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수가 본 교회와 사회 - 50]

나는 지난 글(천주교 분석 2)에서 ‘최근으로 올수록 이탈자 비율이 급속하게 느는’ 이유에 대해 간단히 제목만 적어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 호부터 이에 대한 설명은 물론 추가 해석도 시도해 보려 한다.

세계화된 한국 사회의 영향

세계화로 빚어진 사태들 가운데 하나가 잦아진 국제적 인구 이동이다. 2016년의 경우 2250만여 명의 내국인이 출국하였고, 1600만여 명의 외국인이 입국하였다. 여행 목적은 관광, 유학, 사업, 체류 등으로 다양하였다. 국내 체류 외국인도 2016년에 200만 명을 넘었다. 내외국인의 국제적 이동 추이는 1980년대 말부터 기지개를 켜기 시작해 2000년 이후 양적 질적으로 가속화되었다. 국내에서도 취업, 학업을 목적으로 하는 젊은 층의 인구 이동이 활발하였다.

이와 같은 활발한 인구 이동은 본당의 속지주의를 약화시키는 원인들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였다. 이로 인해 주소지 본당 주일미사 참례자들은 줄고, 대신 주소불명 신자는 늘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기 주소지가 아닌 곳에서 활동하는 사례도 늘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러한 사실을 본당에 알리지 않았을 테고, ‘나 홀로 신자’인 경우는 구역, 반에서 그들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연히 이들은 양업시스템에서 ‘냉담 신자’로 분류될 터.

국제 이동 내지 국내에서 수평으로 이동하는 경우, 이동 주체들이 자주 경험하는 현상이 낯선 일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이 경험은 경험 주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는 타자에 대한 이해를 촉진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는 다원주의적 사고를 촉진한다. 절대주의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로써 개인의 사고 안에서는 자기중심주의가, 종교적으로는 배타주의가 약화된다.

결과적으로 이는 한 종교에 대한 소속감, 충성심을 약화시킨다. 그래서 ‘완전 이탈자’를 증가시키고, ‘소속은 유지하되 의식과 활동은 자유로이 하는’ 다원적 종교 정체성을 가진 이들을 양산한다. 이 때문에 ‘탈 제도적 종교성’이 늘어난다. 아마도 이 변화는 객관적으로도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

가구 구조의 변화

지난 이십 년 사이 한국의 가구 구조도 급격히 변했다. 확대가족, 핵가족(부부+자녀)은 줄고 ‘1인 가구’, ‘부부 가구’, ‘한 부모 가구’, ‘조손 가구’ 등의 숫자는 급격히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가구 구조 변화는 가족 중심(확대 및 핵가족)의 신앙생활에 영향을 미쳤다. 가족 안에서 부모 혹은 가장이 자녀들의 종교 선택과 종교 생활 지속에 미쳤던 영향력을 약화시킨 것이다. 그 결과 가운데 하나가 이번 ‘인구주택총조사’에서도 나타났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구주택총조사는 미국(개인 단위)과 달리 가구 단위로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가장 혹은 가구주가 가족 구성원들의 종교 현황을 독단적으로 기록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로 인해 가족중심의 신앙생활을 하는 종교들(개신교, 천주교)의 신자 수가 그렇지 않은 종교들(불교, 유교 등)의 신자 수보다 더 부풀려질 수 있다.

그런데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족 중심’의 종교 표기가 상당 부분 ‘개인 중심’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 때문에 과거 가구주가 기록했을 때는 ‘신자’로 잡혔던 이가 ‘1인 가구’로 조사에 응했을 때는 현재 상태로 답하게 되어 ‘그가 더 이상 신자가 아닐 경우’ 신자 인구로 잡히지 않았다.

이 가설에 따르면 한편으로 천주교 신자가 지난 10년 사이 급감한 원인을 설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나타난 신자 수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고 말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혼 경험자 숫자도 크게 늘었다.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나타난 만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이혼자는 218만 3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5.1퍼센트를 차지하였다. 이들이 ‘1인 가구’ 숫자의 16.2퍼센트를 차지하였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일정 비율이 ‘한 부모 가구’다. 또한 이들 가운데 일부는 신앙생활에 적극 참여하지만 다수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노인 1인 가구의 경우에는 가족이나 본당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주일미사에 참여하지 못한다. 이 외에도 가족, 가구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가족의 지지가 사라진 가족 환경이 신앙생활에도 영향을 주는 셈이다.

▲ 지난 20년 사이 핵가족은 줄고 1인 가구, 부부 가구, 한 부모 가구, 조손 가구 등의 숫자는 급격히 증가하였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교구(혹은 본당)중심주의의 약화

인구 이동의 증가가 속지주의를 약화시켰다고 했는데, 교회 안에서도 본당 중심의 신앙생활이 여러 원인들로 인해 약화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신자들이 본당 외에 수도회 재속회나 수도회가 주관하는 미사, 교육 내지 사도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 활동 시간들 가운데 일부는 주일과 겹치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신자들은 아예 본당에 나가지 않기도 한다. 과거에는 이런 신자들을 본당에서 파악하고, 또 일부는 통제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일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분위기가 커질수록 신자들의 본당 외부활동 빈도는 늘어나게 마련이다. 그 덕에 수도회들이 신자들의 자원을 부분적이지만 동원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본당에서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는 신자들을 만족시킬 가능성이 희박하니 이 흐름을 막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나마 이들은 신앙생활을 계속하고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는 본당 통계에 잡히지 않을 것이다.

종교간 비교가 쉬워진 미디어 환경의 조성

지난 이십 년 사이 한국인이 경험한 변화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 미디어(매체)의 다양화다. 특히 인터넷,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 속도가 빨랐고 폭도 넓었다. 굳이 따지자면 뉴미디어 사용이 한국인의 태도 변용(變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롭게 형성된 뉴미디어 환경은 종교계에 기회를 준 측면이 있지만 반대 측면도 컸다. 이제 뉴미디어 사용자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해당 종교의 정보를 습득할 수 있고, 이 정보를 다른 종교들과 손쉽게 비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정보들을 검색하다 보면 유사종교들과 관련된 정보들을 많이 만난다. 그런데 이 유사종교들 대부분은 종교에 기반을 두고 있음에도 외양은 여전히 탈종교적이고 싶어 한다.

유선방송에서는 한 채널 간격으로 여러 종교 방송이 배치돼 있다. 채널을 옮겨 다니다 다른 종교들의 프로그램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필자도 가끔 경험하는 일이다. 종교박람회가 따로 없다. 이와 같은 미디어 환경은 자기 종교 우월주의를 강화시키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종교 상대주의를 강화시킨다.

길게는 지난 삼십 년, 짧게는 지난 이십 년간 한국 사회는 패러다임 이동에 가까운 변화를 경험하였다. 방금 열거한 변화 양상들도 이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급격한 사회변동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볼 수 있는 사례들은 찾기 힘들다. 아니 변화 자체를 읽어 내지 못하였다. 그러니 변화의 본질도 이해할 수 없었다. 설사 이해하였다 하더라도 한국교회의 관성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 적극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사이 많은 신자들의 신앙 열정이 식었고, 교회 외부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마음을 빼앗겼다. 변화하는 양상에 휘둘리지 말고 본질에 천착하며 정체성을 지켜 가야 한다는 말들은 많이 했는데 그것이 이 시대에 어떤 모습인지, 혹은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답이 신통치 않다. 설사 제공하더라도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그러면 답은 어디에 있을까? (계속)

 
 
박문수(프란치스코)

신학자, <가톨릭평론>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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