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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왜 답을 하지 않을까?성모병원 갈등 3년째, 대화는 없고 법적 공방만

인천성모병원과 국제성모병원 문제로 보건의료노동조합과 시민대책위원회가 인천교구에 대화를 요구한 지 3년이 다 되어 가지만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14년 7월 인천성모병원 홍명옥 전 노조지부장은 “병원 중간관리자가 나를 국제성모병원의 의료급여 부당청구를 제보한 것으로 지목하고 폭언, 위협을 해 병가를 내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밝혔다.

그 뒤 이 일은 병원 운영과 노조탄압 문제로 이어져 노조와 병원, 인천교구 간의 갈등으로 불거졌고, ‘국제성모병원, 인천성모병원의 정상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가 꾸려졌다. 병원은 지난해 1월 홍명옥 전 지부장을 징계 해고했다.

노조와 시민대책위는 인천교구 답동주교좌 성당 입구에서 단식 농성, 병원 앞 1인 시위, 촛불 집회, 바티칸 원정 투쟁 등을 하고, 수차례 대화를 요구했지만 교구는 이에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

대화는 없지만 고소, 고발 등 법적 공방은 있다.

인천성모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이사장 염수정 추기경)은 2016년 3월 홍명옥 전 지부장을 비롯해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등 6명에게 총 5억 51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지난해 11월에 1차 공판이 있었다.

가톨릭학원은 홍 전 지부장에 대한 집단괴롭힘이 허위 주장이며 시위와 투쟁 등 업무방해 불법행위로 2015년 예상 수익에서 46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법원은 홍 전 지부장에 대한 집단괴롭힘을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또 학교법인 인천가톨릭학원(대표이사 정신철 주교)도 2016년 10월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부위원장과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김정범 공동대표 등 2명을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인천가톨릭학원은 ‘국제성모병원 진료비 허위청구 관련 기자회견’으로 명예훼손과 영업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 인천성모병원을 운영하는 가톨릭학원과 국제성모병원을 운영하는 인천가톨릭학원이 보건의료노조 구성원과 시민대책위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배선영 기자

인천지방검찰청은 2015년 11월 2일, 국제성모병원의 의료급여 부당청구 혐의에 대해 환자 유인 행위에 대한 혐의만 인정하고, 병원장과 법인을 각각 벌금 300만 원에 약식 기소한 바 있다. 그리고 2016년 1월에 보건복지부가 국제성모병원을 실사한 뒤 행정처분을 통지했는데, 노조 측은 건강보험 부당청구액이 2억 원 정도이며, 이에 대한 환수조치와 관련된 행정처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톨릭학원 측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이 중 한 명인 보건의료노조 최승제 조직부장(안토니오)은 처음에 추기경 이름으로 소장이 와서 너무 놀랐다고 했다. 그는 “내가 아는 그 염수정 추기경님이 맞는지 계속 (소장을) 들여다봤다. 추기경님이 나에게 돈을 내라고 고소할 줄은 몰랐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법으로 겁박하려는 느낌”이라며 “자비의 희년 선포의 의미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교회가 이럴 수도 있구나 싶어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이 외에도 인천성모병원 실무자와 병원장이 노조와 시민대책위 구성원을 집시법 위반,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 고발해 현재 진행 중인 건이 5건이다.

한편, 앞서 밝혔듯이 홍명옥 전 지부장이 가톨릭학원과 병원 측을 상대로 집단괴롭힘에 대해 소송을 낸 것은 올해 1월에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괴롭힘이 병원의 상부 지시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99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2015년 10월 보건의료노조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인천성모병원장 등을 상대로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에 낸 고소 건은 지난해 말 검찰로 넘어간 상태다.

노조 측은 후원주점 수익과 조합원들이 모아 준 투쟁기금 등으로 변호사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병원 사업장이 노조와 대책위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일을 어떻게 봐야 할까? 교회는 이미 답을 갖고 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2014년 노동절에 낸 담화문에서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옳지 않다고 한 바 있다. 당시 정평위원장 이용훈 주교(수원교구)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와 행동에 대해 손해배상과 업무방해라는 이름으로 이를 위축시키고 제한시키려는 것은 동반자 관계도 아닐 뿐더러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옳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또 2015년 7월에 열린 인천성모병원 사태 관련 토론회에서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연합 권오광 상임대표는 이전에도 있었던 병원 측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제기에 대해 “일반적 자본가의 모습보다 한술 더 뜨지 않냐”고 지적했다.

2012년에 ‘가톨릭교회와 병원, 그리고 노동’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조현진 교수(당시 서강대)는 “손배소송과 가압류는 노조에 민사상의 책임을 물음으로써 노조를 압박하고 노조활동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비정규직과 정리해고와 마찬가지로 노동자와 자본가의 비대칭적 역관계를 더욱더 심화시킨다”고 했다.

병원 측은 어떤 생각일까. 가톨릭학원의 이번 손해배상청구 소장에 따르면 인천성모병원은 2005년 노사분규로 노조에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했는데 이는 개인 영리사업자가 아닌 공익법인 소속의 병원으로서는 당연히 취해야 할 것으로 노조를 위축시키려는 의도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과 병원, 교구의 입장 차이가 큰데도, 차이를 좁히려는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쯤 되면 교구의 대답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왜 대화에 나서지 않는지가 궁금하다.

노조 측이 처음 교구에 문제제기를 했을 무렵, 최승제 조직부장은 잘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처음으로 답동성당 입구에서 집회를 하자 당시 정윤화 신부(현재 총대리 신부) 등 국장급 교구청 신부들과 면담이 이뤄졌다. 최 조직부장은 당시 신부들이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으며, 심각성을 깨달았다는 반응이어서, 이렇게 갈등이 깊고 길어질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교구에서 노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그뒤 주교와의 면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추측했다.

당시 인천교구는 병원 일이라 교구가 직접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2015년 4월 “본 교구는 사업장 노사관계에 성직자(교구장)가 직접 관여하거나 노동조합에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판단하며, 해당 사업장에서 충분히 대화해 주시길 바란다”고 노조 측에 공문으로 답했다. 그러나 손해배상소송은 가톨릭학원 염수정 추기경, 인천가톨릭학원 정신철 주교 이름으로 제기됐다.

   
▲ 인천시민대책위가 1월 10일 답동 성당 주변에서 '인천성모병원과 국제성모병원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사진 출처 = 보건의료노조)

비슷한 일이 이전에도 있었다.

인천성모병원은 2006년부터 노조와 마찰이 있었다. 인천성모병원 노조는 성모자애병원 시절인 1987년에 만들어졌는데, 인천교구에서 병원을 인수한 2005년 이후 노조탄압으로 2006년 한 해 동안 당시 조합원의 2/3에 해당하는 133명이 탈퇴해 80여 명이 남았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현재 인천성모병원 노조는 10여 명이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120여 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어떤 합의도 이르지 못했고, 2009년 초에는 병원 측이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해지했다.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하자 당시에도 노조 측은 인천교구가 나서서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당시 병원 측은 손해배상, 노조 간부 개인재산 가압류 등에 대한 소송을 냈고, 법원은 병원이 제기한 소를 전면 기각했다. 2006년에 병원이 노조활동에 대해 낸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소송에서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왜 문제는 반복될까?

2002년 CMC(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3개 병원 217일 장기파업, 2002년 목포가톨릭병원, 2009년 인천성모병원 등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병원 사업장에서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천정연 권오광 대표는 앞서 말한 토론회에서 “교회가 노동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노조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모습 때문에 문제가 일어난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성직자와 수도자의 권위주의가 노조를 실제적 동반자로 인정하길 주저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 안에서 입법, 사법, 행정의 전권을 가진 성직자의 경우, 노조가 만들어져 평신도들이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하자고 하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며, 그래서 노사협상이 때로는 자존심 싸움으로 부딪히기도 한다고 했다.

또 권 대표는 교회 안에서 노사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는데, “노조는 법질서를 외면하고 환자를 볼모로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불법 부당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으로 이해하고 있”어 교회는 노조를 사업장의 이윤에 부합한 조직으로 만들거나 무력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노조를 이교도적이고 이기적 집단이 아니라 교회의 복음선교 사명의 정당한 동반자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교회는 콜트콜텍, 쌍용차 해고노동자 등 교회 밖 노동 이슈에 연대하고 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왜 교회가 운영하는 병원의 노동자에 대한 관심과 연대는 이에 못 미칠까. 두 개의 교회가 존재하는 것일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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