 지금껏 인양을 지연시키고 비용만 증가시키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를 두둔한다”며, “문제는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인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인양 상황에 대해 당사자인 유가족에게도 공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이른바 대통령의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한 물음에 탄핵소추위원이기도 한 박주민 의원은, “그 부분은 현재 헌법재판관들도 궁금해 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소명자료와 보충자료를 통해서도 전혀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통화기록도 없으며, 현재까지 소명한 내용도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훈 위원은 진상규명이 얼마나 되었느냐는 질문에 “된 것이 없다. 지금까지 알게 된 것은 정부가 구하지 않았다는 것, 정부의 의도성이 보인다는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하면서, “사람이라면, 아이들이 소리치고 있을 때, 한 번은 들여다봤어야 한다. 가장 알고 싶은 것이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왜 ‘다 나오라’고 소리쳐 준 단 한 사람이 없었는지 그것이 가장 궁금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 성당을 빼곡히 채운 참가자들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정현진 기자

대전교구 정평위의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미사’는 지금까지 세종, 천안지역과 대전에서 매월 2번 씩 이어져 84번째 미사가 봉헌됐다.

7월까지 정해진 각 강연 주제는 재벌 개혁, 비정규직 노동, 남북 문제, 세금과 복지, 정교분리, 대전지역과 원자력 등이다. 오는 3월 13일에는 세종프란치스코성당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치참여’(나승구 신부)를 주제로, 3월 20일에는 대전 탄방동성당에서 ‘민주사회를 어떻게 앞당길 것인가’(전 한국일보 서화숙 기자)를 주제로 미사와 강연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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