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일, 101일차 생명평화 오체투지 순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길게 보이지 않던 한 구간 끝나기도 무섭게 숨이 가빠오고, 이마와 콧등 등 땀구멍이 있는 모든 곳에서 덥다고 아우성치는 듯 합니다. 하지만 몸이 힘들고 숨은 가빠오지만, 기도의 발걸음 멈추지 않고, ‘생명의 눈으로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 더욱 간절할 뿐입니다.

<100일 그 다음날의 순례길 >
오늘 하루 일정이 시작하자마자 진행팀에 문의 전화가 많이 오더군요. 날이 무더워서 그런지 순례단의 안부 문의에서부터 16일 일정에 대한 문의까지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번주 16일. 남태령 경유 서울 순례 시작이라는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인지 언론에서부터 시민, 각 지역 경찰에 이르기까지 순례단의 경로에 대해 온갖 것들이 궁금하신 모양입니다. 일부에서는 순례단의 행로가 서울에서 끝나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다행히 순례단 일정은 임진각을 넘어 묘향산까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날이 무덥다보니 문의전화가 많았고, 예상이 적중된 것처럼 정말 힘든 하루였습니다. 하루 진행한 거리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푹푹 찌는 더위에 아스팔트 열기가 더해지니 순례자들은 금방 지치고 얼굴에는 땀방울이 흐르기 일쑤입니다.

그렇지만 하루 일정의 시작은 간소하였습니다. 101일차를 맞이하는 일정이라지만, 아파트 옆 인도에서 하루 순례자들을 설레임으로 기다리는 일정속에서 시작하였습니다. 100일차에는 끝없는 대열이 이어졌지만, 오늘은 조촐한 인원으로 조용하게 시작하였습니다. 전종훈 신부님은 서울 들어가기 전에 “도시도 시끄러운데, 그나마 순례는 조용하게 하루를 진행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합니다.

<참 많이 더웠죠>
아침부터 전화로 위치를 문의하여 어렵게 순례단을 만나시고 하루를 함께하신 방경석(천태종 나누며하나되기운동본부) 선생님은 “오체투지는 가장 낮은 자세로 임하는 수도의 길인 것 같다”고 하시고 “오체투지를 해보니 아스팔트가 색다르게 느껴집니다. 현대 문명이자 삶의 냄새이며, 편리하기도, 뜨겁기도, 차갑기도 한데 이 길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시니 이것이 수행, 기도 하는 자세가 아닌가.”라고 합니다.

방 선생님은 “세상 문제는 너무 복잡해서 잘 모르지만. 한가지로 요약하면 갈수록 이기적인 삶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사회적 시스템이 이익추구를 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어렵게 하니 참 문제다”라고 지적하면서, “자리와 이타가 서로 공존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자리적인 측면에만 치우쳐 살고 있으니 좀 더 이타적인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하십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자신의 몸을 낮춘 순례자들. 비록 더위가 발걸음을 더디게 하지만 더 잘듣기 위해 몸을 더 낮춥니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은 듣지 못하는 소리는, 낮은 곳에서는 더 잘 들을 수 있기에 낮고 낮춘 몸으로 순례길을 그려갑니다. 내 스스로 몸을 낮추면 자신의 심장소리에서 삶이 들려오고, 세상의 박동소리에서 사람과 자연이 토해내는 신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평상시 보이지 않던 길가 공사판 담장의 작은 귀퉁이에 잎사귀를 낸 담쟁이 덩굴 예쁜 모습도 눈에 들어옵니다.

오전 일정을 통해 안양에서 인덕원으로 넘어왔던 순례단. 아파트 인근 작은 인도에서 점심식사를 진행하고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정오가 다가올수록 햇살은 더욱 따가워지고, 높아져가는 아스팔트 열기에 작은 그늘이 아쉬운 상황입니다. 얼마 전부터 손목이 좋지 않으신 전종훈 신부님은 오전부터 얼음주머니를 손목에 달고 계셔서 진행팀은 걱정이 많습니다.

순례단을 따라 촬영하던 칼리티비라는 인터넷 방송팀도 점심시간에는 아파트 담장 옆 그늘에서 녹초가 되어 휴식을 취하더군요. 점심시간에는 순례단을 알아보시고 지역 생협에서 차가운 음료수를 전달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저기 보이는 곳이 관악산 맞지?>
오후 순례길. 최근의 순례길 풍경을 보여주듯 인터넷 방송 및 사진이 순례단과 동행이 되었습니다. 거기다가 도심지를 통과하다보니 순례길 징소리에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나오신 시민들이 동행이 됩니다. 오늘은 도로변 공사장의 관계자분들도 나오시더니, 손에 핸드폰을 들고 열심히 사진을 찍으시더군요.

점심 시간 이후에 순례길에는 당진환경연합의 이경의 선생님 등 관계자들과 과천지역 사회단체 분들이 순례길을 맞이하러 오셨습니다. 과천에서 오신 유종준님은 “평소에 환경운동, 민주화 운동을 한다고 했지만 ‘내가 정말 생명, 평화 운동을 했는가’ 성찰과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고 합니다.

유종준 님은 “우리나라는 개발지상주의가 극대화 되어 환경과 더불어 산다는 인식이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오로지 인간과 현세대만을 위한 개발성장으로 자연파괴는 물론 우리 자신마저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사람이 자연에 일부임을 깨달아야 한다. 인간 이외의 다른 것을 존중하여야 하며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협소한 시각을 버려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씀하십니다.

과천에서 순례단을 맞이하러 오고, 멀리 관악산이 보입니다. 마치 관악산이 순례단을 기다리고 있는 듯 합니다. 관악산을 바라보던 한 진행팀원이 “관악산 맞지? 진짜 서울까지 얼마 남지 않았네..”라며 신기해 합니다. ‘언제 서울 가나?’하면서 흘러온 순례길. 매일 도로에서 손살 같이 빠르게 지나는 차량을 보며 순례단의 느린 여정을 지켜야 했던 진행팀원에게는 서울이라는 곳이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고, 과천이라는 도시의 초입에 도달한 오늘의 순례길이 여전히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만 합니다.

멀리 관악산이 보이고 안양과 과천 경계점에 도달하였지만, 오늘 순례단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무더운 날씨와 도로의 열기는 순례자들을 쉽게 지치게 하고, 100여일에 달하는 순례길에 세분 성직자들의 몸도 쉽사리 육체적으로 피로가 누적되곤 합니다. 이제 한 구간 끝나고 진행되는 휴식시간에 수경스님의 무릎과 전종훈 신부님의 손목에는 일상처럼 얼음주머니가 매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지만 기도 순례길은 멈추지 않습니다. 이 작은 공간에서 마음의 위안을 찾고 희망을 찾고자 하는 발길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수지에서 오신 김혜영님은 “아스팔트라는 도시문명에 몸을 드리우니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생명과 평화를 이야기하지만, 우리의 실제 삶은 너무나 도시화되어 살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요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소통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이다.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일까? 대부분 내 생각하고 같아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남의 생각을 읽지 못한다. 소통을 위해서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는 자신을 낮추어 한다. 그렇기에 오체투지는 소통하고자 하는 하나의 행위”라고 합니다. 김 선생님은 “사람, 생명, 평화의 길은 따로 있는 것보다는 계속해서 이러한 것을 물으면서 가는 길. 그 길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하십니다.

<과천 구간을 시작하며>

순례단은 오후 순례가 종료될 즈음 인덕원을 지나며 안양 구간의 순례길을 끝내고, 과천 구간 순례를 시작하였습니다. 과천지역에서 마중오신 분들은 점심무렵부터 순례단을 기다려 주셨고, 과천 지역에서 함께 순례길을 열어가겠다고 합니다. 오늘 순례는 안양과 과천의 경계점에서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수브라(프랑스) / 조환철(기독교농촌개발원) / 방경석(천태종 나누며하나되기운동본부) / 슬픈바다(산본) / 박미정(진보신당 경기도당) / 이명선(컬러티비) / 송지홍(서울) / 김혜영(수지) / 한희숙(의왕) / 이경희 외 3명(당진환경운동연합) / 백승순 외 2명(과천 환경운동연합) / 오진화(과천 품앗이) / 추경숙(과천에코생협) / 김만종 목사, 최병성 목사 / 이효재(대전) 등이 참석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변동 가능>
● 5월 15일(금) : 재경가든입구 - 과천 중앙공원 앞(종료)
● 5월 16일(토) : 과천 중앙공원 앞(시작) - 정각사 이후 사당역 인근(종료)
● 5월 17일(일) : 사당역 인근(시작) - 용산구 서빙고동 이촌지하차도 입구(종료)
● 5월 18일(월) : 이촌 지하차도 입구(시작) - 용산로 용산2가 국민연금공단 맞은편
● 5월 19일(화) : 휴식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김찬식(서울), 무명(행인), 애순수퍼(안양), 과천에코생협, 유정균 전용길, 과천성당 교우일동, 과천성당 등이 후원해주셨습니다.

* 공지 1 : 5월 16일(토) 과천 남태령 경유 서울 구간 순례 시작(비가와도 예정대로 진행)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5. 14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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