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희생자와 가해자를 위한 하나님의 정의’ 주제로 강연

 
▲ 위르겐 몰트만 박사가 신학강연회에 모인 청중에게 "한국 군사독재 정권 하에서 기독교가 보여준 억압과 저항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김세진

위르겐 몰트만 박사가 여덟 번째 한국을 방문해 민중신학자들과 그의 신학 사상을 공유하고 있다. 지난 5월 12일 저녁 7시 몰트만 박사는 ‘그의 이름은 정의입니다. -악의 희생자와 가해자를 위한 하나님의 정의’를 제목으로 강연했다.

몰트만 박사는 정의와 자비는 모순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해방하는 정의, 권리를 찾아주는 정의, 구원하고 치유하는 하나님의 정의가 자비이기 때문이다. 몰트만 박사는 정의의 개념이 바빌론 태양신의 개념에서 유래했고 태양이 만물을 소생하게 하듯 정의가 만물을 살게 한다고 설명했다.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태양이 뜬다고 덧붙였다.

‘연대하는 그리스도’라는 개념을 설명하며 몰트만 박사는 예수가 피해자의 고통을 함께하고 연대하며 그들에게 계시했다고 했다. 반면 가해자에게 그리스도는 ‘대속’의 의미라고 했다. 하나님이 죄의 사슬을 풀어 없애시고, 일어난 일을 과거로 만드시고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해 주신다는 것이다. 죄의 세력에 대해 죽고 부활의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태어나는 사건을 가해자에게 행하신다는 것이다.

몰트만 박사는 하나님은 반드시 희생자의 면전에서 가해자를 해방한다고 했다. 가해자에게 화해를 제안하는 것은 오직 희생자이고 희생자의 칭의가 가해자의 칭의에 앞선다고 했다. 몰트만 박사는 희생자의 권리를 지키시고 가해자를 바로 잡는 하나님의 정의가 승리할 것이고 하늘이든 땅에서든 하나님의 정의가 이기는 날이 있을 것이며 이는 새로운 창조에 기여하는 심판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한국의 민중신학자들과 몰트만 박사의 인연도 소개됐다. 30년 전 군사독재시절, 안병무 박사와 갈릴리 공동체의 운동을 보면서 독일의 독재 치하의 고백교회와 디트리트 본회퍼의 능동적 저항의 길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한국이 선진 산업국가로 발돋움했지만 억압과 저항의 시대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몰트만 박사는 안병무 박사를 회상하면서 “민중에 대한 복음의 의미를 발견해 한국 신학과 교회에 민중운동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안 박사가 예수는 민중을 위해 죽임을 당하고 민중은 예수를 위해 죽임당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병무 박사가 “민중이 세상의 죄를 지고 그의 고난으로 세상을 구원한다”고 말한 것에 몰트만 박사는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몰트만 박사는 “민중이 세상을 구원한다면 누가 민중을 구원하는가. 민중은 고난을 당하기보다 고난을 극복하려고 하고 고난의 의미를 해석할 수 없다”고 했다.

▲ 위르겐 몰트만 박사는 "하나님의 정의가 곧 자비"라고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김세진

몰트만 박사는 한국교회에 그리스도의 교회가 성장하는 것을 발견했지만, 근본주의자들이 지닌 교파주의의 한계와 한국 그리스도의 인의 분열을 목도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안병무 박사와 그의 그룹을 보수적 근본주의자들과 화해하게 하는 일을 성사하지 못했다고 했다. 몰트만 박사는 “공동체를 위해 성서해석·윤리·교리·정치에 차이가 있어도 하나됨을 위해 포기하는 것은 가치가 있다”고 설득했다.

몰트만 박사가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를 언급하며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조 목사와 이야기하면서 깊은 유대감을 느꼈고 ‘순복음의 7대 신학적 기초’를 들으면서 십자가 신학과 오순절 신학을 발견했다”고 했다. 몰트만 박사는 2005년 새해에 조용기 목사가 ‘자신의 교회가 2005년을 ‘적극적인 사회 구원의 해’로 정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 기뻤다고 전했다. 당시 조 목사는 “조국의 정치에 대해 충분히 기도하지 않고 사회적 불의를 도외시하고 자연 대재난에 관심이 없었던 것을 회개한다”고 말하며 “이제껏 십자가 신학을 편협하게 해석했지만 이제 그리스도와 함께 세상을 포용하는 순복음이 되려고 한다”고 고백했다고 했다.

몰트만 박사는 “독일과 한국은 동병상련의 아픔을 지닌 분단된 국가”라고 했다. 차이는 독일은 전범국이라 죄과 때문에 나누어졌고 한국은 무죄한데도 분단된 것이라고 했다. 몰트만 박사는 “정치적 통일은 빨리 일어날 수 있지만 문화·사회적 통일은 한 세대, 즉 40년이 넘는 세월이 걸린다”고 말하고 “그 과정에서 가족과 기독교 공동체의 구실이 중요한데, 두 곳이야 말고 흩어진 개인에게 사회적 고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50년을 넘게 산 사람들이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며 사는 것이 어려운 일이고 이 때 기독교 공동체가 감당할 구실이 크다는 것이다. 사회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몰트만 박사는 마지막으로 “한국 국민들이 통일과 함께 자유와 사회적 정의 속에서 공동체를 실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사제공: 뉴스앤조이 http://www.newsnjo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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