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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엔트로피를 어떡하나[시사비평 - 박병상]

봄이 다가오면서 나뭇가지들은 생기가 돈다. 곧 펼쳐 낼 잎사귀를 준비하나 보다. 작년 가을 거리를 덮을 듯 떨어진 낙엽은 미화원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을 텐데 모두 어디로 갔을까? 시에서 운영하는 양묘장의 퇴비로 활용되면 다행인데. 태워 버리진 않았겠지?

봄을 준비하는 거리를 걷는데, 쓰레기가 한없이 눈에 띈다. 담배꽁초는 담뱃값 인상 전이나 다름없는데 요즘은 일회용 음료수 잔이 여기저기 널린다. 다 마시지 않은 커피도 보이는데, 처리하려는 미화원은 불쾌하겠다. 대부분 그대로 놔두면 거리를 지저분하게 만든다. 낙엽과 달리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기에 일일이 수거해서 처리하느라 돈과 에너지를 적지 않게 사용해야 하리라.

경인고속도로 인천 기점부터 서인천IC까지 10.38킬로미터 구간이 곧 한국도로공사에서 인천시로 관리가 이관된다. 인천시는 50년 가까이 인천을 분리해 소통을 방해해 왔던 그 구간을 공원과 일반도로로 조성해 만나는 공간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그를 위해 우선 고속도로 좌우의 방음벽부터 철거할 계획인데, 등잔 밑의 어두움이랄까? 승용차로 고속도로를 앞만 보며 이용하는 시민들은 미끈한 고속도로 너머의 사정을 거의 모르겠지만 열악하기 그지없다.

방음벽으로 차단된 응달에 숨죽이며 사는 주민들의 옹색함이 고속도로 일반화 이후 밝아질 수 있을지 지켜보고 싶은데, 방음벽에 온갖 쓰레기가 넘친다. 방치된 폐차와 더불어 수거하지 않은 생활쓰레기가 지저분하고 시효가 한참 지나도 떨어지지 않는 온갖 광고 스티커는 거리를 후미진 곳으로 각인시키는데, 경인고속도로 일반화로 공원이 조성되면 쓰레기들은 말끔히 치워지겠지? 그런데, 대부분 가난한 세입자일 방음벽 주변의 주민들은 어떻게 될까?

   
▲ 넘치는 쓰레기들. (이미지 출처 = Pixabay)

버림받은 자동차에서 가로수 아래 반쯤 찬 일회용 커피 잔까지, 모두 돈을 주고 샀고, 잠시 유용했지만 지금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런 물건을 만드느라 땀을 흘린 노동자가 있고, 그 노동자의 가족은 임금을 받아 오순도순 살아왔을 테지만,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가 들어갔고 폐기물이 배출되었을 것이다. 적당한 가격으로 팔려 나갈 때 크든 작든 기대감이 있었을 물건은 용도가 끝나자 쓰레기가 되었다. 재활용되려면 또 적지 않은 돈과 에너지를 요구할 것이다. 이래저래 엔트로피가 넘친다.

수려한 자동차가 말쑥하게 차려 입은 남녀를 태우고 휘황찬란한 거리를 미끄러지는 광고는 소비자의 욕구를 고혹하게 부추기지만 그 자동차는 머지 않아 폐차장에 내팽개쳐져 처리를 기다리겠지. 현란한 상품광고를 보면서 폐기되기 직전의 물건 모습을 미리 연상하는 이 드물겠지만, 의미 있는 상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건을 사기 전에 그런 생각을 한다면, 겉 보기 근사한 물건도 쉽게 구입하지 않을 것 같다. 유명한 상표를 가졌더라도 수선하기 어려운 물건은 외면하고 싶을 것이다. 싫증나지 않고 오래 사용할 물건을 선호하게 될 테지.

최근 미국 ABC방송은 “모든 것이 멈췄고, 누구도 남아 있지 않다. 말 그대로 이곳은 버려졌다.”는 제목으로 뉴스를 보낸 모양이다. 6개월 전에 운집한 관객이 열광했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공원에 발길이 뚝 끊기자 온갖 쓰레기들이 더미를 이룬다는 내용이었다. 수영장 풀은 폐수로 변한 물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거액 들어간 골프장은 파리를 날리며 개폐회식이 열렸던 마라카낭 경기장은 도적 떼의 소굴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쓸 만한 전자제품과 의자들을 떼어 가면서 찬란했던 영광이 고통으로 변했다는 뉴스였다.

돈과 에너지를 펑펑 소비하며 성대하게 꾸몄던 경기가 끝난 뒤에, 대책이 없었다. 리우 지방정부의 재정이 나빠지면서 방치한 결과라는데, 우리는 어떤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치룬 경기장에 요즘 쓰레기더미는 없지만, 쓸쓸하기 짝이 없다. 충분히 예상한 결과다. 인천에 하키 팀이 하나라도 있던가? 박태환수영장에 박태환은커녕 시민 한 사람 얼씬하지 못한다. 멀쩡한 문학경기장을 두고 거액을 들여 지은 주경기장은 2년 넘게 썰렁하기 그지없다. 근사했던 관람석들은 잠시 동계올림픽을 앞둔 평창으로 자리를 옮겼다는데, 다시 온전하게 돌려받아 열광을 준비할 수 있을까? 엔트로피가 그만큼 높아졌을 텐데?

   
▲ K-트래블버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체험관에서 외국인이 사진을 찍고 있다. (이미지 출처 = flickr.com)

평창 동계올림픽이 1년 남았으니 열광을 준비하자고 정부는 시민들을 다그친다. 벌써부터 지겨울 정도로 “성공적 올림픽”을 연호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평창은 어떤 모습을 연출할까? 평창은 재정자립을 운운하기 민망할 정도로 작은 도시다. 브라질의 최대 도시인 리우데자네이루와 비교할 수 없는 처지다. 정부에서 뒷받침해 준다지만, 화려해야 할 개폐회식 이후 평창은 고통을 면할 수 있을까? 면하려면 자존심은 내버려야 할 게 틀림없다. 경기장 운영은커녕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의 충당을 위해 기업과 정부에 손을 연실 벌려야 할 테니까.

수많은 예를 미루어, 평창은 예외일 거라 믿지 않는다. 김연아 선수가 갈라쇼를 진력 나게 계획하더라도 어쩔 수 없을 텐데, 책임질 자 누구일까? ‘한국 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물 건너갔다. 폐막 이후의 방안에 벌써부터 골머리 앓을 정부와 지방의 고위 공직자들과 별도로, 기업과 언론은 뾰족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 유치 경쟁부터 덮어 놓고 열광했고 경기 결과에 감격할 시민들은 경기 종료 뒤 허탈하고 말면 다행이다. 재정 악화는 납세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테니까.

겨울 운동을 거의 즐기지 않는 처지에 정부와 언론이 동계올림픽 게임의 열기를 아무리 북돋더라도 응원이나 구경을 위해 평창을 방문하지 않을 거 같다. 하지만 동계올림픽으로 인한 부담이 제발 최소화되었으면 좋겠다. 거기에 하나 더! 다시는 감당할 수 없는 국제경기를 바보처럼 유치하고 열광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화려함 뒤로 쌓이고 또 쌓이는 쓰레기 더미를 치우지도 못하는 주제가 아닌가. 도처에 넘치고 넘칠 엔트로피는 어찌할꼬.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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