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주류, 새로운 종교성 못 담고 있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종교계 연구자들이 모여 2016년 말 발표된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놓고 논의했다. 발표자 다수는 오늘날 한국의 종교 상황을 “탈종교”, “새로운 종교성”, “탈제도적 종교성” 등 용어로 설명했다.

천주교 입장에서 통계청 조사 결과를 살펴본 박문수 <가톨릭평론> 편집위원장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등 ‘호재’가 있었음에도 천주교 신자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면, 내부 문제뿐 아니라 한국의 종교들이 현대사회의 변화에 적응하는 데 실패한 것과 관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공표되지 않은 <가톨릭신문> 창간 90주년 천주교 신자 조사 결과를 볼 때 “많은 신자들이 성당에 가지 않고 교회가 요구하는 것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신자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는 “굳이 교회를 나가지 않아도 내가 개신교 신자라고 말하는 것에 거리낌 없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게 던지고 싶은 질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신자들의 의식이 변했다”며 1980-90년대의 의식과 달라져, 남아 있다고 충성스러운 천주교 신자는 아니라는 것을 이번 결과를 보고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교적에 따른 주교회의 발표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실린 가톨릭 신자 가운데 50퍼센트 정도는 교회를 떠났다고 보는 것이 현실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연령대별로 볼 때 40대 이하 신자는 줄고 60-70대 이상 신자는 늘어나는 것은 교회 통계에서도 나타나는 변화다.

▲ 1월 25일 인구센서스 종교인구조사를 놓고 3대 종교 토론회가 열렸다. ⓒ강한 기자

박 위원장은 “종교인구가 급격히 준 원인을 그동안 연구자들이 계속 분석해 왔듯이 ‘세속화’와 ‘영성의 시대’로 대변되는 ‘탈제도적 종교성’의 확대로 본다”면서 “다른 종단들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은데 현재와 같이 패러다임 자체가 변동할 때는 방향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이런 모습에 대한 대응으로) “대부분의 종단들이 ‘종교 본연’을 강조하며 내부 문제에 치중할 것 같은데, 이는 여러 방향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오히려 여러 방향을 다 선택하는 게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의 종교, 탈종교화에 대응할 수 있나'를 주제로 신대승네트워크, 우리신학연구소,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 공동 주최로 1월 25일 서울 종로구 안국빌딩에서 열렸다.

개신교 관점에서 발표한 김진호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주류 종교들과 사회 제도, 매체들이 “새로운 종교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구센서스의 설문 같은 것이 그렇다”며, 사람들은 개신교회와 가톨릭 피정, 템플스테이를 모두 참여하고 유교, 불교 경전에 감명 받고 사주와 운세도 보는데 인구센서스는 오직 하나의 종교만을 선택하게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의 촛불집회에서도 ‘종교적인 것’이 엿보인다며, 전통적으로 종교의 설치물이던 ‘촛불’이 참가자들의 열망을 상징하고 있으며, “낡은 질서에 대한 파괴와 해체의 정념에 불타오르던 과거의 시위 대중과 달리, 촛불을 든 대중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와 같이) 체제가 주장하는 질서를 한층 더 승화시키는 존재임을 과장되게 연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실장은 이런 상황에서 종교 인구의 감소를 말하는 인구센서스는 “곤혹스럽다”며, 그리스도교 신학자와 종교학자들은 이 곤혹스러움을 해명하기 위해 ‘익명의 그리스도인’,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멀티 신자’ 등 새로운 용어들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 1월 25일 서울에서 열린 인구센서스 종교인구조사결과 3대 종교 토론회에서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가운데)가 발표하고 있다. ⓒ강한 기자

앞서 지난 12월 19일 나온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종교인구 비율은 2005년 52.9퍼센트(2452만 명)에서 2015년 43.9퍼센트(2155만 명)로 줄었다.

종교별로는 개신교 19.7퍼센트(967만 명), 불교 15.5퍼센트(761만 명), 천주교 7.9퍼센트(389만 명)였다. 2005년 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당시 18.2퍼센트(844만 명)였던 개신교 신자는 늘었으며, 22.8퍼센트(1058만 명)였던 불교, 10.8퍼센트(501만 명)이던 천주교 신자는 크게 줄었다.

이번 조사는 전국 20퍼센트 표본 가구에 대해 조사원 면접과 인터넷 조사로 집계한 것으로, 전수 결과를 모수로 추정한 것이다. 한국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였던 2005년과 다른 방법으로 이뤄졌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