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공동체 친교와 화합에 도움

누군가와 친해지려 할 때 사람들은 함께 밥을 먹는다. 어떤 성당에서는 미사를 마치고 신자들이 함께 밥을 먹으며 친교를 다져 눈길을 끈다.

의정부교구 식사동 본당은 설립 때부터 교중 미사를 마치고 신자들이 다같이 식사하는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0년 본당이 생겼을 때는 신자 수가 70여 명뿐이었고 교중미사에 오는 이들은 10여 명이었다. 당시 이영재 주임신부는 미사를 봉헌한 뒤 신자들에게 자장면을 사 주곤 했다. 이것이 함께 밥을 먹는 문화가 됐다. 지금의 성당을 짓기 전이었고, 환경이 열악해 천막에서 밥을 짓고 먹었다.

식사동 성당의 시작을 함께한 한 신자는 밖에 설거지통을 주룩 늘어놓고 설거지한 일을 기억했다. 한겨울에 수도가 터져 요리할 여건이 어려워도 꼭 함께 밥을 먹었다. 주임신부의 뜻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 신자는 당시 “왜 고생하면서까지 밥을 같이 먹어야 하나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신부님이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간다”고 했다. 식사동 본당 자체는 작은 공장지대 한 구석에 있지만 나머지 식사동은 주변이 거의 아파트고, 신자 대부분이 중산층이다. 그는 “각자 바쁜 시기에 이렇게 하지 않으면 본당 공동체가 뭉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 1월 15일 교중미사 뒤에 함께 밥을 먹는 의정부교구 식사동 신자들. ⓒ정현진 기자

2015년 1월 성당 봉헌식을 하고, 2대 김동훈 신부가 주임이 되었다. 김 신부도 같이 밥 먹는 것만큼은 꼭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밥은 9개 구역이 돌아가면서 보통 270인분을 준비한다. 구역장 등 밥을 준비하는 신자들의 희생이 따른다. 준비하는 구역이 카레, 비빔밥, 국밥 등 메뉴를 정한다. 비용은 한 달에 110만 원을 성당에서 지원하며, 이 안에서 모든 재료를 다 해결한다. 미사 뒤에 회의를 하는 성가대나 사목회 등 모임은 성당 안에서 식사와 회의를 같이 할 수 있어 좋다.

매주 식사 준비에 참여하는 이 신자는 “힘들다고 여기지 않는다. 작은 희생으로 많은 이들이 행복하다는 생각에 기쁘게 준비한다”고 말했다. 함께 밥을 먹는 문화는 전체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쳐 끈끈한 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대교구 능주 본당도 매달 첫째 주에 교중미사를 봉헌하고 같이 밥을 먹는다. 밥을 먹지 않는 주에는 같이 차를 마신다. 공소시절부터 이어진 문화다.

4개 구역에서 돌아가면서 140여 명분의 식사를 준비한다. 신자들이 각자 집에서 음식을 가져오기도 한다. 박석렬 주임신부는 “친교를 중심으로 화합하기 위해” 이 문화를 이어오고 있으며, 그만큼 다들 많이 친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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