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시민과 노동자를 위한 인권강좌’ 열려

▲ 노상철 단국대 산업의학과 교수가 강좌에 참석한 한 노동자로부터 질의를 받고 있다.

2007년 8월 유가족들의 항의시위로 시작된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사건이 여론의 주목을 받은 지 1년 9개월이 지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집단사망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 내지 못한 채 노동자들의 죽음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3일 전 직원 박모씨(68)가 서울의 한 병원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것이다. 그러나 대전 시민사회와 종교단체의 한국타이어 사건에 대한 관심과 해결의지는 뜨겁기만 하다.

“한국타이어에서 발생한 건강문제는 법적 제재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기업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해결의지를 갖고 원인규명에 앞장서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은 2차에 걸친 역학조사가 있었지만 아직 뚜껑도 열어보지 못한 상태다. 회사가 원인규명에 비협조적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한 개인 기업의 문제로 국한해서도 안 된다. 지역 사회의 건강권 차원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건강권이라는 공공성의 문제로 사회가 같이 풀어야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14일 저녁 7시 ‘한국타이어 작업환경과 노동자 건강’을 주제로 한 노상철 단국대 산업의학과 교수가 강의에서 한 말이다. 이 강좌는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참여해 지난 4월 6일 출범한 ‘한국타이어 노동자사망원인규명과 산재 은폐책임자 처벌을 위한 공동대책회의’(상임대표 고병년, 남재영, 엄연섭, 김창근, 선창규)가 한국타이어 사태를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고 노동자들의 집단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대전 시민, 노동자를 위한 인권강좌’로 마련한 첫 강좌이다. 강좌는 대전 대화동 근로자복지회관 2층 강의실에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원장 강성규)의 한국타이어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의문스러운 죽음은 지난 2006년 5월부터 2007년 11월까지만 해도 1년 6개월간 대전공장, 충남 금산공장, 연구소 등에서 15명에 이른다. 노농부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직원 사망요인은 심장마비 7명, 암 5명(폐암 2명, 간세포암 1명, 식도암 1명, 뇌종양 1명), 안전사고 1명, 자살 1명, 화상 1명 등이었다.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와 대전공장, 충남 금산공장 노동자는 총 4,300 여명 이다.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의문사에 대한 역학조사는 지난 2007년 10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이루어졌다. 그러나 역학조사를 벌인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의문사의 명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였다. 이에 역학조사평가위원회가 추가조사를 요청해 추가역학조사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이루어졌다. 조사항목은 조직문화 및 직무특성이 근로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고무흄(타이어를 틀로 찐 뒤 뚜껑을 열 때 방출되는 수증기로 인체에 해로운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방향족 탄화수소가 섞인 것으로 알려졌다)에 대한 정밀 작업환경평가였다.

지난 4월 30일 그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 내용은 ▲그동안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킨 것으로 논란을 빚었던 ‘고무흄’에 대해 조사 결과 노출 농도 수준이 0.086㎎/㎥~0.179㎎/㎥로, 영국 노출 기준인 0.6㎎/㎥보다 낮았다. ▲한국타이어의 조직문화는 근로자를 통제하고 생산을 위한 경쟁을 장려해 근로자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 ▲2007년 이전 한국타이어는 보건관리체제의 법적 요건은 갖췄지만 효과적인 산업보건관리가 수행되지 않았고 전문성도 뛰어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국타이어에 회사내부 산업보건 전문가 중심의 전담독립부서 구축 및 외부 산업보건 전문기관으로부터의 지속적 지식 교류, 근로자 기초질환 관리 및 건강증진에 대한 회사차원의 노력, 보건관리자에 대한 산업보건 전문분야 재교육 기회제공 등을 권고하였다

강의에서 노상철 교수는 이 역학조사결과에 대해 2008년 2월 20일에 이를 담당한 산업안전공단 측이 인정하듯 “사망자가 현장직, 기술직, 연구직에서만 발생하고 사무직에는 없는 점과 발병이 퇴직군보다 현직군에서 발생 비율이 훨씬 더 높다는 점, 한국타이어 심장질환 사망률이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5.6배 높고, 협심증 유병률은 2.6배 높게 나왔다는 점 등은 작업장 내 어떤 강력한 요인이 노동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번 조사 결과에는 한국타이어의 작업환경이 노동자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해명되지 않았다. 고무흄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스트레스 지수·심리적 불안감 등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지배하는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규명하지 않았다.”

한편 노상철 교수는 “일반적으로 역학조사는 1년 이상 걸린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심장질환뿐만 아니라 암이 원인물질일 수 있고, 환경원인도 화학물질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나 노동 강도 등 다양하다. 4개월 만에 끝낼 수 있는 조사가 아니다. 또 어떤 역학조사든지 성과를 얻으려면 내부 협조가 꼭 필요하다. 사업주나 현장 작업자 협조가 없이는 객관적인 조사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번 조사팀은 공장노동자들로부터 아무런 협조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조사하려는 작업장은 사망자들이 작업하던 당시의 상태여야 한다. 그런데 한국타이어의 경우는 회사측이 조사직전에 청소를 하고 작업환경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 ‘한국타이어 노동자사망원인규명과 산재 은폐책임자 처벌을 위한 공동대책회의’ 출범식에서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임상교 신부가 구호를 함께 외치고 있다. (사진/대전씨티저널 탁인수)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타이어 제조 3사에 대해 역학조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금호와 넥센타이어에 대해서는 사측이 거부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하지 않았다. 3사를 대상으로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과학적 노출 평가와 건강영향평가 등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제대로 된 역학조사 결과를 산출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역학조사는 역학조사라 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공대위는 이번의 강좌에 이어 5월 25일 ‘노동자가 꼭 알아야 할 건강권’에 대한 원진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의 강좌와 6월 4일 ‘현장 노동자들과의 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한편 이번 강좌를 마련한 ‘한국타이어 노동자사망원인규명과 산재 은폐책임자 처벌을 위한 공동대책회의’는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기독교연대, 한국타이어 유족대책회의, 민주노총대전본부, 대전경실련, 대전참여자치연대, 대전충남민교협, 민변대전충청지부 등 25개 단체로 구성, 지난 4월 6일 대전시청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출범하였다.

출범식에서 이명박의 사돈기업인 한국타이어는 1007년부터 9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그중 18명은 2-3년사이에 집단사망이 일어났는데도, 3년 가까이 원인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가 힘을 합해 공동 대책위를 확대 재편해 구성했으며, 원인규명과 책임자처벌, 재발방지대책을 위해 민관합동대책기구를 설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공대위는 앞으로 한국타이어 집단사망 노동자 진상규명을 위해 △전·현직 노동자 피해사례에 대한 조사의 확대와 심층조사 요구 △역학조사 과정에서 시민대책위와 추천 자문위원의 참여보장 요구 △산업안전공단에서 진행한 추가역학조사 결과 분석 및 대책마련 △작업환경조사, 악취조사 요구와 대책마련 △피해노동자구제를 위한 지원활동 △한국타이어 집단사망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활동 등을 펼쳐나갈 계획임을 천명한 바 있다.

공대위는 지난 4월 30일 추가역학조사 보고에 대해 반박 성명을 통해 “이번 추가역학조사는 사기극이나 다름없다.” 며 한국타이어를 강력히 규탄하고 오는 5월 22일 인천에 있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을 항의방문 할 예정이다.<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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