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위 중심으로 보급 노력 꾸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제시한 ‘몸 신학’(몸의 신학)을 알리고 가르치려는 노력이 한국 천주교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천주교 수원교구 생명위원회는 지난 1월 한 달 동안 매주 화요일 오후 교구청 강당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몸 신학 특강을 열었다. 생명위 몸 신학 독서모임의 후원을 받아 무료로 진행된 특강에 180여 명이 수강신청을 했고 112명이 수료했다. 평일 낮 시간인 만큼 장년 이상으로 보이는 참가자들이 많았다.

강사는 한국의 몸 신학 전문가 중 한 명인 김혜숙 선교사(그리스도 왕직 선교사회)였다.

몸 신학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즉위 1년을 앞둔 1979년 9월 5일부터 1984년 11월 28일까지 129회에 걸쳐 선포한 가르침을 모은 것이다. 몸 신학은 가정, 몸의 의미, 욕망, 부활, 독신과 동정, 혼인, 출산, 피임, 자연주기법 등 오늘날 평신도들의 삶과 깊이 관련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 129번의 연설은 하나의 교리교육으로 평가 받으며, 2015년에 나온 원문 전체의 한국어 번역본 “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사랑”이 800쪽이 넘을 정도로 방대한 내용이다. (김혜숙 선교사와 신정숙 수녀, 교회 음악학자 김수정 씨, 이윤이 수녀가 이 책을 번역했다.) 신자들은 왜 몸 신학을 배우려 하며, 여기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 '몸 신학' 전체의 한국어 번역 "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사랑" 첫 부분. ⓒ강한 기자

몸 신학을 신자들이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1월 31일 수원교구 특강을 마치는 자리에서 한 남성 참가자는 전에 몸 신학 해설판을 읽었는데 “우리말로 번역했는데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교황이 일반인에게 심오한 뜻을 설명하려 하니 129번이나 교육해야 했다며, 자신도 계속 읽고 이해하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를 준비하기 위해 펼쳐 본 “하느님 계획 안에 있는 인간사랑”은 순례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으로 5-6쪽 분량의 작은 주제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시간만 있다면 읽기에 부담 없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성경과 신학, 철학을 망라하는 개념어도 가득하기 때문에, 요약해 보겠다고 며칠 만에 서둘러 읽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특강을 마치고 만난 김혜숙 선교사도 책을 꼼꼼히 읽어 봐야겠다는 기자의 말에 “아마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선교사는 깊은 연구와 묵상보다는 ‘그냥 읽기’를 권했다. ‘검은 것은 글씨, 흰 것은 종이’라고 여겨지더라도 3번쯤 읽으면 알게 되고 느껴지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만나는 신자들이 갖고 있는 질문은 대부분 ‘어떻게 하면 신앙생활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왜냐하면 너무 많이 율법적으로 묶여 있지요. 율법으로 묶이지 않고, 내가 받은 이 신앙의 선물을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김 선교사는 몸 신학은 몸이 갖고 있는 신비를 통해 풀어 주고, 하느님 안에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찾게 해 준다고 말한다.

그는 신자들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설 것을 강조했다. 김 선교사의 5-6주 특강은 ‘한처음’을 주제로 한 몸 신학 교리서 1부의 논리를 풀어 설명하는 데 무게를 둔다. 그건 “단순하게 (지식을 청중에게) 먹여 주는 것이 아니고, 바라보고, 정독해 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은 본인이 먹어야 해요.” 그는 신앙생활에서 목마름을 느끼는 신자들이 유명한 강의를 많이 찾아다녔지만 이제 포기한 상태라고 느낀다며, “내가 스스로 사유하지 않으면 한두 번 강의를 듣고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가정이 겪는 문제들은 기술과 프로그램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지적도 했다. 그는 ‘사람’이 바뀌어야 하는데 ‘기술’을 묻는 것은 잘못된 질문이라고 봤다. “본성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몸 신학에서 길을 찾고 있다.

▲ 김혜숙 선교사. '몸 신학' 전문가인 그는 교황청립 혼인과 가정 연구를 위한 요한 바오로 2세 대학의 한국 책임자도 맡고 있다. ⓒ강한 기자

특강 수료식에서 주최 측의 요청을 받아 소감을 말한 이들 중에는 몸 신학을 접하며 삶이 변하고 있다는 사람도 있었다.

4년째 몸 신학을 배우고 있다는 여성 신자는 세 아이를 키우며 힘들었던 시기에 혼인, 가정에 대해 공부하면 아이들도 더 잘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출발했다. 그는 4년 동안 자신의 삶이 행복하고 충만한 방향으로 많이 바뀌었다며, 자신도 어려운 가정들에 희망을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신자들이 말한 ‘변화’는 소박하고 일상적인 일에 정성과 사랑을 담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한 남성 신자는 깨끗이 씻은 사과를 깎아 손님 대접을 하는 일에서 예수에 대한 사랑을 묵상했다고 경험을 말하기도 했다.

아직 몸 신학은 한국 천주교 신자 다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주교회의 홈페이지나 가톨릭 대사전에서 관련된 정보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가톨릭대 사목연구소가 2011년 이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 적이 있으며, 대전가톨릭대 평생교육원에 2013년 혼인과 가정대학 신학원이 만들어져 몸 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교구 생명위원회들을 중심으로 몸 신학을 소개하고 가르치려는 움직임이 있으며, 한국어로 된 해설서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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