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2017년 연초부터 부산지하철 노사분규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부산교통공사의 ‘재창조 프로젝트’ 때문입니다. ‘재창조 프로젝트’란 외주와 계약직 그리고 민영화를 통해 앞으로 10년간 1000명의 인력을 줄이겠다는 구조조정안입니다. 그와 동시에 부산교통공사는 노조가 작년 성과연봉제와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파업을 한 것을 문제 삼아 노조 간부 40명을 직위해제하고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하는 징계위원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징계위원회에서 노조 간부 40명을 전원 해고할 것이란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습니다.

▲ 부산지하철 노조원들은 부산교통공사의 구조조정안인 '재창조 프로젝트'에 맞서서 부산 지역 각 역사에서 텐트를 치고 부산 시민들에게 시민의 안전 보다는 이윤 중심의 비인간적인 부산지하철 운영 현실을 알리는 투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장영식

이에 맞서 노조는 1000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재창조 프로젝트’는 곧 ‘멸망 프로젝트’라고 규탄하고, 구조조정안 폐기와 사장 퇴진만이 부산지하철과 부산을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전 조합원 사장 불신임 투표를 통해 97.6퍼센트의 불신임 결과를 가지고 사장 퇴진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부산지하철 1호선의 전동차 중 83퍼센트는 20년 넘은 노후전동차입니다. 나머지 전동차도 내년이면 20년이 됩니다. 또한 올해 4월에 개통할 예정인 다대선은 건설비 1조 원이 들었습니다. 다대선 인근에는 16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이 다대선에 284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다는 연구 보고서가 있었음에도 부산교통공사는 4명을 새로 채용하여 다대선에 투입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부산교통공사는 부산지하철 4호선 운영을 민간에 위탁하고, 3호선을 무인운전으로 전환하는 등 조직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 부산지하철 유일한 해고 노동자인 강한규 씨가 설날 전날부터 부산교통공사 앞에 텐트를 설치하고 노숙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해고 23년차를 맞고 있는 노동자입니다. ⓒ장영식

부산교통공사에는 23년차 해고노동자가 있습니다. 부산지하철 유일한 해고노동자입니다. 그는 정년이 1년밖에 남지 않은 노동자이지만, 설날 전날부터 부산교통공사의 부당한 징계권 남발과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조정에 항의하여 텐트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부산교통공사는 그의 복직을 약속했음에도 지금까지 외면하고 있습니다.

공공재인 부산지하철 운영을 두고 이윤을 내기 위해 노동자들을 감축하겠다는 것은 부산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에 대한 배신 행위입니다. 부산 시민은 지하철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부산시가 공무원을 1000명 이상 신규 채용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부산지하철 노동자는 1000명을 감축하겠다고 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 칼바람이 불고 있는 부산교통공사 입구의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선전판이 노동계급의 현실을 보여 주는 것 같아 먹먹한 나날입니다. ⓒ장영식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는 노동자들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재창조 프로젝트’를 즉각 폐기하고 낡은 전동차도 즉각 교체해야 합니다. 또한 해고 23년차를 맞는 노동자를 원직 복직시켜야 합니다. 비록 늦었지만 한 노동자가 현직에서 명예롭게 정년 퇴직할 수 있도록 원직 복직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부산지하철은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 아니라 시민의 공공재입니다. 따라서 이윤보다는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존중하는 공공성 강화가 최고의 가치입니다. 부산지하철은 침몰로 달려가는 세월호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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