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사목연구소, '사목지표' 완성 단계

천주교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그간 개발한 ‘한국 천주교회 사목지표’ 완성을 즈음해 각 교구 73개 표본 본당에 대한 사목지표 조사 결과를 시연했다. 

사목연구소 부소장 전원 신부는 “사목지표는 데이터의 표준화와 내용상 신학적 깊이를 모두 고려한 지표”라며, “교회가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다는 성찰로부터 시작해 교회의 복음화 현실을 파악하고 세상 속 교회의 고유한 역할을 지향하도록 동기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월 8일 오후 주교회의에서 열린 시연회에는 광주대교구 옥현진 보좌주교, 원주교구 조규만 주교를 비롯한 교구 사목국장, 참여 본당 사제와 신자 등이 참석했다. 

사목지표는 본당에서 사목 방향과 계획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목자들이 사목 현장의 복음화 현실을 파악하도록 객관적 자료를 제공하고, 교회의 가르침에 맞는 사목적 관심과 동기를 갖도록 돕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연구됐다.

▲ 사목지표 프로그램 메인 화면. (이미지 출처 = pastoralin.cbck.or.kr)

사목지표는 크게 외적 지표와 내적 지표로 나뉘는데, 외적 지표는 신자 수, 본당 재정, 신자들의 거주 유형과 생활 환경, 나이, 성사 현황, 미사 참례자 수, 전출입 등이며, 내적 지표는 신자들의 신앙 성숙도, 공동체 내 친교, 연대와 복음 증거, 봉사, 일상의 전례화 등 내적 복음화 현황이다. 

사목지표 연구 과정에서 특히 주력한 것은 본당 신자들의 신앙 수준과 신앙 생활의 균형을 파악할 수 있는 내적 지표 개발이다. 신자들의 내적 신앙 생활에 대해서는 그동안 체계적인 조사 문항이나 분석 기준이 없어 사목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임에도 진단에 많은 한계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목연구소는 내적 지표 개발을 위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 4대 헌장(계시, 전례, 교회, 사목)을 판단과 분석 기준으로 삼았다.

4대 헌장에 따른 구체적 사항을 신자들이 얼마나 알아듣고 실천하는가를 설문으로 묻고 분석함으로써 교회의 교의적, 신학적, 영성적 가르침과 정신이 어떻게, 얼마나 사목적으로 실현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설계했다. 

▲ 각 메뉴로 들어가면 각 항목별, 또는 조합한 값에 대한 결과를 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pastoralin.cbck.or.kr)

신자들의 성사적 친교와 일치(전례), 친교 공동체 실현(교회), 하느님 말씀의 우선성(계시), 세상 속의 교회(사목) 등 네 가지 주제별 100개 항목에 신자들이 답을 하면, 그 결과를 점수로 환산한다.

이렇게 분석된 본당의 외적 지표와 내적 지표 분석 결과는 한국교회 전체 통계와 비교할 수 있으며, 전국 본당별 데이터가 쌓이면, 개별 본당의 사목적 변화와 지향점은 물론 한국교회 전체 흐름도 파악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사목지표가 체계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지역이나 각 교구의 개별성, 고유한 문화, 정서 등은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타 교구와 본당을 비교할 때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광주대교구 평협 신동열 사무국장은, “신자들 입장에서는 사목의 연속성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사목자들의 사목적 비전을 위한 사목지표라면, 본당 공동체가 신앙 활동에 연속성을 가질 수 있고, 일관성 있는 사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보완해 달라”고 요청했다.

▲ 2월 8일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2014년부터 개발해 온 '사목지표' 완성을 앞두고 시연회를 열었다. ⓒ정현진 기자

현재 구축된 ‘사목지표 프로그램’(http://pastoralin.cbck.or.kr)은 각 본당별로 페이지를 만들 수 있으며, 사목지표 전반과 내적 지표, 외적 지표 그리고 사목자를 위한 ‘사목일지’로 구성됐다.

신자들이 설문에 응답한 결과를 사목자의 변수 설정에 따라 보여 주며, 시험단계인 현재 외적 지표는 한국 전체 교회와 교구 현황 대비 본당 상황을 볼 수 있고, 내적 지표는 사목지표에 참여한 본당, 교구, 전체 교회와 비교할 수 있다. 

전원 신부는 또한 “조사 결과를 절대시하면, 사목이 수치화될 수 있다. 사목지표에 따른 기초 조사 뒤, 각 본당의 개별적 특성과 특정 활동, 사업에 대해서는 사목자가 별도로 2차 진단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목지표 진단에 참여한 원주교구 평창본당 김한기 신부는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하며, “본당 신자 100여 명이 참여했다. 이 결과를 신자들과 공유하고 본당 상황이나 개별 신앙을 점검해 하고 함께 노력할 부분을 찾을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또, “성당 활동을 하고 있는 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냉담자의 의견을 듣거나 상대적으로 활동을 하지 않는 신자들의 상황을 살피는 것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본당 활동이나 신자들의 신앙 상태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사목연구소는 이 사목지표를 주교회의 승인을 거쳐 올해 안에 각 본당에 보급할 예정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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