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팅 대수장 사임

교황청과 몰타기사회 간의 분쟁이 지난 1월 25일 몰타기사회 페스팅 대수장의 사임으로 끝이 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시한 몰타기사회의 내분 조사를 매슈 페스팅 대수장이 두 차례나 거부한 뒤였다.

페스팅 대수장은 24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한 자리에서 사임했고, 교황은 25일 이를 받아들였다.

몰타기사회는 12세기에 십자군 전쟁 때 팔레스타인에서 순례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교황으로부터 “주권”을 인정받은 “영토 없는 국가”다. 페스팅은 교황 지시에 따른 조사를 거부할 때도 몰타기사회는 주권을 가진 국가로서 다른 국가인 바티칸의 개입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했으나, 교황청은 몰타기사회는 가톨릭 조직으로서 어디까지나 교황의 권위 아래 있으며, 그 헌법에도 교황에 대한 충성을 명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몰타기사회는 현재 106개 국가와 외교관계를 맺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2016년 9월에 공식으로 지회가 승인되었고 기사 11명이 있다. 1990년대까지는 귀족 출신들만 가입할 수 있었던 서구 가톨릭상류층의 모임으로서, 지금은 대외 봉사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 프라 매슈 페스팅 대수장과 프란치스코 교황. (이미지 출처 = catholicherald.co.uk)

몰타기사회의 수장인 매슈 페스팅 대수장은 지난해 12월 초, 3인자인 알브레흐트 폰 뵈젤라거 대재상이 대외 원조 사업에서 콘돔을 나눠 준 책임을 물어 전격 해임했다. 이로부터 안팎에서 파문이 일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2월 22일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폰 뵈젤라거가 해임될 때, 몰타기사회 담당 추기경인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이 그 자리에 있었는데, 당시 페스팅 대수장은 교황의 대리자인 버크 추기경이 그 해임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의 해임을 원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몰타기사회는 28일 주권평의회에서 페스팅의 사임을 받아들이고, 뵈젤라거 대재상의 복직을 결정했다. 주권평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몰타기사회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이 몰타기사회에 관심을 갖고 돌봐 준 것에 매우 감사한다. 몰타기사회는 교황 성하의 결정들은 모두 몰타기사회의 주권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갖고, 몰타기사회를 존중하며 주의 깊게 취해졌음을 잘 인식한다"고 밝혔다.

가톨릭교회의 대법원 격인 대심원장이던 버크 추기경은 가정과 성윤리에 관해 완고한 입장을 고수하던 중 2014년 11월에 한직인 몰타기사회 담당 추기경으로 좌천됐으며, 그 뒤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가정에 관한 교황권고 “사랑의 기쁨”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번에 몰타기사회와 바티칸 간에 벌어진 일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버크 추기경의 대립 때문에 벌어진 것으로들 보지만, 또한 “두 국가” 간의 내정 개입 성격도 띠고 있다. 교황청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사람을 교체하는 데에는 아주 신중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일에 대해 이처럼 과감히 교황권을 행사한 것은 교회사 전체에서도 드문 일로 충격적이다.

기사 원문: http://www.catholicherald.co.uk/news/2017/01/25/vatican-pope-francis-to-name-delegate-to-run-order-of-mal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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